환경규제 영향에 재활용 사업 커져…'화학적 재활용' 기술 주목
"대기업 진출로 생존권 위협"…영세 재활용 업체 반발도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골칫덩이로 여겨졌던 플라스틱 쓰레기가 점차 화학기업들이 주목하는 미래 먹거리로 재탄생하고 있다.

그동안 플라스틱은 사용 후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돼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됐지만, 각국의 환경 규제 강화와 재활용 기술 발전 속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이런 시장 선점을 위해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다.

환경오염 골칫덩이 '폐플라스틱', SK·LG·롯데 미래 먹거리로
◇ 환경 규제 속에 급성장한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은 2010년대 후반부터 각국의 환경 규제 강화 움직임 속에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2018년 이전까지 선진 시장 폐플라스틱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은 자국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2018년부터 폐플라스틱 수입을 전격 금지했고, 이를 계기로 각국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거나 재활용을 의무화하는 규제들이 속속 도입됐다.

한국에서는 2018년 중국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 금지 정책의 영향으로 한때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2020년 대비 20% 줄이고, 분리 배출된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을 70%로 상향한다는 '생활폐기물 탈(脫)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했다.

이 같은 움직임 속에 SK지오센트릭과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국내 대표 화학기업들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연구·개발(R&D)과 양산 체제 구축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은 크게 '기계적 재활용'(Mechanical recycling)과 '화학적 재활용'(Chemical recycling) 기술로 나뉜다.

기계적 재활용은 사용 후 플라스틱을 원료로 분쇄·세척·선별·혼합 등의 기계적 처리 과정을 거쳐 재생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과정이다.

공정이 비교적 단순하고 조기에 사업화할 수 있어 현재 대부분의 플라스틱 재활용이 기계적 재활용 기술을 이용한다.

국내에선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기계적 재활용 기술로 재활용 플라스틱을 만들고 있다.

LG화학은 폐플라스틱 원료를 기반으로 한 고부가합성수지(ABS), 폴리카보네이트(PC) 등을 생산하고 있고, 롯데케미칼은 '프로젝트 루프(LOOP)' 사업을 통해 폐플라스틱 재활용 원료를 활용한 PP(폴리프로필렌)와 ABS 등을 만들고 있다.

환경오염 골칫덩이 '폐플라스틱', SK·LG·롯데 미래 먹거리로
◇ "여러 번 재활용해도 품질은 그대로"…화학적 재활용 기술
하지만 기계적 재활용 공정은 재활용 과정을 거치면서 물성이 바뀌거나 품질이 낮아지고, 여러 화학제품이 혼합되거나 오염도가 높은 플라스틱에는 적용할 수 없어 재활용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다.

화학적 재활용은 고분자 형태의 플라스틱을 화학적 반응을 통해 분해해 원료로 되돌리는 기술로, 폐비닐에 열을 가해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가 되는 납사를 추출하는 열분해유 기술이 대표적이다.

여러 번의 재활용에도 처음의 물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 다수의 화학 기업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이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선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 사업 자회사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이 선두 주자다.

지난해 사명까지 바꿔가며 친환경 사업 전환을 추진하는 SK지오센트릭은 미국 브라이트마크와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 캐나다 루프인더스트리 등 해외 기술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기술 역량을 확보했다.

환경오염 골칫덩이 '폐플라스틱', SK·LG·롯데 미래 먹거리로
지난해 9월에는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만든 열분해유를 울산공장에 투입해 석유화학 제품으로 재활용하는 데 국내 최초로 성공하기도 했다.

SK지오센트릭은 2025년까지 처리량 기준 연 10만t(톤) 규모의 열분해 설비와 8만4천t 규모의 해중합 설비, 5만t 규모의 고순도 PP 추출 설비 등을 국내에 확보할 계획이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도 기계적 재활용 기술과 병행해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LG화학은 2024년까지 충남 당진 공장에 연 2만t 규모의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고, 롯데케미칼은 2024년까지 울산 2공장에 11만t 규모의 화학적 재활용 PET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SKC와 SK케미칼, 코오롱인더스트리,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화학 기업들도 화학적 재활용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등에 따르면 전 세계 화학적 재활용 시장은 열분해유 기준 2020년 70만t에서 2030년 330만t 규모로 연평균 17%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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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진출에 중소업체 반발도
한편 대기업들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이 본격화되자 기존에 재활용 사업을 맡아온 영세 사업자들은 새 경쟁자의 등장에 반발하고 있다.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은 지난해 10월 폐플라스틱 재활용업을 대기업이 진출할 수 없는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동반성장위원회에 신청했다.

플라스틱 재활용품 수집과 운반 및 선별 작업은 지역에 기반을 둔 중소업체들이 도맡아온 업종이었는데 대기업이 사업에 진출하면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현재 폐플라스틱 재활용 업계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신청 결과는 심의 과정을 거쳐 연내 발표될 예정이다.

석유화학 업종의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주력하는 분야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기 때문에 수거·선별 중심인 영세업체들의 기존 사업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며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