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자리 지키던 쇼트트랙 여자 계주…각종 악재로 추락
심신 무너진 상황에서 만든 값진 은메달
[올림픽] 최악의 상황에서 만든 은빛 희망…그녀들이 다시 웃었다
쇼트트랙 3,000m 여자계주는 양궁 여자 단체전에 버금가는 올림픽 효자 종목이었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은 1994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부터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까지 4개 대회 연속 여자 3,000m 계주 우승을 차지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선 1등으로 결승선을 끊고 석연치 않은 판정 탓에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여자 계주 대표팀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획득에 성공하며 금맥을 이어갔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도 강력한 계주 우승 후보로 꼽혔다.

[올림픽] 최악의 상황에서 만든 은빛 희망…그녀들이 다시 웃었다
그러나 한국은 대회를 앞두고 최악의 상황에 몰렸다.

최민정(성남시청)과 함께 대표팀 '쌍두마차'로 꼽히던 심석희(서울시청)의 사적 메시지 유출로 대표팀은 풍비박산이 났다.

평창올림픽 당시 심석희가 대표팀 코치와 주고받은 메시지 속엔 대표팀 동료였던 최민정과 김아랑을 험담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심석희가 대표팀에서 제외된 것은 물론, 대표팀 분위기는 최악의 상황이 됐다.

여기에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3위를 기록한 김지유(경기 일반)가 2021-20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대회에서 발이 부러지는 큰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대표팀 에이스 최민정도 상태는 좋지 않았다.

심석희 메시지 유출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는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두 차례 충돌로 무릎과 발목을 다쳐 2차 대회에 나서지 못하기도 했다.

수많은 악재가 겹친 한국은 역대 최약체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올림픽] 최악의 상황에서 만든 은빛 희망…그녀들이 다시 웃었다
어찌 보면 한국의 여자 계주 은메달 획득은 초토화된 토양에서 거둔 한 줄기 희망과 같다.

선수들은 최악의 상황 속에도 한 가지 목표만을 위해 뛰고 또 뛰었다.

최민정, 이유빈(연세대), 김아랑(고양시청), 서휘민(고려대)은 13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3,000m 여자계주에서 각종 악재 속에서도 세계 최강의 평가를 받은 네덜란드와 끝까지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에이스 최민정은 심신이 무너진 상황에서도 주특기인 아웃코스 질주로 역전 은빛 질주를 끌어냈다.

최민정은 여자 1,500m 은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 두 번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동안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훈련하던 대표팀 선수들은 그제야 웃기 시작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