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가상화폐 등으로 부 일궈…"주식보다 변동성 낮아 선호"
공급 적고 부자는 많아져 집값↑…싱가포르 정부, 부동산값 잡기 나서
싱가포르 젊은 슈퍼리치, 고가저택 싹쓸이
싱가포르의 젊은 부자들이 고가저택들을 싹쓸이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싱가포르 인구의 약 80%는 고층 공공주택에 살고 있다.

반면 부지가 1천400㎡가 넘는 고가 주택들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보통 싱가포르섬에서도 녹음이 우거진 곳에 자리한다.

부동산조사업체 나이트 프랭크의 자료에 따르면 싱가포르 내 이런 고가저택은 2천500여 채에 불과하지만 지난해에만 60여 채가 팔려 2019년에 비해 거래량이 3배 늘었다.

과거 이런 집을 사는 사람들은 전통 산업 분야의 사업가나 무역업자, 최고의 변호사나 의사였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은 스타트업 설립자나 전자상거래 경영진, 가상화폐로 부를 쌓은 사람들에게 팔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싱가포르 현지 언론 비즈니스타임스에 따르면 가상화폐 중심의 헤지펀드 쓰리에로우캐피털의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창업자인 수 주(Su Zhu)는 4천900만 싱가포르달러(약 436억원)에 싱가포르 부킷 티마 지역의 한 고가저택의 권리를 아내와 공동으로 사들였다.

30대인 그는 좋은 저택들을 구입해 공원으로 바꾸고 재생농업을 할 생각이라고 트위터에 밝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싱가포르 식물원(Botanic Gardens) 인근의 한 초호화 저택은 싱가포르의 전자상거래 마케팅 플랫폼인 스탬프드를 창업한 토미 옹이 6천370만 싱가포르달러(약 567억원)에 사들였다.

1제곱피트(약 0.09㎡)당 가격은 약 4천291싱가포르달러(382만원)로, 1평(3.3㎡·약 35.5제곱피트) 가격이 약 1억3천60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게이머를 위한 의자를 만드는 스타트업 달링 시크릿랩의 공동 창업자인 이안 앙은 아직 20대이지만 지난해 3천600만 싱가포르달러(약 320억원)를 주고 고가저택을 사들였다.

청년 부자들의 구입과 맞물려 부동산 가격도 오르고 있다.

나이트 프랭크에 따르면 지난해 고가 주택의 1제곱피트당 가격은 1천725싱가포르달러(약 154만원)로 2019년에 비해 25% 올랐다.

부동산회사 싱가포르 리얼토스의 공동창업자 부르스 라이는 "부자들은 주식보다 변동성이 적고 가치가 잘 유지되는 저택에 투자하길 원한다"며 "공급은 부족한데 싱가포르의 부유층은 늘어나고 있어 주택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이트 프랭크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가 600만명에 육박하는 싱가포르에서 3천만 달러(약 360억원) 이상의 재산을 소유한 사람은 2025년 4천888명에 달해 2020년보다 31%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까닭에 싱가포르 정부는 부동산 가격 잡기에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작년 12월 2번째 주택을 사는 사람들에게 더 높은 인지세를 물리기로 했다.

하지만 이 정도 정책으로는 빠른 속도로 부를 축적하는 젊은 부자들의 주택 구입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