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법무정책연구원, 체육인 200여명 설문조사 결과
체육인 대다수가 체육계 부패 문제를 심각하다고 느끼면서도, 관련 기관에 문제를 제기해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체육계 부패방지를 위한 스포츠윤리센터가 신설되는 등 제도적 장치는 있지만, 신고와 적발이 어렵고 처벌도 솜방망이에 그쳐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8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스포츠계의 부패 실태 및 관련 제도개선 연구'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지난해 9월부터 한 달간 선수·지도자·심판·스포츠행정가 등 체육계 종사자 20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74.4%는 우리나라 체육계 전반의 부패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하지 않다는 응답은 12.3%에 그쳤다.

체육단체와 관련한 부패행위 중에선 '결정권자 개인 이익에 따른 체육단체 운영'이 51.7%로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혔다.

특정 인물에 대한 채용 특혜 제공 등 인사 비리는 18.7%, 공금횡령·수당 부정수령 등 회계 비리와 체육단체 장·임원 선임 관련 선거 비리는 각각 10.3%로 그 뒤를 이었다.

체육계 현장에서 일어나는 부패행위 중에선 선수·지도자 불공정 선발 문제와 선수-지도자 혹은 선수 간 갑질 문제가 각각 35.5%로 가장 심각하다고 인식됐고, 입시 관련 비리(10.8%), 편파 판정(9.9%), 승부조작(3.9%)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체육계 내 부정부패를 알게 되더라도 신고하기까지 현실적 제약이 따르고 신고해도 관련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응답자 가운데 부패행위와 관련해 신고한 경험이 있는 17명 중 신고 효과가 없었다는 응답은 52.9%였다.

그중 전혀 효과가 없었다는 응답은 35.3%에 달했다.

연구진은 "지지부진한 후속 조치와 2차 피해로 인해 신고자들이 신고의 효과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신고 효과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명확한 부패행위 증거 확보의 어려움'이라는 응답이 22.2%였고, 부패행위자의 체육계 인맥에 의한 조직적인 사건 처리 방해(17.2%)는 두 번째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응답자의 12.8%는 신고를 해도 아무 소용없어 무력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4.0%는 부패행위 적발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답했고, 부패행위자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은 61.1%였다.

체육계 부패방지를 위해 마련된 제도적 장치가 여전히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관별로 보면 스포츠윤리센터는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5.0%가 효과가 없다고 평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는 38.4%,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37.1%가 효과가 없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스포츠윤리센터가 그간 체육계 제도적 장치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기구로 신설됐지만, 효과성에 대해선 기존 장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식되는 것"이라며 "스포츠윤리센터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 더 효율적인 스포츠비리 방지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