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에 한국 기업 14개 동참…美 85개, 日 56개와 큰 격차 오는 2050년까지 필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캠페인에 참여하는 기업 다수는 한국을 재생에너지 조달에 장벽이 있는 국가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달 방법이 부족하고 규제가 많을 뿐 아니라 비용도 많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7일 더 클라이밋 그룹과 탄소공개정보프로젝트(CDP) 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RE100 2021'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 중인 국내외 RE100 가입 기업 53개사 중 27개사(51%)는 한국을 '재생에너지 조달에 장벽이 있는 국가'로 꼽았다.
그 이유로는 '조달 방법의 부족'을 지목한 기업이 9개사로 가장 많았고 '규제 장벽'(6개사), '공급 제한적·불가능'(5개사)이라는 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전체 RE100 가입 기업들은 연간 전력 소비량의 45%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전력 수요의 2%만을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한국은 신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이 현재 심각하게 제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국내 재생에너지 조달 어려움은 RE100 도입을 직접 준비 중인 국내 기업들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국RE100협의체를 이끌고 있는 한국에너지융합협회가 지난달 국내 기업 306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RE100 활성화를 위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RE100 이행에 있어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재생에너지의 높은 투자비용 또는 구매비용'(25.3%)이 꼽혔다.
이외에 '이행제도'(23.6%)와 '재생에너지 보급'(23.0%) 등도 문제로 거론됐다.
정부는 지난해 한국형 RE100(K-RE100) 제도를 도입하고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 녹색프리미엄제 ▲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구매 ▲ 제3자 PPA(전력구매계약) ▲ 자가발전 ▲ 지분투자 등의 이행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또한 한전을 통하지 않고도 발전사와 소비자가 직접 전력거래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직접 PPA 제도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들은 RE100 참여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을 위해 RE100은 국내 기업들에도 반드시 가야 할 길이 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물론이고 RE100 선언 기업의 이행 지원을 위해 주민 참여 인센티브 등 주민 상생 방안, PPA 부가비용 최소화 등 기업의 비용부담 경감 방안과 같은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RE100 연례 보고서에서 작년 말 기준 RE100을 선언한 한국 기업은 9개로 집계됐다.
9개 기업은 SK㈜, SK하이닉스,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포함), SKC, 아모레퍼시픽, 한국수자원공사, LG에너지솔루션이다.
보고서가 작성된 이후 RE100 회원으로 새로 가입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 롯데칠성음료, 미래에셋증권, KB금융그룹, 고려아연 등 5개사를 포함하면 한국 기업은 총 14개다.
이는 미국(85개), 일본(56개), 영국(44개), 스위스(16개), 호주(15개) 등 다른 국가의 RE100 회원 기업 수에 크게 못 미친다.
작년 말 기준 RE100을 선언한 전체 기업은 총 349개다.
다만 신규 회원 증가세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지난해 RE100에 새로 가입한 기업 59개사 중 36개사(62%)가 아·태 지역에 본사를 둔 기업이었다.
국가별로는 일본(17개)이 가장 많았고 한국(9개), 대만(5개)이 그 뒤를 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