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석유업체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최대 500억달러(약 60조원) 규모의 추가 상장을 추진한다.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로, 런던 증시 상장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람코는 전체 지분의 약 2.5%인 500억달러어치의 주식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아람코는 이를 통해 사우디 증시(타다울)에서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런던 싱가포르 등을 포함한 해외 증시에 2차 상장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이번 지분 매각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는 곳은 런던증시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람코는 런던증시 상장이 적합한지 알아보기 위해 현지 투자자들과 접촉하고 있다. 중국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WSJ는 “아람코의 추가 상장이 여전히 논의 단계에 있기 때문에 지연되거나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추가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배경으로는 유가 상승이 꼽힌다. 최근 원유 수요가 회복되면서 주요 석유기업 가치가 치솟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위기도 고공행진하는 유가에 불을 지폈다.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브렌트유는 모두 배럴당 90달러를 넘기며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아람코의 시가총액도 최근 2조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 됐다.

빈살만 왕세자는 아람코 지분 매각 등을 통해 ‘탈석유’ 경제 개혁을 서두르려는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아람코는 2019년 12월 기업공개(IPO)를 통해 전체 지분의 1.5%에 해당하는 주식을 공모, 294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당시 지분 5%가량을 세계 주요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계획을 세웠지만 회사 지배구조와 고평가된 기업가치 등을 지적받으며 해외 상장이 무산됐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