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문제를 두고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 간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예측불허' 터키의 튀는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터키는 그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면서도 친러시아 성향을 보여 서방과 불편한 관계였는데, 이번에는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드론을 지원하는 등 서방 진영의 편에 섰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가끔 흔들리는 나토 동맹인 터키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다'라는 분석 기사를 통해 최근 터키의 행보를 조명했다.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사태 해결을 위해 러시아와 중재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방어를 위한 공격용 드론을 추가 공급하겠다고 제의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 같은 행동은 때로는 협력하면서도 흑해를 사이에 두고 경쟁을 벌여온 두 국가의 역사적 라이벌 관계를 다시 한번 꼬아놓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흔들리는 나토 동맹 터키, 이번엔 우크라이나 편에 섰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용 드론 공급은 러시아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작년 가을 우크라이나군이 터키에서 공수한 공격용 드론으로 분쟁지역인 돈바스에서 반군을 공격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작년 12월에는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직접 우크라이나에 대한 드론 수출에 항의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은 러시아에 대한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밖에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무기 공급 방안을 내놓은 것은 미국과 영국, 동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면서 진영 간 외교적 편짜기가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 이뤄졌다.

가뜩이나 미국이 나토 국가에 추가 병력을 파견하겠다고 밝히자 러시아가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평화를 위한 외교적 중재에 나서겠다고 하면서도 전쟁을 대비한 군수물자 지원도 약속한 것은 터키와 러시아 간 때론 협력하면서도 견제해 온 두 국가의 관계를 반영한다.

터키는 나토 회원국이지만 러시아와는 경제적 유대 관계를 이어왔고 군수산업에서도 협력해 왔다.

"흔들리는 나토 동맹 터키, 이번엔 우크라이나 편에 섰다"
그리면서 두 국가는 시리아와 리비아에서 벌어진 전쟁과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분쟁에서 반대편에 섰다.

터키는 2014년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분쟁 때 미국이 러시아군을 저지하기 위해 흑해에 전함을 투입하려 했을 때는 러시아 편을 들며 진입을 막은 바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로부터 대공 방어시스템인 'S-400'을 도입해 나토 회원국으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터키는 이번엔 명백히 서방과 우크라이나의 편에 선 듯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의장대 퍼레이드를 보고 나서 우크라이나어로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며 병사들을 격려하자 병사들도 '우크라이나 영웅들에게 영광을'이라는 구호로 화답하는 모습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NYT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