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달력은 '그림의 떡'…종이·잉크 품귀로 가격 비싸

서민들은 12달 표시 한 장짜리 구매…화초·요리법 등 디자인 다양

남한에서는 스마트폰의 캘린더 앱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달력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지만, 북한에서 달력은 여전히 '사는 집' 사람들만 소유할 수 있는 귀한 물건에 속한다.

북한에서 '그림의 떡'인양 귀하다 보니 달력은 날짜를 보는 것 말고 집안을 꾸미는 인테리어 용품으로 인기를 끈다고 한다.

집안에 좋은 그림을 걸어두듯 화려한 디자인으로 제작된 달력을 거실 및 방마다 배치하는 것이 북한 부자들이 재력을 과시하는 방식이다.

매년 새해 달력이 어떤 디자인으로 제작되어 출시되는지 주민들에게 큰 관심거리라고 한다.

30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도 풍경·서예·요리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디자인의 컬러 달력을 제작했다.

최근 북한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관상용 화분 키우기가 유행처럼 자리 잡으면서 각종 난초와 꽃들이 곱게 그려진 화초 달력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런가 하면 주부들 사이에서는 평양냉면이나 아바이순대 등 다양한 메뉴의 사진들이 간단한 레시피와 함께 삽입된 요리 달력이 인기를 끈다.

북한의 열병식 장면이나 소나무 등 각종 풍경 사진이 들어간 달력도 출시됐다.

이들 달력에는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안녕을 삼가 축원합니다'라는 문구가 공통으로 들어가 있고, 김일성 주석이 태어난 1912년을 원년으로 하는 주체 연호가 표기돼 있다.

북한에서는 출판지도국의 지휘 아래 각 출판사가 사진 편집부터 인쇄에 필요한 종이 구매까지 도맡아 달력을 만든다.

1980년대 말부터는 북한에서 대외 무역회사가 늘어나면서 대성총국이나 조선은하무역총회사 등 대형기관에서도 달력을 제작하고 있다.

일반 서민들은 달마다 다른 색채 사진·그림으로 구성된 12장짜리 달력의 가격이 비싸 구매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국경봉쇄로 종이나 잉크 등 달력 제작에 필요한 재료들이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가격이 더욱 뛰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서민들은 일 년 열두 달이 한 페이지에 표시된 한 장짜리 달력을 통상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