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위험" 경고에 구조대 철수…현장엔 철거 용역만 남아
현장 찾은 가족들 "용역이 잔해 마구 파내…이게 구조냐"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매몰자 구조 작업이 상층부 일부 균열 등으로 인한 안전 우려로 중단되자 피해자 가족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균열 위험을 이유로 소방대원들이 철수한 매몰 유력 지점에 철거 용역들만 남아 거칠게 잔해를 부수는 모습에 "엉터리 구조작업"이라며 항의했다.

붕괴 피해자 가족협의회는 29일 오후 7시께 매몰자 구조를 위해 29층에 투입됐던 1t급 미니 굴삭기 등을 철수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현장에 직접 들어갔다.

미니 굴삭기는 전날부터 투입돼 겹겹이 쌓인 잔해물을 치우며 매몰자 구조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국토안전관리원이 이날 오후 5시께 육안상 24층 천장 균열(크랙)이 있어 29층에서 진동이 있는 작업을 하는 것이 위험해 보인다며 지지대 보강 등 안전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작업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구조 당국은 오후 5시 5분께 구조·수색 인원을 현장에서 철수시켰다.

가족들은 이 소식을 듣고 붕괴 건물 24층과 29층을 직접 올라가 현장을 확인했다.

24층에는 지지대 보강 작업을 하는 작업자들이 남아 있었다.

이어 올라간 29층에서는 철거 용역 업체 관계자들이 대형 삽으로 콘크리트 잔해를 퍼서 붕괴가 덜 한 방향으로 나르고 있었다.

29층은 실종자 2명이 매몰된 상태로 발견된 27층과 28층으로 접근을 시도하는 작업이 이뤄지는 곳이다.

26∼28층 3개 층에 걸쳐 대형 붕괴가 일어나 해당 층에 직접 들어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데, 피해자 가족들이 29층을 찾았을 때 소방 구조대원이나 현장을 관리·감독할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아무도 없었다.

가족들은 "사람의 흔적이 있을 수 있는 지점에서 구조대원도 없이 야적장에 쓰레기 퍼 나르듯 작업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노했다.

작업자들은 가족들에게 욕설하며 나가라고 요구했고, 이후 문희준 서부소방서장이 29층에 도착해 항의하는 가족들과 몸싸움을 하기도 했다.

붕괴 피해자 가족협의회 대표 안모(45)씨는 "우리 가족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마구 파내서 버리는 모습을 보고 충격받았다"며 "관리자도 감독도 없이 시공하던 엉터리 작업이 구조 과정에서도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국가가 구해줄 테니 기다리라고 했으면 제대로 해줘야 할 것 아니냐"며 "구조 작업을 하지 않을 거면 우리가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일 소방청 119 대응국장은 "평소 구조·탐색할 때 구조대원들을 붙인다.

아까는 무전으로 대피 명령을 한 거고 이분들(용역)에게도 전파됐는지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구조 당국은 24층 천장 균열 부위에 대한 지지대 보강을 완료하는 대로 구조 작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