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을 계기로 마음의 작용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지난 2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고상근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명예교수는 평안한 어조로 과거를 회상했다.
고 명예교수는 이후 40년간 공부한 여러 심리 상담·수행 기법을 한데 엮어 2015년부터 '마인드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교 명예교수만의 '깨어 있음'이라는 개념을 주축으로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심리적 안정 상태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고 명예교수는 "고통스러운 생각이나 느낌에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연습하는 것"이라며 "깨어 있음을 통해 과거에 얽매이거나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오롯이 현재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데는 그가 학내 상담 기구에서 만난 서울대생들의 모습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고 명예교수는 "학업 성적이 우수한 서울대생들도 경쟁에 내몰리면 우울증이 생기는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대부분의 리더십 프로그램, 인간관계 개선 프로그램은 결과 중심적이라 더 애를 쓰게 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외부 상황을 통제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돌볼 수 있는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대학생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내면을 들여다본 고 명예교수는 최근 마인드리더십 프로그램을 쉽게 알리기 위한 책인 '쥐지 않고 쥐는 법'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 책의 화자인 '나'는 취업 준비와 실패로 좌절감을 느끼다 우연한 기회로 '영감님'을 만나 깨어 있음을 배우게 되면서 평화로운 마음 상태를 찾게 된다.
고 명예교수는 "5년여간 마인드리더십 프로그램에 참여해 온 반지현 씨와 공동 집필했다"며 "세대를 아울러 읽혔으면 하는 소망으로 요즘 젊은 세대가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를 젊은 층의 언어로 썼다"고 말했다.
마인드리더십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책 속의 '나'처럼 깨어 있음을 연습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게 된 이들의 감사 인사가 올라오기도 한다.
고 명예교수는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매우 힘들게 살아가던 분이 프로그램 참여 후 집으로 가는 길에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됐다고 후기를 썼는데, 표현이 마음에 무척 들고 기분이 좋았다"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5년 전 이혼의 고비에 처한 부부가 함께 참여한 후 지금은 서로 보듬어 주는 부부가 된 경우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고 명예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경제적 어려움, 정치 피로감 등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이들에 대한 당부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쏟아지는 외부 정보와 자극에 대한 우리의 무의식적 반응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가 걱정하고 불안한 것은 아직 닥치지도 않은 미래에 관한 생각 때문이고, 우리가 겪는 고통은 과거에 얽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을 의식하며 오롯이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인 '깨어 있음'을 연습하라고 권유하고 싶다"고 마무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