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이어 국보도 유찰…씁쓸함 남긴 간송 후손의 경매 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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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이유로 국가지정문화재 매각 시도에 비판 잇따라
국립중앙박물관 구매 여부 관심…"컬렉션 보존 방법 필요" 지적도 "드디어 새해 첫 경매의 마지막입니다.
계미(癸未)라는 간지가 있어 중요한 유산입니다.
이 문화유산을 호명하는 것조차 영광입니다.
"
사상 첫 국보 출품으로 화제를 모은 27일 케이옥션 경매에서 경매사가 '금동계미명삼존불입상'을 이렇게 소개했지만, 손을 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직전에 진행된 국보 '금동삼존불감'도 유찰된 터여서 경매는 허무하게 마무리됐다.
연간 유물 구입 예산이 약 40억원인 국립중앙박물관은 물론 가상화폐로 자금을 모아 국보를 낙찰받은 뒤 대체불가토큰(NFT)을 발행하겠다고 밝힌 '국보 DAO(탈중앙화 자율조직)'도 국보 경매에 응찰하지 않았다.
국보 팔기에 나선 간송 측은 물론 열띤 경쟁과 흥행을 바랐을 케이옥션 모두 빈손으로 돌아섰다.
◇ '재정난' 이유로 국가지정문화재 매각 시도…비판 잇따라
삼국시대에 제작된 희귀한 불상인 금동계미명삼존불입상과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금동삼존불감은 간송미술관 소장품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소유자는 간송 전형필(1906∼1962)의 후손이고, 간송미술관은 관리단체로 지정돼 있다.
간송 후손이 국가지정문화재를 경매에 내놓은 것은 두 번째다.
2020년 5월에도 케이옥션 경매에 '금동여래입상'과 '금동보살입상'을 출품했다.
결과는 이날과 마찬가지로 유찰이었고, 그해 8월 국립중앙박물관은 3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에 두 불상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논란 속에서도 국보와 보물 불교 유물을 판매하려는 이유로 재정난을 들었다.
공익적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재단을 설립했으나, 전시와 문화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재정 압박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간송가가 보물에 이어 국보까지 경매로 팔려고 하자 문화계에서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간송 후손들은 상속세를 지불하지 않는 국보와 보물 등 지정문화재는 보유하고, 나머지 문화재는 2013년 설립한 재단으로 소유권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간송재단이 지난 14일 경매를 앞두고 발표한 입장문에서 언급한 '다목적 신축 수장고'와 '대구 간송미술관'은 재단 자금이 아닌 세금으로 건설될 예정이어서 재정난과 관련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문화재보호법은 보존 등의 목적을 제외하면 국가지정문화재를 공개하도록 했는데, 간송재단이 유물을 적극적으로 일반 관람객에게 보여주지 않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는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학계 관계자는 "개인이 소유한 문화재를 파는 것은 자유라고 하지만, 두 차례 경매를 보면서 간송가가 진정으로 '문화보국'(文化保國·문화로 나라를 지킨다)이라는 가치를 중시하는지 의심스러워졌다"며 "경매 결과도 좋지 않아 씁쓸함만 남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간송가로 인해 국보의 명예만 실추된 것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국보의 첫 경매 시도는 유찰이었다는 기록만 만들어준 꼴이 됐다"고 덧붙였다.
◇ 이번에도 국립중앙박물관이 구매?…금액 조정 필요할 듯
간송 측이 서화·도자기 등에 집중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경매에 나온 불교 유물 두 점은 어딘가로 팔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문화재는 현대 회화처럼 매매가 활발하지 않고 구매력이 있는 기관이나 개인도 한정된 편이다.
두 유물을 사들일 곳으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박물관도 국보 불상과 불감이 충분한 가치를 지닌 문화재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유물 관련 예산이 부족해 경매 시작가 합계인 60억원보다 가격을 훨씬 낮춰야 거래가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간송 후손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만 보지 말고 '간송 컬렉션'을 보존할 체계적인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립박물관에서 근무했던 문화재계 관계자는 "간송재단은 유명한 사립박물관과 달리 뒤에 든든한 모기업이 없다"며 "앞으로 문화재 경매 출품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족의 처신만 욕할 것이 아니라 간송 컬렉션이 온전히 다음 세대에 전해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국가나 기업이 나서면 간송 컬렉션을 상설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국립중앙박물관 구매 여부 관심…"컬렉션 보존 방법 필요" 지적도 "드디어 새해 첫 경매의 마지막입니다.
계미(癸未)라는 간지가 있어 중요한 유산입니다.
이 문화유산을 호명하는 것조차 영광입니다.
"
사상 첫 국보 출품으로 화제를 모은 27일 케이옥션 경매에서 경매사가 '금동계미명삼존불입상'을 이렇게 소개했지만, 손을 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직전에 진행된 국보 '금동삼존불감'도 유찰된 터여서 경매는 허무하게 마무리됐다.
연간 유물 구입 예산이 약 40억원인 국립중앙박물관은 물론 가상화폐로 자금을 모아 국보를 낙찰받은 뒤 대체불가토큰(NFT)을 발행하겠다고 밝힌 '국보 DAO(탈중앙화 자율조직)'도 국보 경매에 응찰하지 않았다.
국보 팔기에 나선 간송 측은 물론 열띤 경쟁과 흥행을 바랐을 케이옥션 모두 빈손으로 돌아섰다.
◇ '재정난' 이유로 국가지정문화재 매각 시도…비판 잇따라
삼국시대에 제작된 희귀한 불상인 금동계미명삼존불입상과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금동삼존불감은 간송미술관 소장품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소유자는 간송 전형필(1906∼1962)의 후손이고, 간송미술관은 관리단체로 지정돼 있다.
간송 후손이 국가지정문화재를 경매에 내놓은 것은 두 번째다.
2020년 5월에도 케이옥션 경매에 '금동여래입상'과 '금동보살입상'을 출품했다.
결과는 이날과 마찬가지로 유찰이었고, 그해 8월 국립중앙박물관은 3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에 두 불상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논란 속에서도 국보와 보물 불교 유물을 판매하려는 이유로 재정난을 들었다.
공익적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재단을 설립했으나, 전시와 문화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재정 압박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간송가가 보물에 이어 국보까지 경매로 팔려고 하자 문화계에서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간송 후손들은 상속세를 지불하지 않는 국보와 보물 등 지정문화재는 보유하고, 나머지 문화재는 2013년 설립한 재단으로 소유권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간송재단이 지난 14일 경매를 앞두고 발표한 입장문에서 언급한 '다목적 신축 수장고'와 '대구 간송미술관'은 재단 자금이 아닌 세금으로 건설될 예정이어서 재정난과 관련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문화재보호법은 보존 등의 목적을 제외하면 국가지정문화재를 공개하도록 했는데, 간송재단이 유물을 적극적으로 일반 관람객에게 보여주지 않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는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학계 관계자는 "개인이 소유한 문화재를 파는 것은 자유라고 하지만, 두 차례 경매를 보면서 간송가가 진정으로 '문화보국'(文化保國·문화로 나라를 지킨다)이라는 가치를 중시하는지 의심스러워졌다"며 "경매 결과도 좋지 않아 씁쓸함만 남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간송가로 인해 국보의 명예만 실추된 것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국보의 첫 경매 시도는 유찰이었다는 기록만 만들어준 꼴이 됐다"고 덧붙였다.
◇ 이번에도 국립중앙박물관이 구매?…금액 조정 필요할 듯
간송 측이 서화·도자기 등에 집중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경매에 나온 불교 유물 두 점은 어딘가로 팔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문화재는 현대 회화처럼 매매가 활발하지 않고 구매력이 있는 기관이나 개인도 한정된 편이다.
두 유물을 사들일 곳으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박물관도 국보 불상과 불감이 충분한 가치를 지닌 문화재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유물 관련 예산이 부족해 경매 시작가 합계인 60억원보다 가격을 훨씬 낮춰야 거래가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간송 후손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만 보지 말고 '간송 컬렉션'을 보존할 체계적인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립박물관에서 근무했던 문화재계 관계자는 "간송재단은 유명한 사립박물관과 달리 뒤에 든든한 모기업이 없다"며 "앞으로 문화재 경매 출품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족의 처신만 욕할 것이 아니라 간송 컬렉션이 온전히 다음 세대에 전해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국가나 기업이 나서면 간송 컬렉션을 상설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