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정부 임명 산하기관 임원 사퇴 종용 혐의…재판서 다퉜으나 결국 유죄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기관 임원들을 물러나게 했다는 일명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을 받아온 김은경(66) 전 환경부 장관이 의혹 제기 3년여 만에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과 신미숙(55)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폭로 3년만에 유죄확정…文정부 장관 첫 실형
◇ '김태우 폭로'로 촉발된 의혹…민정수석실에 '사퇴 동향' 보고한 환경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에서 근무하다가 비위 의혹으로 해임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은 2018년 말 돌연 특감반과 관련한 의혹들을 폭로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는데, 그가 쏟아낸 의혹 가운데는 환경부가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직을 종용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 의혹은 환경부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을 작성해 2018년 1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했다는 사실이 국회를 통해 공개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문건에는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 등이 담겼고, '한국환경공단 외에는 특별한 동의나 반발 없이 사퇴 등 진행 중'이라는 설명도 적혔다.

파문이 확산하면서 야당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이를 '블랙리스트'라고 규정하고 이미 물러난 김 전 장관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2019년 1월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들어갔고 3월에는 김 전 장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 법원 구속영장 기각에 검찰 수사 난항 겪기도
법원은 "객관적인 물증이 다수 확보돼 있고 피의자가 이미 퇴직함으로써 관련자들과 접촉하기 쉽지 않게 된 점에 비춰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법원은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청구하고 표적 감사를 벌인 혐의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과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인해 공공기관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한 사정이 있다"는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영장 기각 사유도 밝히기도 했다.

법원이 검찰 수사의 정당성에 의문을 표하는 듯한 일종의 '중간 판단'을 내놓으면서 수사는 난관에 봉착했고, 검찰은 영장 재청구 없이 같은 해 4월 말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수사팀을 이끈 권순철(53·사법연수원 25기)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와 주진우(47·31기) 부장검사는 석 달 뒤에 좌천성 인사 대상이 되자 사의를 표하고 검찰을 떠났다.

◇ 혐의 완강히 부인…치열한 재판 끝 결국 유죄 확정
구속을 면한 김 전 장관은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1심 재판은 1년 10개월에 걸쳐 모두 22차례 열리는 등 치열하게 진행됐다.

결과는 유죄였다.

1심은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하면서 "명백한 사실에 대해서도 혐의를 부인하며 다르게 진술하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법정구속했다.

신 전 비서관 역시 유죄가 인정됐으나 일부 공모 과정이 입증되지 않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장관은 항소했지만 2심에서도 일부 임원에 대한 '표적 감사'와 업무방해 등 혐의만 무죄로 바뀌었을 뿐 형량은 징역 2년의 실형이었다.

신 전 비서관의 형량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다소 감경됐으나 큰 틀의 유죄 판단은 그대로였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처벌을 그대로 확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