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보TF' 열어 대응책 논의…무력충돌시 '실물경제안보 대책본부' 구성
우크라 전운고조 기업들 긴장…정부 "단기영향 제한적-충돌땐 피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사태 추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만약 전쟁 발발이 현실화할 경우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대(對) 러시아 수출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군사적 긴장 고조에 따른 단기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면서도 무력충돌이 일어날 경우 공급망 교란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26일 산업안보TF(태스크포스) 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 상황을 공유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 가전·스마트폰 등 '영향권'…원자잿값 고공행진시 기업 수익성 악화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 공장에서 TV를,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공장에서 가전과 TV를 생산하고 있다.

현지 생산에 따른 높은 브랜드 인지도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러시아에서 세탁기, 냉장고 등 주요 가전 분야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TV와 가전은 러시아 시장 비중이 유럽이나 미국 정도로 크지 않아 영향이 제한적이겠지만, 전쟁 발발 때는 공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가 미국을 침공하고 이에 맞서 미국이 경제 제재를 가할 경우 러시아에 대한 스마트폰 수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약 30%대로 1위다.

더 나아가 미국이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 때처럼 미국의 기술과 디자인을 사용해 제조한 반도체를 러시아로 수출하는 것도 막을 경우 미국산 반도체, 소프트웨어가 들어간 한국 제품의 수출도 영향을 받게 된다.

지난해 한국의 대러시아 반도체 수출액은 7천400만달러(885억원) 규모로, 전체 반도체 수출의 0.6% 정도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로 일정부분 피해가 예상된다.

코트라 등에 따르면 한국의 대 러시아 15대 수출 품목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품목은 자동차로, 지난해 연간 24억9천6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자동차 부품은 14억5천400만달러를 수출해 2위를 기록했다.

전쟁과 제재로 인한 자동차 수출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내수 시장 위축 등으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다.

국내 기업들은 무엇보다 원자재 가격 급등 가능성을 우려한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에서 원유, 나프타, 유연탄, 천연가스 등을 주로 수입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자재 가격 정보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운 고조 등의 영향으로 최근 배럴당 86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나프타는 이달 21일 기준 t(톤)당 777.5달러로 연초 대비 4.56% 상승했고, 액화천연가스(LNG)도 상승세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이번 달 LNG 연료 단가는 t당 108만8천24.12원으로, 작년 1월(45만2천553.76원)보다 약 140.4% 급등했다.

우크라 전운고조 기업들 긴장…정부 "단기영향 제한적-충돌땐 피해"
◇ 정부, 산업안보TF 회의 열어 대책 모색…"단기영향 제한적이지만 무력충돌시 공급망 교란 따른 피해"
산업부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세의 실물경제 영향 사전 점검과 대응방안'을 주제로 '제18차 산업안보TF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박진규 산업부 1차관과 담당 부서 실무자, 반도체·조선·가전 등 주요 업종별 협회·단체, 에너지·자원 공공기관, 대한상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산업연구원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간 교역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실물 경제에 단기적이고 직접적으로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의 총교역량 중 대 러시아 비중은 2.1%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공급망·생산 등에서의 의존도도 높지 않은 편으로 분석됐으며 석유나 천연가스 등의 자원 재고도 충분해 에너지 수급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무력 충돌이 없더라도 현재의 긴장국면이 지속되는 그 자체로도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을 초래해 국내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나왔다.

무력충돌 시에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할 것으로 보여 공급망 교란으로 인한 충격이 예상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공급망의 작은 충격에도 큰 피해를 볼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산업부는 이날 회의에서 공급망 문제는 대부분 예측이 어려운 만큼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업계에 재고 확보와 업무지속계획(BCP) 수립 등 철저한 대비를 당부했다.

정부도 공급망 핵심 품목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EWS) 가동 등을 통해 위기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는 등 업계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무력충돌 발생시 박 차관을 본부장으로 정부와 업종별 협회, 공공기관 등이 참여하는 '실물경제안보 대책본부'를 구성하고 민관 차원의 종합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