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 위해 전별금 쾌척…장애인지원사 공부하며 제3 인생 준비 '신문사 국장을 그만두고 9급 공무원이 된 이유'
김찬석(61)씨는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이와 같은 제목으로 등장한 인물이다.
부산에서 지역신문사 국장까지 지낸 뒤 하루 10여 시간을 공부하며 늦깎이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됐다는 그의 이야기는 당시 화제가 됐다.
그런 그가 지난해 말 2년 9개월간의 공직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직을 했다.
그는 퇴임하면서 동료들로부터 받은 전별금 20만원을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해 다시 관심을 모았다.
그의 근무지인 부산 사상구 모라 3동은 주민의 40%가 기초생활수급자일 정도로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많은 곳인데, 퇴임하는 그의 눈에 주민들이 밟혔다.
김씨는 22일 "인생의 황금기라고 부를 만큼 행복한 시간을 모라 3동에서 보냈는데 전별금까지 받는 것은 아니다 싶었다"며 "동료들에게 되돌려줘도 받지 않을 것 같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전별금을 그대로 기부했다"고 말했다.
지난 2년여의 공무원 생활은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57세 나이의 초임 시절, 구청 사무실에만 앉아 낯선 업무에 적응하지 못한 그는 입사 2개월 만에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근무지를 현장 위주인 행정복지센터로 옮긴 이후부터는 순간순간이 행복했다고 그는 전한다.
그는 주로 위급한 상황에 놓인 주민을 돕거나, 도움이 필요한데도 수급자로 등록되지 못해 어려운 이들을 찾아 돕는 일을 도맡아 했다.
김씨는 "업무 가방을 들고 비탈길을 올라갈 때면 행복했다"며 "언론사에서 일하며 각계각층을 만난 경험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상담은 꽤 잘했던 것 같다"며 웃음을 내비쳤다.
이어 "혼자 사는 어르신도 많았는데 그분들을 만나러 갈 때마다 아흔이 된 모친을 뵈러 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을 하면서 가슴 아픈 일도 많았다.
모친과 사는 한 50대 중반의 남성이 병에 걸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는데, 그의 관심과 독려로 다시 건강을 되찾았다.
이후 새 인생을 출발하려던 이 남성은 갑자기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나게 됐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과거 신문지국을 운영했다기에 이전부터 통하던 부분이 많았던 분"이라며 "신문지국을 다시 열기 위해 돈을 모은다기에 개점 축하 꽃다발을 보내겠다고 약속했지만 끝내 전해주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힘든 적도 많았지만 공직생활을 하면서 '고맙다'는 말을 듣거나 새로운 인생을 찾게 된 이들을 볼 때면 다시 힘을 내서 일하곤 했다.
그는 "일할 때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정말 행복했다"며 "짧은 공직생활을 뒤로 하고 퇴임을 하게 되니 아쉬움도 많고 이것저것 선물을 챙겨준 동료들에게도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제3의 인생을 찾아 떠나려 한다.
현재 장애인활동지원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교육을 듣고 있다.
짧은 사회복지 경력 탓에 재취업이 쉽지 않지만, 계속해서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을 하고자 한다.
그는 "공무원으로 일하면서도 이 분야가 잘 맞는다고 생각했고 특히 노인 복지 분야에 관심이 많다"며 "앞으로도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열심히 도전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