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리틀야구단 중견수 양서진(15)과 천안시 동남구리틀야구단 좌익수 김재향(14)은 두 살 혹은 한 살 어린 남자 선수들 사이에서 차분하지만, 열정적으로 야구를 배우고 있다.
넥스트 레벨 트레이닝 캠프가 진행 중인 22일 제주도 서귀포시 월드컵리조트 실내 훈련장에서 만난 양서진과 김재향은 다른 중학생들처럼 마주 보며 까르르 웃다가도 '야구'를 화두에 올리면 누구보다 진지해졌다.
이번 캠프에 참여한 44명 중 여자 선수는 단 2명이다.
하지만 이들도 당당한 '한국 리틀야구 국가대표 상비군'이다.
김재향에게 양서진은 이미 '유명한 선수'였다.
김재향은 "나는 언니가 야구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양서진은 "지난해 연습경기를 할 때 재향이를 처음 봤는데 이번 캠프에서 함께 훈련하고, 같은 방을 쓰면서 아주 친해졌다"고 말했다.
김재향은 양서진을 바라보며 "엄청 엄청(친해졌다)"이라고 맞장구쳤다.
야구는 이제 남자만의 종목이 아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야구 선수로 뛰는 여자 선수가 적은 것도 현실이다.
같은 고민을 하는 양서진과 김재향은 만나자마자 친해졌다.
다행히 둘은 가족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양서진은 "어릴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다.
아버지가 '그렇게 야구가 좋으면 한 번 직접 해보라'고 권유하셨고, 초등학교 5학년 때 리틀야구를 시작했다"며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여자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을 때도 아버지가 지지해주셨다"고 전했다.
김재향은 대전고 야구부인 오빠 김재민의 영향을 받아 야구를 시작했다.
곧 중학교 2학년이 되는 김재향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야구를 배웠다.
오빠와 야구에 관한 얘기도 하고, 가끔 캐치볼도 한다"며 "내 꿈은 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다.
이후 미국, 일본 등에서 야구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매일 장래 희망이 바뀔 수도 있는 나이. 하지만 둘은 일찌감치 '인생 목표'를 정했다.
양서진은 "다른 친구들이 진로를 고민할 때 나는 한 분야를 집중해서 파고들 수 있다"며 "야구 외적인 고민은 딱히 없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김재향도 "다른 분야와 병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긴 하지만, 내가 야구에 완전히 꽂혔으니 열심히 하면 실력을 키울 수 있다"며 "일찍 내 목표를 정한 건 장점인 것 같다"고 했다.
올해 중학교에 진학하는 남자 선수들과 훈련하고, 경쟁한 넥스트 레벨 트레이닝 캠프(10∼24일)는 둘에게 좋은 자극제가 됐다.
양서진은 "캠프에 온 친구들의 실력이 뛰어나서, 나도 더 열심히 했다"며 "주변에서 좋은 자극을 받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이번 캠프에서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
김재향은 "나보다 한 살 어린 선수들이 나보다 실력이 좋아서 경쟁심을 느꼈다.
다시 팀으로 돌아가도 더 열심히 훈련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양서진과 김재향은 자만하지도 실망하지도 않는다.
양서진은 "나는 발이 빨라서 주루와 수비는 자신 있다"고 자신의 장점을 설명한 뒤 "힘을 더 키워야 한다"고 보완할 부분도 파악했다.
김재향은 "나도 발이 빠른 편이고, 그동안 리틀야구 대회에서 어느 정도 타격 성적도 좋았다"며 "송구 훈련을 더 해야 한다.
송구 자세를 더 신경 쓰고, 팔 회전 속도도 높여야 한다"고 스스로 다그쳤다.
호주에서는 2022년 호주프로야구(ABL) 최초 여자 선수가 탄생했다.
만 17세 제너비브 비컴(멜버른 에이시스)은 지난 8일 호주 멜버른 볼파크에서 열린 애들레이드 자이언츠와의 멜버른 챌린지 시리즈 2차전에 등판해 1이닝을 피안타 없이 볼넷 1개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막았다.
비컴의 등판 소식은 호주는 물론이고 '야구 종가' 미국과 한국에도 '특별한 뉴스'로 전해졌다.
한국프로야구의 유리천장은 아직 두껍지만, 이를 깨고 새로운 세상을 열려는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양서진과 김재향도 의미 있는 도전을 하고 있다.
두 선수도 다른 남자 리틀야구 유망주처럼 '한국 야구의 미래를 밝힐 유망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