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세수 기반 추경'이라지만…당장 활용못해 11조3천억원 국채 발행
통합재정수지·국가채무 등 재정 지표 일제히 악화
국채시장 혼란에 금리 불안…정부 "국채 발행 시기 최대한 연중 분산"
14조원 추경에 나라살림 적자 70조원 육박…국가채무비율 50.1%(종합)
정부가 초유의 1월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면서 올해 나라살림 적자가 70조원에 육박하게 됐다.

추경 재원을 대부분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하는 탓에 국가채무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또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 전쟁 중이던 1951년 이후 첫 '1월 추경' 현실화
정부는 21일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 지원과 방역 보강을 위한 14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의결했다.

문재인 정부 10번째 추경이자 올해 첫 추경이다.

올해는 3월 대선 이후 신임 대통령의 국정 운영 철학을 반영하기 위한 추경이 편성될 가능성이 커, 최소 한 번의 추경이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1월에 추경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하는 것은 사실상 초유의 일이다.

1951년 1월 14일 추경안을 제출한 적이 있으나 당시는 한국전쟁 도중으로 정부 운영 상황이 여러모로 현재와 달라 이번 추경과는 비교가 어렵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월 9일 추경을 제출한 것이 가장 빠른 기록이다.

◇ 10조원 초과세수 당장은 못 써…11조3천억원 국채 발행
정부는 이번 추경을 '초과세수 기반 방역 추경'으로 이름 붙였다.

작년 말 예상한 것보다 10조원 가량 더 들어오게 된 초과세수를 기반으로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10조원 초과세수를 이번 추경에 바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초과세수는 올해 4월 2021회계연도 결산을 거쳐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월 이후에 초과세수 중 일부를 활용해 빚을 갚더라도, 지금 추경을 하려면 일단 빚을 내야 한다.

정부는 추경 규모 14조원 중 11조3천억원은 국채를 발행해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2조7천억원은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여유자금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14조원 추경에 나라살림 적자 70조원 육박…국가채무비율 50.1%(종합)
14조원 추경에 나라살림 적자 70조원 육박…국가채무비율 50.1%(종합)
◇ 통합재정수지 적자 68조1천억원, 추경 또 하면 작년보다 많아질 수도
연초부터 상당한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고 재원 대부분은 빚을 내 마련하면서 각종 재정 지표는 더 악화할 전망이다.

607조7천억원 규모의 본예산에 14조원 추경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총지출은 621조7천억원으로 불어난다.

작년 본예산 총지출 대비 올해 총지출 증가율은 11.4%에 이른다.

총지출이 14조원 늘지만 총수입은 본예산의 553조6천억원 그대로라 나라살림 적자는 커진다.

나라살림 상태를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68조1천억원까지 증가한다.

본예산에서는 54조1천억원이었다.

작년 2차 추경 기준 적자 90조3천억원보다 규모가 작지만, 올해 추가 추경이 편성될 경우에는 올해 적자가 작년 규모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도 본예산의 2.5%에서 3.2%로 상승한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빼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8조2천억원, GDP 대비 적자비율은 5.0%가 된다.

본예산 때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94조1천억원, GDP 대비 적자비율이 4.4%였다.

◇ 국가채무 1천75조7천억원, 국가채무비율 50.1%
국가채무는 본예산 기준으로도 올해 처음 1천조원을 돌파해 1천64조4천억원에 달하는데, 추경을 위한 적자국채 발행으로 1천75조7천억원까지 늘어나게 됐다.

작년 본예산 때의 956조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나랏빚이 119조7천억원 증가한 셈이다.

국가채무비율은 본예산의 50.0%에서 50.1%로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GDP 대비 비율의 경우 올해 경상성장률 전망이 기존 4.2%에서 4.6%로 변경된 것을 반영해 산출한 수치다.

적자국채 발행량은 올해 추경까지 반영해 총 87조5천억원까지 늘어난다.

이에 따라 국채시장이 혼란을 겪고 금리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도걸 기재부 2차관은 "추가적인 국채는 발행 시기를 최대한 연중 분산할 계획"이라며 "수급 상황이 나빠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대내외적 여건으로 변동성이 커지면 국고자금, 한국은행과의 정책 공조 등 시장 안정 조치를 적기에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