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시위' 카자흐서 8일 만에 탈출…교민 등 47명 무사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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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들 현지 상황 전해…"총성 이어지고 약탈당한 상점 수두룩"
입국장 도착하자 '안도'…"지원 아끼지 않은 외교당국에 감사" "호텔 밖에서 총소리도 계속 들리고, 언제 또 피신해야 할지 모르니까 2∼3시간밖에 못 잤습니다.
그런데 오늘 새벽에 '데리러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그제야 안심을 했죠."
13일 오후 10시 26분께 인천국제공항 제1 여객터미널 D 게이트 앞. 상기된 얼굴로 입국장에 들어선 회사원 이동현(57)씨는 알마티에서 겪은 일을 설명해달라는 취재진의 물음에 이내 목소리를 떨었다.
카자흐스탄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휩쓸려 알마티 국제공항에 발이 묶였던 아시아나항공 OZ5781편 여객기와 승객·승무원 47명이 이날 오후 무사히 한국 땅을 밟았다.
여객기는 지난 5일 카자흐스탄 알마티 국제공항에 도착해 다음 날 한국으로 되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대가 공항을 기습 점거하면서 승객·승무원 77명과 함께 공항에 계류됐다.
출장 차 알마티 방문했다가 시위에 휩쓸렸다는 이씨는 굳은 표정으로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공항에 도착하니 폭도들이 활주로까지 들어왔더라. 기장이 회항을 하려 했는데 공항과 연락이 안 돼서 그냥 다 내리게 됐다"며 "공항버스를 타고 바퀴가 부서질 정도로, 전속력으로 소방서로 이동해서 다음 날 아침까지 기다렸다"고 말했다.
외교당국의 도움을 받아 비교적 안전한 호텔로 이동했지만, 위험한 상황은 이어졌다고 한다.
이씨는 "총소리가 한 5일 동안은 계속 나더라. 거리에서 총에 맞아 죽는 사람이 속출하니까 호텔에서도 창가에서 떨어지라고 했다"며 "문을 다 걸어 잠그고, 불빛이 새 나가지 않게 종일 불을 꺼둔 채로 지났다"고 말했다.
이후 카자흐스탄 정부가 알마티 국제공항 통제권을 되찾고 공항 운영을 재개하면서 교민과 승무원 등 47명은 이날 귀국길에 오를 수 있게 됐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입국장에 들어선 교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처음 겪어본 난리에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고 전했다.
카자흐스탄에서 1년간 선교 활동을 하다가 귀국한 백모(42)씨는 "시내 곳곳에 약탈당해서 부서진 건물이 많다.
가전제품·귀금속 매장이 특히 큰 피해를 보았다"며 "저는 비교적 시골에 있었는데도 사재기가 심해 식료품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현지에 남편을 두고 잠시 귀국했다가 이날 귀국하는 지인을 마중 나온 교민 변모(46)씨는 "카자흐스탄에서 16년째 남편이랑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연락이 끊겨서 남편이 정말 죽은 줄 알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시위대가 마트를 노린다는 소문이 있어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어제는 군인들이 다짜고짜 밥을 달라고 해 공짜로 줬다"며 "이 피해를 어디다 하소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교민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은 외교당국에 감사를 표했다.
백씨는 "위기 상황에서 이렇게 빨리 대처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외교력에 크게 감탄했다.
외교부와 영사관에 감사드린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씨 또한 "먹을 것과 의약품을 지원해주신 교민분들,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들을 지켜준 알마티 영사님께 꼭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날 인천공항에 도착한 47명의 승객과 승무원들은 택시 등 교통수단을 오후 10시 50분께 대부분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들은 보건당국의 방역지침에 따라 10일간 자가격리를 한다.
/연합뉴스
입국장 도착하자 '안도'…"지원 아끼지 않은 외교당국에 감사" "호텔 밖에서 총소리도 계속 들리고, 언제 또 피신해야 할지 모르니까 2∼3시간밖에 못 잤습니다.
그런데 오늘 새벽에 '데리러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그제야 안심을 했죠."
13일 오후 10시 26분께 인천국제공항 제1 여객터미널 D 게이트 앞. 상기된 얼굴로 입국장에 들어선 회사원 이동현(57)씨는 알마티에서 겪은 일을 설명해달라는 취재진의 물음에 이내 목소리를 떨었다.
카자흐스탄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휩쓸려 알마티 국제공항에 발이 묶였던 아시아나항공 OZ5781편 여객기와 승객·승무원 47명이 이날 오후 무사히 한국 땅을 밟았다.
여객기는 지난 5일 카자흐스탄 알마티 국제공항에 도착해 다음 날 한국으로 되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대가 공항을 기습 점거하면서 승객·승무원 77명과 함께 공항에 계류됐다.
출장 차 알마티 방문했다가 시위에 휩쓸렸다는 이씨는 굳은 표정으로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공항에 도착하니 폭도들이 활주로까지 들어왔더라. 기장이 회항을 하려 했는데 공항과 연락이 안 돼서 그냥 다 내리게 됐다"며 "공항버스를 타고 바퀴가 부서질 정도로, 전속력으로 소방서로 이동해서 다음 날 아침까지 기다렸다"고 말했다.
외교당국의 도움을 받아 비교적 안전한 호텔로 이동했지만, 위험한 상황은 이어졌다고 한다.
이씨는 "총소리가 한 5일 동안은 계속 나더라. 거리에서 총에 맞아 죽는 사람이 속출하니까 호텔에서도 창가에서 떨어지라고 했다"며 "문을 다 걸어 잠그고, 불빛이 새 나가지 않게 종일 불을 꺼둔 채로 지났다"고 말했다.
이후 카자흐스탄 정부가 알마티 국제공항 통제권을 되찾고 공항 운영을 재개하면서 교민과 승무원 등 47명은 이날 귀국길에 오를 수 있게 됐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입국장에 들어선 교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처음 겪어본 난리에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고 전했다.
카자흐스탄에서 1년간 선교 활동을 하다가 귀국한 백모(42)씨는 "시내 곳곳에 약탈당해서 부서진 건물이 많다.
가전제품·귀금속 매장이 특히 큰 피해를 보았다"며 "저는 비교적 시골에 있었는데도 사재기가 심해 식료품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현지에 남편을 두고 잠시 귀국했다가 이날 귀국하는 지인을 마중 나온 교민 변모(46)씨는 "카자흐스탄에서 16년째 남편이랑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연락이 끊겨서 남편이 정말 죽은 줄 알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시위대가 마트를 노린다는 소문이 있어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어제는 군인들이 다짜고짜 밥을 달라고 해 공짜로 줬다"며 "이 피해를 어디다 하소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교민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은 외교당국에 감사를 표했다.
백씨는 "위기 상황에서 이렇게 빨리 대처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외교력에 크게 감탄했다.
외교부와 영사관에 감사드린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씨 또한 "먹을 것과 의약품을 지원해주신 교민분들,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들을 지켜준 알마티 영사님께 꼭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날 인천공항에 도착한 47명의 승객과 승무원들은 택시 등 교통수단을 오후 10시 50분께 대부분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들은 보건당국의 방역지침에 따라 10일간 자가격리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