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벽에 가로막힌 현대重-대우조선 합병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유럽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현지 시각으로 13일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결합이 LNG 운반선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형성해 경쟁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EU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정부와 산업은행 그리고 당사자인 현대중공업그룹은 유감을 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19년 1월 당시 어려운 조선업황 등을 감안해 대우조선의 경영 정상화와 국내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결합을 추진한 것"이라며 "앞서 기업결합을 승인한 중국과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경쟁당국과는 상반된 EU의 결정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조선업황이 개선되면서 EU의 이번 불승인 결정이 국내 조선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또 "대우조선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민간 주인찾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외부 전문기관의 컨설팅 등을 바탕으로 대주주인 산업은행 중심으로 대우조선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한 시일 안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지주는 EU의 이번 결정에 대해 "비합리적이고 유감스러운 결정"이라며 "EU의 최종 결정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EU 법원을 통한 시정요구 등 가능한 대응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법률자문사, 프레쉬필즈(Freshfields)와 경제분석 컨설팅 기업, 컴파스렉시콘(Compass Lexecon)로부터 자문을 받아 기존 시장 점유율만으로 조선시장의 지배력을 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난 2년 동안 EU 측에 설명해 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EU가 우려하는 LNG선 시장 독과점 가능성에 대해 국내 삼성중공업과 중국 후동 조선소, 일본 미쓰비시·가와사키 등 대형 조선사와 러시아 즈베즈다 등 유효한 경쟁자가 있다고 반박했다.

현대중공업은 "LNG선 건조에 중요한 LNG 화물창 기술은 프랑스 GTT와 노르웨이 모스마리타임(MOSS Maritime)이 독점권을 갖고 있어 이들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야 LNG선을 건조할 수 있다"며 "LNG선 화물창 라이선스를 보유한 조선소만 전 세계 30곳 이상으로, 생산·기술 관점에서 보면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입찰 경쟁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업체의 독점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입찰 성패에 따라 점유율이 달라지기에 점유율만으로 독과점을 판단할 수 없으며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복수의 유효 경쟁자가 존재한다는 점을 근거로 지난 2020년 8월 조건 없는 승인을 내린 싱가포르 당국의 결정과 이번 기업결합이 LNG선 경쟁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한 고객이 없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임원식기자 ry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