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아파트 화장실 배기관을 통해 수직으로 전파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13일 홍콩 공영방송 RTHK에 따르면 홍콩 보건당국은 전날 노스포인트의 한 아파트 건물 14가구에 대해 소개령을 내리고 주민들을 정부 격리시설로 보냈다.

이후 현장 조사에 나선 전염병 권위자 위안궈융(袁國勇) 홍콩대 교수는 배기관을 통한 오미크론 변이 수직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에서는 6층에 거주하는 2명이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후 9층에 사는 1명이 감염됐다.

이 아파트가 외벽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9층 주민은 모든 창문을 닫고 생활하고 있었으며 화장실을 사용할 때 환풍기를 가동했다.

위안 교수는 "그런 상황에서 화장실 배기관 속 공기가 실내로 유입되기 쉽다"며 "조사 결과 9층 주민 화장실의 U자형 배기관이 말라 있었고 이로 인해 바이러스가 퍼져나갔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일에는 타이포 지역에서 19가구가 사는 한 아파트에 대해 같은 이유로 소개령이 내려졌다.

위안 교수는 나흘 새 수직 감염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두 건 나타난 것은 오미크론 변이가 매우 강한 수준으로 전파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홍콩에서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과 코로나19 초창기였던 2020년 2월에도 아파트 건물의 파이프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03년에는 사스 증상이 있던 남성이 화장실을 쓴 후 한달에 걸쳐 해당 아파트에서만 321명이 사스에 걸렸고, 이후 42명이 사망했다.

당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스에 걸린 남성이 화장실을 쓰고 물을 내리면서 바이러스가 포함된 에어로졸이 형성됐다.

이후 윗집 사람이 환풍기를 가동했을 때 U자형 배관이 말라서 공기가 통하는 윗집 욕실 바닥 배수구 등을 통해 실내로 에어로졸이 퍼진 것으로 추정됐다.

에어로졸은 공기에 떠다니는 고체 또는 액체 미립자를 말한다.

보통 지름이 1㎛(100만분의 1m)에 불과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침방울(비말)보다 훨씬 작다.

2020년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보건 당국이 현장 조사한 이후 "배설물을 옮기는 파이프라인이 공기 파이프와 이어져 있어 배설물에 있던 바이러스가 환풍기를 통해 아래층 화장실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위안 교수는 홍콩에서는 방어력이 높은 N95 마스크를 특별히 착용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미국과 캐나다 당국은 N95 마스크 착용을 권유하고 있다.

위안 교수는 "홍콩에서는 아직 오미크론 변이 사례가 적다"며 "홍콩인들이 매일 N95 마스크를 쓰는 것은 실용적이지 않다.

비싼데다 착용 후 약 20분이 지나면 숨을 쉬기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신 두 장의 마스크를 겹쳐 쓰거나 천 마스크와 일회용 마스크를 겹쳐 쓰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안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