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아닌 1마리 관찰…남대천, 환경수준 열악해 보호대책 필요
[유형재의 새록새록] "여명에 만난 황금빛 수달, 그러나 끝내…"
"여명에 만난 황금빛 수달, 그러나 끝내…."
강원 강릉시 내 한복판을 흘러 동해(바다)로 빠져나가는 남대천 하류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수달 가족이 나타난다는 제보를 받았다.

야행성이기 때문에 낮에는 주로 보금자리에서 쉬는 수달을 낮에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탐조하면서 남대천에서 몇 차례 수달을 만나기는 했으나 한 가족을 보지는 못했던 터라 관심이 끌렸다.

수달은 육식성으로 주로 물고기를 잡아먹는 수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다.

남획, 서식지 파괴, 먹이원 감소, 교통사고 등의 위협 요인에 그물에 걸려 죽기도 해 실제 서식 밀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여명에 만난 황금빛 수달, 그러나 끝내…"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제보와 목격담을 종합해 보면 우선 해가 뜨기 전후로 주로 관찰됐다는 것이다.

많게는 한 가족으로 보이는 5마리가 물을 건너기도 하고 3∼4마리, 혹은 1∼2마리가 강을 건너 이동한다.

언젠가는 강 중간의 흙이 드러난 곳에서는 뒹굴고 장난까지 쳤다는 것이다.

출근 전에 2시간가량 잠복에 들어가기로 했다.

잠복이라야 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차를 세워놓고 망원렌즈 걸어 놓은 뒤 무작정 기다리는 게 전부지만 그 잠복은 2개월 가까이 계속됐다.

그러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야생생물인 흰꼬리수리가 먹이 사냥을 위해 나타나면 그건 덤이 됐다.

지난 12월 20일 오전 8시 36분 수달 2마리가 강을 건너는 모습을 만났다.

그러나 그날은 만조여서 강물이 불어 수달의 온전한 모습은 없고 머리만 보여 사실상 허탕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후로 다른 일이 있거나 연말연시 일과 겹치면서 몇 차례 빼먹기도 하고 너무 추워서 나가지 못했는데 내가 나가지 못한 날에 수달이 나타났었다는 나쁜(?)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여명에 만난 황금빛 수달, 그러나 끝내…"
복이 지질히도 없다고 혼자 한탄했지만 시간 될 때마다 잠복은 계속됐다.

그러다 오늘, 12일 아침 오전 7시 37분 2개월여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수달을 만났다.

해가 뜨는 시간이라 햇빛을 받은 수달은 온통 황금빛을 하고 있었다.

황금빛 수달은 강 이쪽에서 저쪽으로 헤엄쳐 건너갔다.

그러다 뭐가 아쉬웠는지 잠시 후 다시 이쪽으로 헤엄쳐 건너왔고 드러난 얼어붙은 강바닥에서 껑충껑충 뛰거나 살금살금 걷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갈대숲 뒤로 사라졌다.

그러나 아쉽게도 가족과 함께 가 아닌 혼자였다.

그렇다고 남대천의 수달 관찰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 해 전 남대천 보 밑에서 은어를 사냥하는 모습을 가까이 관찰했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여명에 만난 황금빛 수달, 그러나 끝내…"
수달이 사는 남대천은 백두대간 대관령의 물줄기가 강릉 도심 한복판을 거쳐 바다로 흐르는 하천이다.

그런 도심 하천에서 수달 가족이 관찰됨에 따라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남대천은 수달이 잘 살기 위한 조건을 갖춘 곳은 아니라 겨우 연명할 정도의 환경수준"이라며 "행정기관과 시민들의 노력과 환경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야 수달과 삵이 맘 놓고 살 수 있는 곳이 된다"라고 말했다.

나는 다시 수달 가족을 찍기 위해 내일 아침 다시 남대천에 나갈 예정이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여명에 만난 황금빛 수달, 그러나 끝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