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연초 꽃값 폭등은 도매상 담합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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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한파로 공급 줄고 연초 졸업식 몰린 영향이 커
담합 근거는 뚜렷하지 않아…농림부, 공정위에 검토 요청
연초 졸업식 시즌을 앞두고 꽃 도매가격이 급등하면서 꽃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화훼농가들의 폐업과 수입 물량 감소로 꽃 공급이 달려 빚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각에선 도매상들의 담합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꽃 도매가 상승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소매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담합이 의심되는 화훼 경매 시스템 개선을 요청하는 청원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하지만 꽃값 상승을 코로나19와 결부된 수급체계 교란이나 도매상 담합 의혹과 연결 지을 근거가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꽃값이 지난주 큰 폭으로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서울 양재동 aT화훼공판장에서 경매된 장미 절화(자른 꽃) 1속(10송이)의 평균단가는 지난 5일 2만407원으로 지난해 1월 평균가격(6천390원)의 3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이날 비중이 큰 장미를 포함한 절화류 전체 평균단가는 지난해 1월(4천59원)의 2배 이상인 1만38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오름세는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시작됐는데 지난달 17일(9천723원)까지 평년 수준에 머물던 장미 가격은 22일(1만4천180원) 오름폭을 키우더니 이달 3일 1만6천990원으로 뛰었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의 원인을 꽃 공급량 감소에서 찾을 수 있을까?
전국 화훼공판장 거래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aT화훼공판장의 거래량을 보면, 올 들어 절화류의 경매일 평균 거래량은 11만6천단으로 지난해 1월 평균 거래량(10만단) 대비 15% 이상 증가했다.
2020년 1월(12만단)이나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1월(11만3천단)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거래가 늘어난 만큼 공급량이 뒷받침됐음을 의미한다.
연간 거래량이나 재배면적 추이를 봐도 코로나19 때문에 화훼농가들이 대거 폐업한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aT화훼공판장의 절화류 연간 거래량은 지난해 1천863만단으로 전년보다 8% 증가했으며, 거래대금은 857억원으로 34% 늘었다.
전국 화훼류 재배면적은 2015년 5천831헥타아르(ha), 2018년 4천353ha, 2019년 4천244ha로 감소세를 보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2020년 4천299헥타아르(ha)로 소폭 증가했다.
절화류의 재배면적 추이도 비슷한데 2020년 1천224ha로 전년(1천183ha)보다 3% 늘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화훼농가 지원 정책 때문에 신고 면적이 다소 늘어난 영향을 고려해도 폐업이 눈에 띌 만큼 늘었다고 보긴 어렵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화훼 수입량의 감소가 꽃값 급등의 원인이라는 진단도 실제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화훼 수입량은 2019년 2만2천91t(톤)에서 2020년 2만1천226t으로 3.9% 줄었으나 지난해는 2만1천678t으로 2.1% 늘었다.
특히 장미는 2019년 426t, 2020년 457t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2021년 687t으로 50% 이상 급증했다.
오수태 aT 화훼사업센터 절화경매실장은 "꽃값 급등은 작년 12월 한파 때문에 생산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지난주 졸업식이 몰린 영향이 크다"며 "다른 농산물들처럼 일시적으로 수급이 안 맞아서 생긴 현상인데 금세 해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5일 2만원을 넘었던 장미 평균단가는 7일 1만1천841원으로 40% 이상 내린 뒤 10일 8천998원으로 평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연중 꽃 수요가 가장 많은 초·중·고등학교 졸업식이 종전에는 2월 초순에 주로 열리다 최근 12월 말~1월 초순으로 앞당겨진 점이 꽃값 급등 배경으로 지적된다.
농식품부가 전국 5천800여 개의 초·중·고 졸업식 일정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2월 말~1월 14일 졸업식을 하는 곳이 2천200여 개교로 40%에 가까웠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졸업 시즌이 한 달가량 당겨졌지만 화훼시장 수급이 아직 충분히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며 "설 연휴 후에도 졸업식이 한 차례 더 몰려있지만 그때는 공급 물량이 보통 60% 이상 늘기 때문에 이번 같은 가격 불안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꽃 도매가가 예기치 않게 등귀하자 일부 소매상을 중심으로 도매상들의 담합 의혹도 제기됐으나 아직 뚜렷하게 드러난 근거는 없다.
일부는 상향식인 일반 경매와 달리 하향식인 화훼 경매 구조를 문제 삼기도 한다.
꽃은 높은 가격에서 낮은 가격으로 내려가면서 가격을 정하는 방식 때문에 가격이 높게 결정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향식 경매는 단시간에 많은 물량을 소화하기에 적합한 경매 방식으로 역사가 길고 네덜란드, 일본 등 해외 화훼 시장에서도 널리 채택하고 있어, 경매 방식만으로 불공정 거래를 의심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희중 농식품부 원예경영과장은 "화훼 경매는 전자경매시스템을 통해 이뤄져 참가자들 전부가 모의하지 않고선 담합이 어렵지만, 단정할 순 없기 때문에 조사권이 있는 공정위에 검토를 요청했다"며 "꽃은 가격이 너무 높으면 소비를 위축시키기 때문에 필요한 수요에 맞게 정상적인 가격으로 공급하는 게 모두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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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근거는 뚜렷하지 않아…농림부, 공정위에 검토 요청
연초 졸업식 시즌을 앞두고 꽃 도매가격이 급등하면서 꽃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화훼농가들의 폐업과 수입 물량 감소로 꽃 공급이 달려 빚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각에선 도매상들의 담합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꽃 도매가 상승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소매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담합이 의심되는 화훼 경매 시스템 개선을 요청하는 청원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하지만 꽃값 상승을 코로나19와 결부된 수급체계 교란이나 도매상 담합 의혹과 연결 지을 근거가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꽃값이 지난주 큰 폭으로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서울 양재동 aT화훼공판장에서 경매된 장미 절화(자른 꽃) 1속(10송이)의 평균단가는 지난 5일 2만407원으로 지난해 1월 평균가격(6천390원)의 3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이날 비중이 큰 장미를 포함한 절화류 전체 평균단가는 지난해 1월(4천59원)의 2배 이상인 1만38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오름세는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시작됐는데 지난달 17일(9천723원)까지 평년 수준에 머물던 장미 가격은 22일(1만4천180원) 오름폭을 키우더니 이달 3일 1만6천990원으로 뛰었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의 원인을 꽃 공급량 감소에서 찾을 수 있을까?
전국 화훼공판장 거래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aT화훼공판장의 거래량을 보면, 올 들어 절화류의 경매일 평균 거래량은 11만6천단으로 지난해 1월 평균 거래량(10만단) 대비 15% 이상 증가했다.
2020년 1월(12만단)이나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1월(11만3천단)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거래가 늘어난 만큼 공급량이 뒷받침됐음을 의미한다.
연간 거래량이나 재배면적 추이를 봐도 코로나19 때문에 화훼농가들이 대거 폐업한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aT화훼공판장의 절화류 연간 거래량은 지난해 1천863만단으로 전년보다 8% 증가했으며, 거래대금은 857억원으로 34% 늘었다.
전국 화훼류 재배면적은 2015년 5천831헥타아르(ha), 2018년 4천353ha, 2019년 4천244ha로 감소세를 보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2020년 4천299헥타아르(ha)로 소폭 증가했다.
절화류의 재배면적 추이도 비슷한데 2020년 1천224ha로 전년(1천183ha)보다 3% 늘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화훼농가 지원 정책 때문에 신고 면적이 다소 늘어난 영향을 고려해도 폐업이 눈에 띌 만큼 늘었다고 보긴 어렵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화훼 수입량의 감소가 꽃값 급등의 원인이라는 진단도 실제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화훼 수입량은 2019년 2만2천91t(톤)에서 2020년 2만1천226t으로 3.9% 줄었으나 지난해는 2만1천678t으로 2.1% 늘었다.
특히 장미는 2019년 426t, 2020년 457t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2021년 687t으로 50% 이상 급증했다.
오수태 aT 화훼사업센터 절화경매실장은 "꽃값 급등은 작년 12월 한파 때문에 생산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지난주 졸업식이 몰린 영향이 크다"며 "다른 농산물들처럼 일시적으로 수급이 안 맞아서 생긴 현상인데 금세 해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5일 2만원을 넘었던 장미 평균단가는 7일 1만1천841원으로 40% 이상 내린 뒤 10일 8천998원으로 평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연중 꽃 수요가 가장 많은 초·중·고등학교 졸업식이 종전에는 2월 초순에 주로 열리다 최근 12월 말~1월 초순으로 앞당겨진 점이 꽃값 급등 배경으로 지적된다.
농식품부가 전국 5천800여 개의 초·중·고 졸업식 일정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2월 말~1월 14일 졸업식을 하는 곳이 2천200여 개교로 40%에 가까웠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졸업 시즌이 한 달가량 당겨졌지만 화훼시장 수급이 아직 충분히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며 "설 연휴 후에도 졸업식이 한 차례 더 몰려있지만 그때는 공급 물량이 보통 60% 이상 늘기 때문에 이번 같은 가격 불안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꽃 도매가가 예기치 않게 등귀하자 일부 소매상을 중심으로 도매상들의 담합 의혹도 제기됐으나 아직 뚜렷하게 드러난 근거는 없다.
일부는 상향식인 일반 경매와 달리 하향식인 화훼 경매 구조를 문제 삼기도 한다.
꽃은 높은 가격에서 낮은 가격으로 내려가면서 가격을 정하는 방식 때문에 가격이 높게 결정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향식 경매는 단시간에 많은 물량을 소화하기에 적합한 경매 방식으로 역사가 길고 네덜란드, 일본 등 해외 화훼 시장에서도 널리 채택하고 있어, 경매 방식만으로 불공정 거래를 의심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희중 농식품부 원예경영과장은 "화훼 경매는 전자경매시스템을 통해 이뤄져 참가자들 전부가 모의하지 않고선 담합이 어렵지만, 단정할 순 없기 때문에 조사권이 있는 공정위에 검토를 요청했다"며 "꽃은 가격이 너무 높으면 소비를 위축시키기 때문에 필요한 수요에 맞게 정상적인 가격으로 공급하는 게 모두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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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