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 별세에 광주서 애도 물결(종합)
고(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별세한 9일 광주에서는 고인을 애도하는 마음과 목소리가 잇따랐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날 추모성명을 내고 "잔인한 국가폭력에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남은 삶을 민주화와 인권운동에 다 바쳤다"며 "편안한 집보다 비바람 몰아치는 거리에 나서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고 기억했다.

이어 "전국 곳곳의 민주화운동, 인권 투쟁 현장을 찾아다니며 불의 앞에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고 고통받는 약자들을 따뜻하게 품어 안으셨던 시대의 어머니였다"고 말했다.

또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이 땅에 정의를 바로 세우고 민주주의를 꽃피우며 인권을 지켜내겠다"고 다짐했다.

배 여사와 긴밀한 관계였던 김순 광주·전남 추모연대 집행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이렇게 어머니를 보낼 수 없다.

보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황망해했다.

전날에도 배 여사의 자택을 방문해 담소를 나눴던 김 위원장은 "귀에 들리는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어머니는 민주유공자법을 만들기 위해 지난달 말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하셨다"며 "한 달에 3분의 1을 그 앞에서 서 계셨던 분"이라고 했다.

이어 "살아 계실 동안 민주유공자법이 제정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이제 정말로 어머니가 못다 이룬 뜻을 저희가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배 여사와 자매처럼 지냈다는 이명자 오월어머니집 관장도 "퇴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오늘 찾아가기로 약속을 잡아놨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평생 한열이를 못 잊으시더니 결국 따라가셨나 보다"고 말했다.

또 "민주열사를 위해 생전에 너무 고생하고 애쓰신 분"이라며 "이제는 늘 못 잊어 하던 아들 옆에서 편안한 안식을 누리길 바란다"고 추모했다.

박재만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대표는 "배 여사님의 존재와 활동은 민주화운동 단체에 큰 힘이 됐다"며 "아직 더 사셔야 하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다니 슬프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열사들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되는 것을 그렇게 바라셨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가셔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광주 진보연대도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화를 위한 고인의 삶과 우리에게 보여주셨던 민주화의 열망, 약자를 향한 뜨거운 연대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부디 하늘나라에서 아들과 함께 영면하시기를 빌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역시 "대한민국의 우리 모두는 어머니께 너무나 큰 빚을 졌다"며 "이제 어머니의 뜻을 저희가 이어받아 꽃피우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3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배 여사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전날 퇴원했다가 다시 쓰러져 이날 오전 5시 28분 광주 조선대병원에서 숨졌다.

배 여사는 아들 이한열 열사가 1987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진 것을 계기로 민주·인권 운동에 헌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