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개표 수사 결과와 자신의 갑작스러운 사임 배경 밝혀
박병진 전 조지아주 연방검사장 "대선 부정선거 주장 근거 없어"
미국의 한국계 전(前) 연방 검사장이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사임 당한 과정을 밝혔다.

박병진(미국명 BJay Pak) 전 조지아주 북부 연방검사장은 5일(현지시간) 현지언론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AJC)과의 인터뷰에서 1년 전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 수사 및 자신의 사임 과정에 대해 소상히 밝혔다.

박 전 검사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2017년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연방검사장 자리에 올랐으나 대선 직후인 2021년 1월 초 갑작스럽게 사임했다.

박 전 검사장의 연방의회 증언 및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2020년 12월 30일 또는 31일 리처드 도너휴 당시 법무부 부장관 대리에게 전화를 받았다.

도너휴 부장관 대리는 "대통령이 조지아주 선거 부정 주장에 집착하고 있어 곤란하다"면서 "트럼프는 조지아에서 자신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고 있다"며 선거부정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조지아주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강세 지역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11월 대선 때 조지아주에서 1만2천여 표 차이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패배 직후 트럼프 측은 조지아주 선거 및 개표 과정에 조직적인 부정이 있었다고 여러 차례 주장해왔다.

그러나 그는 "대선 직후 연방 검찰과 연방수사국(FBI)은 수사 결과 부정선거 주장은 근거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당시 도너휴 부장관 대리는 전화 통화에서 박 검사장에게 법무부 내 '트럼프 충성파 관료'들이 조지아주 의회에 선거 결과 인준 거부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박 전 검사장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반박했지만 그들이 계획을 얼마나 진전시켰고 어디까지 가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논쟁 가운데) 선을 넘으려는 사람들과 이를 지키려는 사람이 있었다"며 "법무부에서는 결국 법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이겼다"고 회상했다.

이후 도너휴 당시 부장관 대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곧 그에게 직접 전화를 할 것이라고 귀띔했으며, 이에 대해 박 전 검사장은 "원하는 대로 전화를 해도 좋지만 내 대답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도너휴 당시 부장관 대리는 연방의회 증언에서 "2021년 1월 3일 백악관 회의에서 트럼프가 박 전 검사장을 '네버 트럼퍼'(트럼프를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라고 불렀다"면서 "트럼프는 '내일이 그(박병진)의 연방검사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언급해 박 전 검사장의 사퇴가 트럼프의 보복인사였음을 폭로했다.

박 전 검사장은 결국 1월 4일 사임을 선택했다.

박 전 검사장은 대통령 선거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 "사람들이 진짜로 그런 주장을 믿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단지 실망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객관적인 진실을 계속 무시하면 사람들 간의 합의는 존재할 수 없게 된다"며 "그런 주장은 미국 선거 절차에 영구적인 손상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지아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올해 (중간) 선거에도 비슷한 주장이 계속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