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들 "큰 힘 된다"며 돈 모아 입주자대표에 감사패 증정키로
"귀하께서 만드신 간식함이 택배기사들에게 큰 힘과 위로가 되어 주었습니다.
감사의 마음을 가득 담아 이 패를 드립니다.
"
아파트 단지 안에 간식함을 만드는 데 앞장 선 한 아파트 입주민대표에게 택배기사들이 감사패를 전달하기로 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광교파크자이더테라스 입주자대표를 지낸 박효한(47)씨는 지난달 27일 CJ대한통운 수원신광교대리점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간식함을 만들어줘서 택배기사들이 고맙다고 한다.
기사들끼리 돈을 모아 감사패를 만들었으니 받아달라"는 말이었다.
박씨는 "택배기사님들이 단지 내에서 안전운전해주시고 차량 시동도 잘 끄셔서 오히려 제가 감사하다.
기사님들의 마음만 받겠다"면서 정중히 거절했더니 대리점에서는 이미 제작한 감사패 사진을 휴대전화로 보내왔다.
더는 거절할 수 없다고 생각한 박씨는 조만간 날짜를 잡아 감사패를 전달받기로 했다.
전국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택배기사와 입주민 간 갈등이 발생하는 가운데 이처럼 서로 감사하며 정을 나누는 일은 이례적이다.
이 아파트단지에서 택배기사를 위한 간식함을 마련한 것은 2019년 가을이다.
당시 입주자대표였던 박씨는 택배기사들이 새벽 배송을 하느라 끼니도 못 챙긴다는 뉴스를 접하고 택배기사를 돕는 방안을 고민하다가 간식을 제공하기로 마음먹었다.
아파트 경비실 옆에 4단 정리함 크기의 간식함을 가져다 놓은 뒤 그 안에 건빵과 두유 등을 넣어뒀다.
유통기한 문제가 있고 보관도 어려운 빵과 우유보다 무거운 배송품을 나르는 택배기사들에게 든든한 간식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간식비용은 아파트단지 자선 모임에서 기부를 받아 마련했다.
간식함 주변에는 "입주민을 위해 애써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잠시라도 피곤함을 잊으라고 간식을 준비했으니 드시고 힘내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응원의 글도 붙였다.
"단지 내 안전운행과 안전사고에 유의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지난해 여름에는 생수를 얼려 택배기사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주민들이 간식을 챙겨주는 것에 감동한 택배기사들은 보답하는 의미로 아파트 보안실 관리직원들에게 자신들의 간식을 나눠줬다.
간식함에 대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개인적으로 과일 등 먹을 것을 넣어두는 주민도 생겨나고 있다.
박씨는 "각박한 세상 속에서 갑질도 많이 일어나는데 우리 단지에서 주민과 택배기사님들 사이에 간식함을 매개로 선한 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 매우 기쁘고 감사하다"고 했다.
감사패를 만든 택배기사들은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면서 "아파트 주민들의 배려에 감사하다는 마음 하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박씨를 통해 전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