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도 도구 제작·언어 능력 갖춰"…과학저술가 제니퍼 애커먼 신작
지구에는 1만 종이 넘는 새들이 살고 있다.

인간은 새에 대해 그간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은 미궁에 가려져 있다.

'새들의 천재성'을 출간해 주목받은 미국의 과학저술가 제니퍼 애커먼이 쓴 '새들의 방식'(까치)은 그런 새들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기네스북에 오를 법한 새들의 행동은 눈길을 끌 만하다.

바닷새인 큰앨버트로스는 뭍에 오르지 않고도 수년을 지낼 수 있다.

바다가 거친 날이면 날면서 한쪽 눈을 뜨고 잔다.

북극제비갈매기는 30년 평생 약 240만㎞를 날아다닌다.

달까지 세 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세계 최고의 조류 잠수부는 황제펭귄이다.

이들은 한 번에 5~12분은 물속에서 지낼 수 있다.

숨 한 번 쉬지 않고 27분을 잠수한 기록도 있다.

심박수가 1분당 175회에서 57회로 급격히 느려져 저장된 산소를 천천히 사용하는 게 오랜 잠수의 비결이다.

기이한 행동도 포착된다.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맡기는 탁란(托卵)은 100종 정도의 조류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양육 형태다.

파충류, 포유류에서는 보고된 바 없다.

큰꿀잡이새는 주로 쇠벌잡이새를 숙주로 삼는다.

쇠벌잡이새 둥지에서 부화한 큰꿀잡이새 새끼는 쇠벌잡이새 새끼를 잔혹하게 살해한다.

과다출혈로 죽을 때까지 물어서 흔들어댄다.

이 잔인한 과정은 7시간이나 진행되기도 한다.

아이러니는 그런 과정에서 쇠벌잡이새 엄마가 큰꿀잡이새 새끼에게 먹이를 준다는 점이다.

쇠벌잡이새는 야간시력이 좋지 않기에 잔혹한 현장을 볼 수가 없다.

큰꿀잡이새 새끼는 경쟁자들을 가뿐히 제거하고, 홀로 남아 숙주 부모의 보살핌을 독차지한다.

뉴기니 앵무새는 어미가 갓 부화한 아들을 죽이기도 한다.

다만, 개체군의 성별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아들 살해는 일어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새들의 이런 유별나고 이상한 행동은 대부분 계산된 행동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새들은 진보된 인지 기술을 사용해 의사결정, 패턴 찾기, 미래 도모 등 고도로 발달한 정신적 능력을 수행한다.

뇌 크기가 호두 크기 정도로 작아 지적 능력이 떨어질 것 같지만 많은 뇌세포 수가 이를 보강한다.

한 국제연구팀이 28종의 새들의 뇌에서 뉴런 수를 세어 보았더니 작은 포유류, 심지어 영장류보다도 많은 뉴런이 들어 있었다.

조류의 뇌는 포유류나 영장류보다 크기가 훨씬 작지만, 수가 많고 더욱 조밀하다.

금강앵무 같은 새는 원숭이보다 2배나 많은 뉴런이 연결된 상태로 존재한다고 저자는 밝힌다.

저자는 새들에 대한 연구가 그동안 지지부진하고,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한다.

지역적으로 북반구로 제한되어 있었고, 연구자 대다수가 남성이라 성적 편견도 일정 부분 존재했다.

게다가 장비 또한 부실했다.

그러나 최근 연구 영역이 넓어지고 여성 학자들의 참여가 활발한 데다 새로운 장비와 기술이 속속 도입되면서 새들에 대한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인간이 스스로를 도구 제작, 논리, 언어 능력을 갖춘 유일한 종이라고 계속해서 주장해왔지만, 사실은 새들 역시 비슷한 능력을 소유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며 "그 비범한 행동들을 알게 될수록 새들을 비둘기장 안에 가두려는 노력은 헛수고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조은영 옮김. 448쪽. 2만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