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도시엔 승전 기념물 설치
탈레반 "마네킹 목 떼어내라" 지시…우상 금지가 이유
아프가니스탄 재집권 후 보수적인 이슬람 율법을 토대로 사회 체제를 구축 중인 탈레반이 이번엔 서부 헤라트 지역에서 옷가게 마네킹의 머리 부위를 떼어내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EFE통신 등 외신이 5일 보도했다.

이슬람 질서 구축을 위한 전담 기관인 권선징악부의 샤이크 압둘 아지즈 국장은 EFE통신에 "가게 주인들에게 마네킹 위에 옷을 진열하고 싶으면 마네킹의 목을 떼어내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마네킹의 머리를 가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머리를 떼어낸다고 해도 옷 진열에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탈레반은 사람을 닮은 마네킹이 이슬람 교리에 반한다고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교는 우상 숭배를 금지하며 이로 인해 신이나 인간 등 동물의 모습을 표현하거나 제작하는 것도 전통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권선징악부의 또 다른 관리는 dpa통신에 "이런 것들(마네킹의 머리)은 우상"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시는 일단 헤라트 지역에만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상인들은 이번 탈레반의 조치로 영업에 타격이 생기게 됐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마네킹은 평범한 물건"이라며 "한 개에 80∼100달러씩 하는 마네킹을 약 50개 사용하고 있는데 이번 조치로 큰 손실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권선징악부는 탈레반의 과거 통치기(1996∼2001년)에 '도덕 경찰'로 활동하며 샤리아(이슬람 율법)로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당시 음악, TV 등 오락이 금지됐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는 등 공개 처형도 허용됐다.

여성에는 외출, 취업, 교육 등에 제한이 가해졌다.

한편, 탈레반 정부는 동부 도시 가즈니 등 곳곳에 '승전 기념물'을 배치하고 있다.

가즈니주의 문화국장인 물라 하비불라 무자히드는 AFP통신에 아프간 국민과 세계 그리고 후손들에게 우리가 미국을 무찔렀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이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탈레반 "마네킹 목 떼어내라" 지시…우상 금지가 이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