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미디어에 '언베일드 라스베이거스' 행사…농사와 자율주행 접목도
한국 바디프랜드는 산소 공급 안마의자 공개…발만으로 운전하는 모빌리티 장비
피 안 흘리는 혈당측정부터 첨단 방역마스크까지…혁신의 장 CES
'피 안 흘리고 하는 혈당 측정부터 첨단 방역 마스크에 인공 녹지까지.'
3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만덜레이베이 호텔에서 전 세계 미디어에 공개된 '언베일드(Unveiled)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전 세계에서 참가한 전자·정보기술(IT) 분야 기업과 스타트업들의 혁신의 경연이 펼쳐졌다.

5∼7일 열리는 일반인 대상의 본 행사를 앞두고 참가 기업들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행사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구촌을 휩쓰는 가운데에도 기업들이 다듬어온, 인류의 삶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안내할 기술과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행사를 주최한 미 소비자기술협회(CTA)는 행사장 입구에 '미래로 가는 대기줄의 맨 앞'이란 문구를 써놨다.

피 안 흘리는 혈당측정부터 첨단 방역마스크까지…혁신의 장 CES
프랑스 기업 '에어크좀'은 구리와 탄소 등을 소재로 한 3중 필터를 장착한 첨단 마스크를 선보였다.

능동 여과 기술을 적용했다는 이 마스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99.94% 죽이는 등 바이러스,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을 제거하고, 화학적 오염물질을 걸러낸다고 이 회사는 설명했다.

호흡기 질환자, 버스 운전기사 등 도시 대중교통 수단에서 일하는 종사자 등을 겨냥해 개발했다.

일반 마스크보다 숨 쉴 때 답답하지 않다는 게 이 업체 설명이다.

올해 3월께 미국과 유럽 시장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의 뱅상 가스통은 "원래는 오염된 공기 차단을 목적으로 개발했는데 그 와중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고 말했다.

피 안 흘리는 혈당측정부터 첨단 방역마스크까지…혁신의 장 CES
한국의 안마의자 기업 바디프랜드는 올해 CES 혁신상을 받은 '더 파라오 O2'를 공개했다.

앉았을 때 코와 입이 위치하는 자리에 산소 발생 모듈을 달아 산소를 공급해주는 안마의자다.

통상 대기 중 산소의 농도는 19∼20% 정도지만 미세먼지 오염 등으로 환기를 못 한 실내는 이 농도가 17∼18%로 떨어진다고 이 회사 송승호 이사는 말했다.

피 안 흘리는 혈당측정부터 첨단 방역마스크까지…혁신의 장 CES
더 파라오 O2는 의료용 산소 발생기와 같은 지오라이트 필터를 이용해 대기 중에서 질소를 포집해 빼낸 뒤 45∼55% 농도의 산소를 공급해준다.

송 이사는 "설악산이나 지리산에 가면 산소 농도가 22∼23%까지 올라간다"며 "이 제품은 기분을 쾌적하게 하고 집중력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피 안 흘리는 혈당측정부터 첨단 방역마스크까지…혁신의 장 CES
네덜란드 업체 '비디오윈도'(VideowindoW)는 액정(liquid crystal)을 이용해 광고 등 동영상을 띄울 수 있는 투명한 창(窓)을 출품했다.

빛 센서와 알고리즘이 실시간으로 주변의 밝기를 측정하고 이에 맞춰 적정한 밝기로 동영상을 송출해준다.

반사 억제 기술도 적용돼 눈부심을 막아준다.

동영상이 흑백으로만 표시된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지만 이 제품의 강점은 전력 소비를 크게 줄여 기후 영향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프랜시스코 아얄라 레브룬은 "전력 소비량이 8W에 불과하다"며 "LCD 전광판의 10분의 1, LED 전광판의 100분의 1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레브룬은 "다만 배경이 더 밝아야 하기 때문에 환한 대낮에 주로 쓸 수 있고 밤에는 뒤쪽에 밝은 광원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 안 흘리는 혈당측정부터 첨단 방역마스크까지…혁신의 장 CES
프랑스의 '나이오 테크놀로지'는 농업에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자율운행 농기계를 선보였다.

100% 전기로 작동하는 이 회사 제품은 진돗개보다 좀 더 작은 '어스'부터 소보다 큰 '다이노'까지 3종류인데 파종과 재배, 잡초 제거 기능을 수행한다.

GPS(위성항법장치) 기반으로 밭을 돌아다니며 일하지만 카메라도 이용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어스는 씨를 뿌린 위치를 기억한 뒤 그렇지 않은 곳에 식물이 자라면 잡초라고 판단해 이를 제거한다'며 "인구 고령화로 농사지을 사람들이 줄어드는 현실을 반영해 이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피 안 흘리는 혈당측정부터 첨단 방역마스크까지…혁신의 장 CES
일본 기업 '퀀텀 오퍼레이션'은 바늘로 찔러 피를 뽑지 않아도 혈중 포도당 수치를 측정할 수 있는 시계 형태의 '웨어러블 글루코미터'를 내놨다.

CES 혁신상을 받은 이 제품은 세계 최초의 비(非)외과적 혈당 측정기라고 이 회사 마루야마 수미타카 이사는 설명했다.

마루야마 이사는 "센서에서 혈관에 빛을 쏴 혈중 포도당 수치를 측정하는 방식을 썼다"며 "기존의 표준적 혈당 측정 방식인 혈당 자가측정(SMBG·손가락 끝을 찔러 채취한 혈액으로 혈당을 재는 것)과 견줘 95% 이상 정확하다"고 말했다.

식사 전후 공적인 장소에서도 언제든 혈당 수치를 측정하고 추적할 수 있다는 것도 당뇨병 환자에게는 희소식이라고 마루야마 이사는 덧붙였다.

피 안 흘리는 혈당측정부터 첨단 방역마스크까지…혁신의 장 CES
프랑스 업체 '픽휠'은 발만으로 운전할 수 있는 개인용 모빌리티 장비를 전시했다.

1회 충전으로 30㎞를 가고, 최대 시속 15㎞로 달릴 수 있는 픽휠은 운전자가 이를 타고 다니면서 손으로는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오른쪽 발로 페달을 앞 또는 뒤로 밟으면 전진·후진을 하고 왼쪽 페달은 브레이크 기능을 수행한다.

방향 전환은 발끝을 가고 싶은 방향으로 틀어주면 된다.

'손으로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하라'가 이 회사 모토다.

예컨대 환경미화원이 발로는 이 장비를 운전하면서 손으로는 쓰레기를 수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공항이나 공원, 테마파크 등에서도 이용할 수 있고, 이벤트 개최나 보안 업무, 여행에도 쓸 수 있다고 이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프랑스와 모로코에서 이미 대당 5천200유로(약 700만원)에 팔리고 있는데 미국에도 출시할 계획이다.

피 안 흘리는 혈당측정부터 첨단 방역마스크까지…혁신의 장 CES
같은 프랑스의 '어번 캐노피'는 도시에 녹색 그늘을 늘려줄 제품을 들고나왔다.

드럼통 모양의 통에서 방사형으로 꽃잎처럼 펼쳐진 울타리를 타고 덩굴 식물이 자라도록 해 도시에 녹색 지붕을 늘리자는 것이다.

소형 제품은 바닥 면적 1㎡를 차지하면서 20㎡의 그늘을 제공하지만 가장 큰 제품은 바닥 1㎡를 차지하면서 50㎡ 크기의 그늘을 만들어 준다.

드럼통 모양의 베이스는 흙과 물의 저장고로 쓰여 식물에 양분과 수분을 공급하고 센서가 있어 물이 떨어지면 경보를 울린다.

회사 관계자는 "도시에 녹지가 25% 늘면 기온이 평균 2도 떨어진다고 한다"며 "사람의 손길이 별로 없어도 도시에 녹지를 많이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