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과 자유의 전파인가 제국주의 강화인가…나폴레옹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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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 격동의 유럽사 다룬 대작 '나폴레옹 세계사' 출간
1793년 6월 프랑스 공화국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있었다.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 연합군은 벨기에와 라인란트 전역에서 프랑스군을 몰아냈고, 에스파냐 군대는 남쪽에서 프랑스를 위협했다.
영국은 프랑스 해안선 상당 부분을 봉쇄했다.
내부적으로 왕당파는 복권을 서두르고 있었다.
외세의 침공, 내부 반란, 경제 위기 앞에 정부는 비틀거렸다.
위기 속에서 혁명지도부는 갈수록 급진적으로 흘렀고, 마침내 로베스피에르를 필두로 한 자코뱅 분파가 정부를 장악했다.
그들은 강하고 중앙집권적 지도력만이 공화국을 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전쟁부 장관 라자르 카르노는 '국민 총동원'을 개시해 80만 장병을 단번에 모았다.
무기를 들지 않은 시민들도 열심히 일하도록 장려됐다.
대형전단, 낱장 인쇄물, 신문 등을 통해 "무기를 든 국민"의 메시지는 널리 퍼져나갔다.
직업군인 중심이던 당대 군대에 무장한 국민을 끌어들임으로써 자코뱅파는 현대전의 출현을 알렸다.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교수가 쓴 '나폴레옹 세계사'(책과함께)는 1792년 프랑스 입법의회가 오스트리아에 대한 선전 포고로 시작된 프랑스-오스트리아 전쟁부터 1815년 나폴레옹이 패주한 워털루 전투까지 23년간 유럽 전쟁사를 다룬 역사서다.
저자는 유럽을 중심으로 전개된 이른바 '나폴레옹 전쟁'뿐 아니라 유럽 제국주의의 역학 관계, 각국의 상황, 아메리카 대륙·인도·남아시아 등 식민지 문제를 종합적으로 개괄하며 격동기의 역사를 써 내려갔다.
얽히고설킨 복잡 미묘한 역사를 담아내는데 저자는 무려 1천 쪽 넘게 할애한다.
주석만 책 한 권 분량인 약 300페이지에 이르는 대작이다.
저자에 따르면 나폴레옹 전쟁은 세계대전 전에 가장 규모가 큰 전쟁이었다.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에도 나오는 '보로디노' 전투에는 30만 명이 참전했고, 프랑스군 3만5천 명, 러시아군 4만 명이 사상했다.
100여 년 뒤 제1차 세계대전에서 5만8천 명의 사상자를 낸 솜 전투만이 이 파국적인 규모에 버금갈 정도였다.
전쟁 초기에는 혁명의 열정이 살아 있었다.
국민공회 정부는 "자유를 회복하기를 바라는 모든 인민에게 우애와 지원을 약속"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우애 칙령'을 발표하며 혁명의 불씨를 유럽 각국에 전파했다.
혁명 정부는 총과 포를 앞세워 전제 군주와 귀족들이 지배했던 유럽 국가들로부터 민초들의 삶을 해방할 듯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인민해방을 위해 시작된 전쟁은 정복과 약탈의 전쟁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장군이 권좌에 오르면서 프랑스의 전쟁 목표는 영토팽창과 유럽대륙에서의 패권 장악이라는 전통적인 정책들로 회귀했다.
1804년 황제 자리에 오른 나폴레옹은 1805년과 1810년 유럽 열강이 프랑스를 상대로 맺은 동맹을 세 차례나 분쇄한 뒤 에스파냐의 대서양 연안에서부터 폴란드 평원까지 뻗은 대륙으로 지배권을 확대했다.
물론 프랑스의 군사적 성공은 동맹 세력 내부의 정치적 경쟁 관계에 힘입은 바가 컸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세계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던 유럽국가들은 필요에 따라 합종연횡했지만 그들의 합종책은 헐거웠다.
'왕정을 지키자'는 이념보다는 영토 확장에 더 혈안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혁명 초기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러시아는 프랑스의 진격을 막기보다는 폴란드를 분할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또한 나폴레옹 전쟁은 프랑스와 영국의 헤게모니 싸움이란 측면이 강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두 열강은 유럽만이 아니라 남북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오스만 제국, 이란,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제도, 지중해와 인도양에서 지배권을 놓고 다퉜다.
20년 넘게 이어진 두 열강의 대결은 사실상 제국 건설 과정에서 벌어진 투쟁이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아울러 나폴레옹 전쟁은 세계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광대한 식민지를 보유했던 에스파냐는 전쟁에 휘말리면서 해체의 길로 접어들었고, 오스만 제국도 이집트와 발칸반도 등 속주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했다.
나폴레옹이 탄생시킨 라인연방은 독일연방으로 확대, 변형되며 독일 통일의 디딤돌이 됐다.
전쟁에 따른 막대한 재정지출로 유럽 국가들이 약해진 가운데 미국은 강대국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잡았다.
저자는 "나폴레옹 전쟁은 무엇보다 유럽 내 갈등이었지만, 유럽과 나머지 세계와의 관계를 형성했다"며 "이 무력 분쟁은 유럽 국가들이 개혁과 근대화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과하도록 강요하고 촉진했으며 그 과정에서 세계 여러 지역 간 세력 균형을 변화시켰다"고 설명한다.
최파일 옮김. 1440쪽. 5만8천 원. /연합뉴스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 연합군은 벨기에와 라인란트 전역에서 프랑스군을 몰아냈고, 에스파냐 군대는 남쪽에서 프랑스를 위협했다.
영국은 프랑스 해안선 상당 부분을 봉쇄했다.
내부적으로 왕당파는 복권을 서두르고 있었다.
외세의 침공, 내부 반란, 경제 위기 앞에 정부는 비틀거렸다.
위기 속에서 혁명지도부는 갈수록 급진적으로 흘렀고, 마침내 로베스피에르를 필두로 한 자코뱅 분파가 정부를 장악했다.
그들은 강하고 중앙집권적 지도력만이 공화국을 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전쟁부 장관 라자르 카르노는 '국민 총동원'을 개시해 80만 장병을 단번에 모았다.
무기를 들지 않은 시민들도 열심히 일하도록 장려됐다.
대형전단, 낱장 인쇄물, 신문 등을 통해 "무기를 든 국민"의 메시지는 널리 퍼져나갔다.
직업군인 중심이던 당대 군대에 무장한 국민을 끌어들임으로써 자코뱅파는 현대전의 출현을 알렸다.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교수가 쓴 '나폴레옹 세계사'(책과함께)는 1792년 프랑스 입법의회가 오스트리아에 대한 선전 포고로 시작된 프랑스-오스트리아 전쟁부터 1815년 나폴레옹이 패주한 워털루 전투까지 23년간 유럽 전쟁사를 다룬 역사서다.
저자는 유럽을 중심으로 전개된 이른바 '나폴레옹 전쟁'뿐 아니라 유럽 제국주의의 역학 관계, 각국의 상황, 아메리카 대륙·인도·남아시아 등 식민지 문제를 종합적으로 개괄하며 격동기의 역사를 써 내려갔다.
얽히고설킨 복잡 미묘한 역사를 담아내는데 저자는 무려 1천 쪽 넘게 할애한다.
주석만 책 한 권 분량인 약 300페이지에 이르는 대작이다.
저자에 따르면 나폴레옹 전쟁은 세계대전 전에 가장 규모가 큰 전쟁이었다.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에도 나오는 '보로디노' 전투에는 30만 명이 참전했고, 프랑스군 3만5천 명, 러시아군 4만 명이 사상했다.
100여 년 뒤 제1차 세계대전에서 5만8천 명의 사상자를 낸 솜 전투만이 이 파국적인 규모에 버금갈 정도였다.
전쟁 초기에는 혁명의 열정이 살아 있었다.
국민공회 정부는 "자유를 회복하기를 바라는 모든 인민에게 우애와 지원을 약속"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우애 칙령'을 발표하며 혁명의 불씨를 유럽 각국에 전파했다.
혁명 정부는 총과 포를 앞세워 전제 군주와 귀족들이 지배했던 유럽 국가들로부터 민초들의 삶을 해방할 듯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인민해방을 위해 시작된 전쟁은 정복과 약탈의 전쟁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장군이 권좌에 오르면서 프랑스의 전쟁 목표는 영토팽창과 유럽대륙에서의 패권 장악이라는 전통적인 정책들로 회귀했다.
1804년 황제 자리에 오른 나폴레옹은 1805년과 1810년 유럽 열강이 프랑스를 상대로 맺은 동맹을 세 차례나 분쇄한 뒤 에스파냐의 대서양 연안에서부터 폴란드 평원까지 뻗은 대륙으로 지배권을 확대했다.
물론 프랑스의 군사적 성공은 동맹 세력 내부의 정치적 경쟁 관계에 힘입은 바가 컸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세계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던 유럽국가들은 필요에 따라 합종연횡했지만 그들의 합종책은 헐거웠다.
'왕정을 지키자'는 이념보다는 영토 확장에 더 혈안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혁명 초기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러시아는 프랑스의 진격을 막기보다는 폴란드를 분할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또한 나폴레옹 전쟁은 프랑스와 영국의 헤게모니 싸움이란 측면이 강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두 열강은 유럽만이 아니라 남북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오스만 제국, 이란,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제도, 지중해와 인도양에서 지배권을 놓고 다퉜다.
20년 넘게 이어진 두 열강의 대결은 사실상 제국 건설 과정에서 벌어진 투쟁이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아울러 나폴레옹 전쟁은 세계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광대한 식민지를 보유했던 에스파냐는 전쟁에 휘말리면서 해체의 길로 접어들었고, 오스만 제국도 이집트와 발칸반도 등 속주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했다.
나폴레옹이 탄생시킨 라인연방은 독일연방으로 확대, 변형되며 독일 통일의 디딤돌이 됐다.
전쟁에 따른 막대한 재정지출로 유럽 국가들이 약해진 가운데 미국은 강대국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잡았다.
저자는 "나폴레옹 전쟁은 무엇보다 유럽 내 갈등이었지만, 유럽과 나머지 세계와의 관계를 형성했다"며 "이 무력 분쟁은 유럽 국가들이 개혁과 근대화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과하도록 강요하고 촉진했으며 그 과정에서 세계 여러 지역 간 세력 균형을 변화시켰다"고 설명한다.
최파일 옮김. 1440쪽. 5만8천 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