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개월간 무임수송 손실 2천억원 넘어"…재정난 타개에 안간힘
'1조 손실' 서울교통공사 "을지로3가·신용산역 '이름' 팝니다"
서울교통공사가 을지로4가, 역삼 등 서울 지하철 8개 역에 이어 을지로3가, 신용산 등 2개 역을 대상으로 '역명 병기' 유상 판매에 나섰다.

역명 병기 유상 판매는 지하철역 이름 옆이나 밑 괄호 안에 인근 기관이나 기업, 학교, 병원 등의 이름을 함께 표기하고 사용료를 받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을지로3가역과 신용산역을 대상으로 역명 병기 유상 판매 계약을 추진 중"이라고 4일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는 앞서 지난해 8월 을지로4가, 노원, 뚝섬, 역삼, 발산, 내방 등 8개 역을 대상으로 역명 병기 계약을 맺을 사업자를 찾기 위해 공개 입찰을 진행한 바 있다.

공개 입찰 후 사업자 선정 과정 등을 거쳐 을지로4가역은 '을지로4가(BC카드)'로, 역삼역은 '역삼(센터필드)'으로, 내방역은 '내방(유중아트센터)'으로 역명이 함께 표기됐다.

공사 측은 역명 병기 사업으로 연평균 약 25억원의 수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역명 병기 사업은 2016년 처음 시작됐으며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합쳐져 서울교통공사가 출범한 뒤에는 추가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매년 누적된 적자에 코로나19로 승객이 줄면서 서울교통공사는 재정난 타개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역명 병기 사업을 다시 추진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16년 3천850억원이던 당기순손실은 2017년 5천254억원, 2018년 5천389억원, 2019년 5천865억원으로 3년간 5천억원대였으나 2020년에는 1조1천137억원으로 1조원을 넘겼다.

공사 측은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2015년 이래 동결된 지하철 요금과 연간 수천억원에 이르는 무임수송에 따른 손실을 꼽고 있다.

지난해 1∼10월 공사의 당기순손실은 7천907억원으로 이 중 28.9%에 해당하는 2천283억원이 무임수송에 따른 손실인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2020년 기준으로 1인당 수송 원가(2천61원)가 2천원이 넘었지만, 무임수송 등을 반영하면 1인당 평균 운임은 954원으로 한 명이 지하철을 탈 때 약 1천100원의 손해가 발생하는 셈"이라며 "장기적으로 시설도 개선해야 하는데 계속 적자가 쌓여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무임승차에 대한 손실 보전이 안 되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며 "지하철 1호선 일부 구간을 운영하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경우 보편적 복지 관점에서 정부로부터 무임승차 손실액을 보전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오세훈 시장 등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등 6개 지방자치단체장으로 구성된 '전국 도시철도 운영 지자체 협의회'는 도시철도 법정 무임승차 손실에 대한 국비 보전을 촉구하는 공동건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도시철도 무임수송은 1984년 정부가 노인, 장애인 등의 보편적 이동권을 보장하는 취지에서 도입했다.

하지만 각 도시철도 운영기관과 지자체가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다 보니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서는 국비 지원을 요구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