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거물도 투자"… 대세가 된 '종이포장'
최근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투자 바람이 일면서 미국에 수십 년 만에 처음 들어선 판지 생산공장이 플라스틱 포장을 종이로 대체하려 시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포장재 업체인 그래픽패키징홀딩(GPH)이 6억 달러(약 7천억원)를 투자해 미시간주 칼라마주에 건설한 판지 공장이 이달 가동을 시작한다.

이 업체는 스티로폼 컵이나 과일 등을 담는 플라스틱 투명 팩, 맥주캔 6개들이 플라스틱 고리 등이 없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GPH는 코카콜라, 펩시, 켈로그, 네슬레, 마스, 킴벌리클라크, 프록터앤드갬블(P&G) 같은 거대 식품·음료·소비재 기업들에 포장재를 판매한다.

연간 판매량은 13억개에 이른다.

그래픽과 다른 판지 제조업체들은 전자레인지에 돌릴 수 있는 판지 접시 등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폴리에틸렌 코팅이 아닌 물 기반 코팅의 종이컵을 내놓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분해돼 퇴비화가 가능한(compostable) 컵이 목표다.

GPH의 가장 유망한 새 제품 가운데 하나는 '킬클립'(KeelClip)이다. 이 제품은 캔 위에 판지가 덮여있고 손가락 구멍이 있는 형태로, 이미 유럽에서 맥주 6개들이 플라스틱 고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GPH가 2019년 새 판지 공장 계획을 공개했을 때만 해도 투자자들은 비용과 필요성에 의문을 표했다. 그러나 이후 녹색 투자가 속도를 내면서 이 프로젝트에 새 투자자들이 줄을 섰다.

그래픽은 판지 공장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 9월 녹색채권(그린본드) 1억 달러(약 1천190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녹색채권은 기후변화 대응이나 친환경 사업에 사용할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재활용 시설을 장려하는 미시간주의 정책 덕분에 그래픽의 녹색채권은 이자에 세금이 붙지 않는다. 이 채권에 대한 수요는 공급의 20배가 넘었다.

헤지펀드 거물 데이비드 아인혼도 지난 7월 자신의 그린라이트캐피털이 1천500만 달러 규모의 그래픽 지분을 취득했다고 공개했다.

아인혼은 플라스틱을 공급망에서 없애기 위한 ESG 투자 노력 속에 그래픽의 포장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말했다.

당국의 환경 규제 속에 코카콜라와 AB인베브 같은 기업들은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플라스틱에서 종이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를 언급하고 있다.

ESG 투자 추세에 힘입어 수조 달러의 자금이 ESG 중심으로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펀드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쓰레기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래픽의 베팅은 ESG 자금의 물결이 공급망을 바꿀 수 있을지 큰 시험대가 됐다고 WSJ은 평가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