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소송' 경고…독일 환경장관도 "실수될 것"
EU 최종안 이달 중순 나올 듯…"막대한 파급효과 낼 수도"
원전 '녹색 사업' 분류에 갈라진 유럽…독일vs프랑스 격돌하나(종합2보)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일부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를 환경·기후 친화적인 '녹색' 사업으로 분류하는 규정 초안을 제안하자 독일, 오스트리아 등 일부 회원국이 반발하고 나섰다.

2일(현지시간) dpa,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레오노레 게베슬러 오스트리아 환경부 장관은 전날 EU 집행위의 초안이 전해진 직후 트위터에 "EU의 계획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베슬러 장관은 "원자력은 위험하고 기후 변화와의 싸움에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EU 집행위원회가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마치 친환경 에너지처럼 취급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독일의 슈테피 렘케 환경부 장관도 같은날 자국 매체 풍케미디어그룹에 가스와 원자력을 포함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면서 원자력은 "대단히 파괴적인 환경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독일 연정을 이끄는 사회민주당(SPD) 소속 마티아스 미르슈 의원은 dpa에 "원자력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면서 원자력 폐기물 저장 비용 등을 언급했다.

독일은 다만 천연가스 투자를 녹색 사업으로 분류하는 방안에는 동의했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2일 "천연가스는 온실가스 중립으로 가는 데 다리를 놔주는 중요한 기술"이라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독일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脫) 원전'에 속도를 내왔으며, 지난달 31일 남아있는 원전 6기 중 3기를 멈췄다.

국제 환경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도 EU의 발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WWF 독일의 마티아스 코프 '지속가능한 금융' 부문 대표는 "원자력과 천연가스에 대한 EU 집행위의 입장은 그저 눈을 감고 최선의 결과를 바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U 집행위는 전날 특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에 대한 투자를 환경·기후 친화적인 사업으로 분류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금융 녹색분류체계' 초안을 회원국에 전달했다.

집행위 구상대로라면 프랑스 같은 원전 주력 국가, 독일 같은 천연가스 주력 국가 모두 전략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에서 막대한 파급력을 줄 수 있다고 AP 통신이 진단했다.

지속가능한 금융 녹색분류체계는 어떤 경제활동을 하거나, 환경 기준을 충족하면 환경·기후 친화적인 사업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를 규정한다.

지난 1년간 EU 회원국 사이에서는 원전이나 천연가스 발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할지를 두고 견해차가 컸다.

원전 '녹색 사업' 분류에 갈라진 유럽…독일vs프랑스 격돌하나(종합2보)
EU 회원국 중 전력생산의 70%를 원자력 발전에 기대는 프랑스와 폴란드, 체코, 핀란드 등은 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을 넣자는 입장이고, 탈원전을 지향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덴마크 등은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프랑스 진영에서는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하면 금융 조달이 쉬워져 후쿠시마 원전 참사 이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원전 산업이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독일 진영에서는 원자력이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될 경우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투입돼야 할 막대한 재원이 원전 건설로 빠져나감으로써 그린에너지로 전환이 늦어지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EU 집행위의 제안 초안에 대해서는 회원국들과 전문가 위원단이 면밀한 검토를 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변경될 수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최종안은 이달 중순께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며, EU 회원국들이나 유럽의회는 다수결로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약 다수 회원국이 지지할 경우 EU법이 돼 2023년 발효되게 된다.

EU 집행위가 보낸 초안에서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사업이 계획과 조달된 자금이 있고,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곳이 있으면 환경·기후 친화적인 지속가능한 금융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로 분류하기로 했다.

녹색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새 원전은 2045년 전에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

천연가스 투자의 경우 전력 1킬로와트시(kWh)를 생산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가 270g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 미만이고, 환경오염이 더 심한 화석연료 발전소를 대체하며, 2030년 12월 31일 전까지 건축허가를 받은 경우 녹색으로 분류된다.

집행위는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이 과도기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이번 결정의 근거로 내세웠다.

집행위는 성명에서 "과학적 조언, 현재의 기술 진보, 회원국의 다양한 전환기 과제를 고려해볼 때 천연가스와 원자력은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미래로 전환하는 데 역할이 있다"고 밝혔다.

EU의 이런 방향은 한국이 녹색분류체계에서 원전을 제외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부분적으로 포함하기로 한 것과는 다른 길이다.

앞서 우리나라 환경부는 지난달 30일 원자력 발전은 제외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조건부로 포함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지침서를 발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