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건희 회장 주치의', 4년간 고향 공공의료 최전선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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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앞둔 이종철 창원보건소장…"중요한 때에 보건소 근무할 수 있어 의미"
"감염병 대처하는 인력·시설 확충 필요…앞으로는 글로 사회에 도움 주고 싶어" "예방접종이나 하는 줄 알던 보건소가 참 중요한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핵심이라는 걸 감염병을 계기로 시민분들이 체감하게 된 거죠. 보건소가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때에 근무할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
만 4년의 근무를 마치고 오는 6일 퇴임하는 이종철(73) 경남 창원보건소장은 2021년 마지막 날 보건소에서 진행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근무 소회를 이렇게 풀어냈다.
이 소장의 창원보건소 근무는 2018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취임 소식은 지역사회에서 화제를 모았다.
화려한 이력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 빅5 병원 중 한 곳인 삼성서울병원장을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삼성 계열 병원·의대·연구소 운영을 총괄하는 삼성의료원장을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지냈다.
한때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주치의를 맡기도 했다.
원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도 공부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를 시작한 1977년부터 40년이 넘는 세월 대부분을 민간 의료 부문에서 일하며 노장이 된 그는 그간의 경험을 발판 삼아 공공의료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며 고향 창원의 4급 보건소장직에 지원했다.
취임 이후 한동안은 의료 취약계층 방문 진료·상담, 치매 예방을 포함한 각종 건강증진사업에 매진했다.
그는 보건소가 '도심 속 무의촌'(無醫村)에 관심을 쏟아야 할 때라고 믿는다.
의사나 의료시설이 있더라도 "돈 없어 병원 못 가면 무의촌"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치매·정신질환은 물론이고 노령의 극심한 우울을 겪으면서도 아무런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방치된 이들에게 보건소가 '의료 돌봄'을 제공하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했다.
2년 임기가 끝나가던 2020년 1월 무렵에는 임기를 한 차례 연장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지역사회에 코로나19 감염 공포가 막 퍼지기 시작한 때였다.
이 소장은 "(보건소에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는데, 감염병이 시작할 때 그만둘 순 없었다"며 "불행 중 다행이랄까 저는 삼성서울병원장 등을 지내면서 신종 플루, 메르스 등을 겪어봤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 나름대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뛰어다녔다"고 말했다.
창원 5개 구 중 2곳을 관할하는 보건 행정 업무를 진두지휘하며 코로나19의 한복판을 헤쳐온 그는 감염병에 대처하는 인력·시설 부족 등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라며 쓴소리도 했다.
"팬데믹의 특성을 공부하거나 철저히 준비된 인력이 있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일부 집단감염 사태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욕할 문제가 아니고, 코로나19를 계기로 향후에는 제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변화를 꾀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건소에서는 뼈 빠지게 일을 해나가는데 인원이 적다 보니 갑자기 터지는 큰 사태들에 대처하는 데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역학조사 과정 등에서)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는 때도 온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또 "민간 의료의 문제점과 이를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감염병 사태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등 시 나름대로 보건의료에 대한 청사진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3개로 나뉜) 보건소 조직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본청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보건국 설치 필요성도 역설했다.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인구 100만 대도시 덩치에 맞게 창원에도 의과대학과 보건환경연구원이 설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 돌봄 부문에서는 '원격진료'로 새 가능성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이제는 원격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며 "지역사회 의료 돌봄 사업 수행 때 간호사 1명, 사회복지사 1명이 각 현장을 방문하는 것도 도움이 될 테지만, 주변의 개원의들을 연결해줘 원격진료를 수행하면 의료산업 육성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제 보건소장의 역할을 내려놓으려고 한다.
감염병 대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업무 체계가 잡혔고, 건강을 위해 잠시 쉬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의료계에 바쳐온 그의 열정은 계속될 예정이다.
앞으로는 글을 통해 사회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는 "민간 병원에서, 보건소에서 경험한 것들을 기반으로 많은 글을 써보고 싶다.
우리나라 보건의료가 어떻게 가면 좋을까, 국가에서는 어느 정도 공공의료에 투자해야 할까 등등. 물론 감염병과 관련해서도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며 멈추지 않는 의지를 드러냈다.
/연합뉴스
"감염병 대처하는 인력·시설 확충 필요…앞으로는 글로 사회에 도움 주고 싶어" "예방접종이나 하는 줄 알던 보건소가 참 중요한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핵심이라는 걸 감염병을 계기로 시민분들이 체감하게 된 거죠. 보건소가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때에 근무할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
만 4년의 근무를 마치고 오는 6일 퇴임하는 이종철(73) 경남 창원보건소장은 2021년 마지막 날 보건소에서 진행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근무 소회를 이렇게 풀어냈다.
이 소장의 창원보건소 근무는 2018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취임 소식은 지역사회에서 화제를 모았다.
화려한 이력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 빅5 병원 중 한 곳인 삼성서울병원장을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삼성 계열 병원·의대·연구소 운영을 총괄하는 삼성의료원장을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지냈다.
한때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주치의를 맡기도 했다.
원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도 공부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를 시작한 1977년부터 40년이 넘는 세월 대부분을 민간 의료 부문에서 일하며 노장이 된 그는 그간의 경험을 발판 삼아 공공의료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며 고향 창원의 4급 보건소장직에 지원했다.
취임 이후 한동안은 의료 취약계층 방문 진료·상담, 치매 예방을 포함한 각종 건강증진사업에 매진했다.
그는 보건소가 '도심 속 무의촌'(無醫村)에 관심을 쏟아야 할 때라고 믿는다.
의사나 의료시설이 있더라도 "돈 없어 병원 못 가면 무의촌"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치매·정신질환은 물론이고 노령의 극심한 우울을 겪으면서도 아무런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방치된 이들에게 보건소가 '의료 돌봄'을 제공하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했다.
2년 임기가 끝나가던 2020년 1월 무렵에는 임기를 한 차례 연장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지역사회에 코로나19 감염 공포가 막 퍼지기 시작한 때였다.
이 소장은 "(보건소에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는데, 감염병이 시작할 때 그만둘 순 없었다"며 "불행 중 다행이랄까 저는 삼성서울병원장 등을 지내면서 신종 플루, 메르스 등을 겪어봤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 나름대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뛰어다녔다"고 말했다.
창원 5개 구 중 2곳을 관할하는 보건 행정 업무를 진두지휘하며 코로나19의 한복판을 헤쳐온 그는 감염병에 대처하는 인력·시설 부족 등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라며 쓴소리도 했다.
"팬데믹의 특성을 공부하거나 철저히 준비된 인력이 있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일부 집단감염 사태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욕할 문제가 아니고, 코로나19를 계기로 향후에는 제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변화를 꾀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건소에서는 뼈 빠지게 일을 해나가는데 인원이 적다 보니 갑자기 터지는 큰 사태들에 대처하는 데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역학조사 과정 등에서)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는 때도 온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또 "민간 의료의 문제점과 이를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감염병 사태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등 시 나름대로 보건의료에 대한 청사진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3개로 나뉜) 보건소 조직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본청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보건국 설치 필요성도 역설했다.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인구 100만 대도시 덩치에 맞게 창원에도 의과대학과 보건환경연구원이 설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 돌봄 부문에서는 '원격진료'로 새 가능성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이제는 원격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며 "지역사회 의료 돌봄 사업 수행 때 간호사 1명, 사회복지사 1명이 각 현장을 방문하는 것도 도움이 될 테지만, 주변의 개원의들을 연결해줘 원격진료를 수행하면 의료산업 육성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제 보건소장의 역할을 내려놓으려고 한다.
감염병 대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업무 체계가 잡혔고, 건강을 위해 잠시 쉬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의료계에 바쳐온 그의 열정은 계속될 예정이다.
앞으로는 글을 통해 사회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는 "민간 병원에서, 보건소에서 경험한 것들을 기반으로 많은 글을 써보고 싶다.
우리나라 보건의료가 어떻게 가면 좋을까, 국가에서는 어느 정도 공공의료에 투자해야 할까 등등. 물론 감염병과 관련해서도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며 멈추지 않는 의지를 드러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