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심리발달센터장 황희씨…세 딸 돌잔치 대신 365만원씩 기부
소아암 환자 위해 딸 모발도 기부…"지금보다 더 살만한 세상 꿈꾼다"
"쑥스러워서 숨기려 했는데, 저희 작은 행동이 '선한 영향력'이 되더라고요.

"
전북 전주에서 언어심리발달센터를 운영 중인 언어치료사 황희(37)씨는 세 자녀의 돌 때 '특별한 기부'를 했다.

세 자녀 출생일부터 돌까지 하루에 1만원씩 모두 365만원씩을 모아 전주시에 기탁한 것이다.

세 딸 아이가 각각 첫 번째 생일을 맞은 2015년과 2017년, 2019년에 돌잔치를 생략하고 그동안 마음을 담아 마련한 기부금이다.

기부금은 장애 아동과 그 가족이 문화생활을 누리는 데 쓰였다고 한다.

16년째 언어치료사로 일해온 황씨가 이런 기부를 택한 데는 '하는 일'의 영향이 컸다.

황씨는 규모는 작지만 언어심리발달센터를 운영하면서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부족한 아이들을 돕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센터에는 장애 아동뿐 아니라, 발음이 부정확하거나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들이 찾아온다.

황씨는 심리 치료와 미술 치료 등으로 그들의 언어적, 정서적 발달을 돕는다.

세 아이를 키우는 황씨는 이런 아이들이 남 같지 않다.

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아이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을 지켜보면 오히려 '힐링'이 된다고 한다.

또 다른 면에서 보자면 건강하게 태어나준, 활달하게 자라나는 세 딸이 고맙기만 하다.

황씨는 "아이들을 낳을 때 혈압, 당뇨로 인한 '고위험 산모'여서 고생을 많이 했다"며 "그래서인지 우리 아이들은 물론 센터에 아니는 아이들, 장애 아동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고, 기부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랑의열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착한 가게'에도 가입해 정기 후원을 하고 있다.

센터 개원 1년 차에는 매월 1만원, 2년 차에는 매월 2만원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기부금을 늘리고 있다.

내년이면 센터를 개원한 지 꼭 10년이 된다.

둘째 하은이가 태어난 2016년에는 전주시가 추진하는 생리대 지원 사업에 쓰일 100만원도 선뜻 내놨다.

황씨가 소외되고 아픈 이들과 나누는 것은 돈뿐만이 아니다.

그의 첫째 딸 태은이는 6살 때 허리까지 내려오는 모발을 싹둑 잘라 기부를 했다.

소아암 환자들을 위한 선행이다.

모발 기부를 위해 태은이는 염색도 파마도 하지 않았다.

약품이 닿은 모발은 기부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태은이는 6년을 참았다.

아픈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황씨가 자녀와 머리를 맞대 결심한 일이다.

황씨는 이런 일을 외부에 알리는 데 처음에는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보다 많은 이들이 부족하고, 아픈 아이들을 돕는 일에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 점차 커졌다.

황씨는 "주변의 왜곡된 시선이 있을까 봐 기부를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이런 일을 알려야 선한 영향력이 확산한다는 주변의 권유에 따라 생각을 고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기부는 어떻게 하면 되는 거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며 "연예인이나 재벌처럼 한 번에 큰돈을 내놓을 수는 없지만, 꾸준히 남을 위한 삶을 살면 지금보다는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밝게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