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해먹으려 작정하고 들어와"
"'아파트 관리비=주인없는 돈' 확인"
경리직원·관리소장 등 경찰 조사
입사 한달만에 아파트관리비 1.2억원 횡령한 경리
경리학원을 막 졸업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한 여직원이 입사 후 한달만에 무려 1억여원을 횡령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아파트 관계자들은 여직원이 아예 처음부터 횡령을 목적으로 관리사무소에 취업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의 A 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48살 여성 B씨는 지난해 11월8일 A 아파트 관리사무소 경리 직원으로 취업한 후 같은 달 17일부터 12월9일까지 11차례에 걸쳐 1억2천4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초보' 경리인 B씨는 입사 후 1주일 뒤부터 바로 '행동'에 들어간 셈이다.

보통 기업의 횡령 범죄가 입사 경력이 오래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직원에 의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B씨의 범행 수법도 매우 단순했지만 한달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해 아파트 관리비는 '주인없는 돈'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듣기에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관리 사무소 자료를 보면 그는 은행에서 관리비를 현금으로 출금하거나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횡령했다.
입사 한달만에 아파트관리비 1.2억원 횡령한 경리
B씨는 규정에 따라 은행에서 출금하기 위해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 등을 포함한 모든 결재 과정을 거쳤지만 아무도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관리사무소를 운영하는 C 업체가 회계 장부상 입출금 내역에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고서야 횡령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파트 관리를 책임진 C사는 주민들에게 사과함과 동시에 B씨가 횡령한 금액을 지난달 24일까지 관리사무소로 모두 입금하고, B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관리 사무소장은 전날 사직하고 역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입사 한달만에 아파트관리비 1.2억원 횡령한 경리
이 아파트의 동장인 D씨는 "아파트 관리비는 유용 위험에 대비해 결재 절차가 여러 단계이고 은행 입출금 전표도 일일이 확인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면서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 회장인 E씨는 "해 먹으려고 작정하고 들어온 거 같다"면서 "내 나이가 80대다. 금액을 보고 결재했고 소장이 은행 업무를 같이 다녀 (횡령을)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입주자대표회 사람들이 서류를 잘 못 보는데 (관리사무소를 감시하는 입주자대표회의) 태생이 잘못됐다"면서 "여직원은 돈을 잃어버려 가상화폐 투자로 복구하려고 관리비를 횡령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경리직원이 새로 오자마자 거액을 횡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누군가 공범이 있는거 아닌지도 의심된다. 경찰의 철저한 수사가 요망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