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여성 등 120명 태운 표류 선박 구조키로 결정

인도네시아 정부가 미얀마의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난민 120명을 태우고 표류 중인 선박의 상륙을 또 승인했다.

인도네시아, 미얀마 로힝야족 난민선 또 상륙 허용
30일 안타라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치법률안보조정부 난민 책임자는 "정부는 인류애적 차원으로, 아체주 앞바다에 표류하는 선박에 탄 로힝야족 난민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전날 저녁 발표했다.

앞서 지난 26일 수마트라섬 최북단 아체주 앞바다에 난민선이 표류 중인 것을 어부들이 발견해 당국에 신고했다.

탑승객은 120명 정도이며, 다른 로힝야족 난민들과 마찬가지로 방글라데시 난민촌에서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말레이시아 밀입국을 노린 것으로 추정됐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 인도네시아 지부는 난민선 탑승자는 여성과 어린이가 대부분이고, 일어서기도 힘들 정도로 좁은 공간에 갇혀 있어 건강 상태가 우려된다며 당장 이들의 생명을 구해달라고 호소했다.

표류 중인 난민 가운데 여성이 60명, 어린이가 51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난민기구(UNHCR)도 해당 선박에 물이 새고 있어 전복될 위험이 있다며 상륙 승인을 인도네시아 정부에 요청했다.

인권 단체들과 유엔난민기구는 인도네시아 정부 결정을 환영하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 다른 국가들도 인도네시아 정부를 본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로힝야족 난민들을 하선시킨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와 건강 체크부터 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미얀마 로힝야족 난민선 또 상륙 허용
인도네시아는 작년부터 여러 차례 로힝야족 난민선을 구조했다.

미얀마의 로힝야족 70여만 명은 2017년 8월 말 미얀마군에 쫓겨 방글라데시로 피해 난민촌에 모여 산다.

난민 가운데 일부는 국교가 이슬람교인 말레이시아에 가는 것을 목표로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밀항을 시도했다가 선박에 문제가 생겨 표류하거나, 말레이시아 해경이 돌려보내는 바람에 수개월씩 바다를 떠돌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이미 20만명 이상의 로힝야족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며 더는 못 받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인도네시아는 코로나 팬데믹에도 여러 차례 난민선을 받아줬다.

다만, 인도네시아 당국이 유엔난민기구와 함께 아체주에 난민캠프를 만들어줬음에도 로힝야족 난민 70% 이상이 말레이시아 밀입국 재시도 등을 위해 종적을 감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