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통감 권266∼270·경주 분황사 금동약사불도 지정 예고
조선시대 천문사상이 담긴 과학문화재이자 당시 대표 공용 해시계였던 '앙부일구'(仰釜日晷) 3점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미국 경매에서 구매해 들여온 국립고궁박물관 소장품을 비롯해 국립경주박물관, 성신여대박물관에 있는 앙부일구를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솥을 뒤집어 놓은 듯한 모양의 해시계인 앙부일구는 '앙부일영'(仰釜日影)으로도 불린다.

세종 16년(1434) 장영실, 이천, 이순지 등이 왕명에 따라 제작해 종로에 있던 다리인 혜정교와 종묘 앞에 설치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모든 시설에 시각보다 큰 것이 없는데, 밤에는 경루(更漏)가 있으나 낮에는 알기 어렵다.

구리로 부어서 그릇을 만들었으니 모양이 가마솥과 같다.

길 옆에 둔 것은 보는 사람이 모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백성들이 일할 때를 알게 될 것이다"라는 직제학 김돈의 설명이 있다.

조선시대 전기 앙부일구는 현존하지 않는다고 전하며,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유물 3점도 18세기 초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앙부일구 3점의 겉면에 새겨진 글씨 '북극고 37도 39분 15초'(北極高 三十七度 三十九分 一十五秒)의 위도 값이 1713년 이후 사용됐다는 사실이 문헌 '국조역상고'(國朝曆象考)에 남아 있다.

기존에 보물로 지정된 국립고궁박물관의 다른 앙부일구 2점은 17∼18세기에 제작됐다고 알려졌다.

세 유물은 재질이 금속이며, 형태와 제작 기법이 유사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세쌍둥이'에 비유했다.

다만 국립고궁박물관 앙부일구는 색상이 조금 밝은 편인데, 소장자가 꾸준히 닦아서 달라진 결과로 분석됐다.

오목한 몸체를 다리 네 개가 받치고 있으며, 다리에는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용이 표현됐다.

안쪽에는 북극으로 향한 그림자침인 영침(影針)이 달렸다.

15분 간격의 시각선과 계절과 절기를 알려주는 눈금도 있다.

문화재청은 앙부일구 세 점에 대해 숙련된 기술자가 만들어 조형미와 독창성이 있고, 조선시대 천문기술 발전과 애민정신을 엿볼 수 있어 보물로 지정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앙부일구가 고안된 해인 1434년에 주조한 금속활자 '갑인자'(甲寅字)로 찍은 '자치통감 권266∼270'과 조선 후기 불상인 '경주 분황사 금동약사여래입상'도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보유한 자치통감 권266∼270은 1436년에 출판된 자치통감 294권 가운데 일부다.

자치통감은 송나라 사마광이 편찬한 중국 역사서로, 이 책과 유사한 판본이 국립중앙도서관과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있다.

1436년에 간행된 자치통감은 현존하는 자료가 많지 않으며, 권266∼270도 다른 곳에는 없다고 알려졌다.

앞서 보물이 된 서적과 비교하면 인쇄와 보존 상태가 좋은 편이다.

경주 분황사 금동약사여래입상은 높이가 3.4m에 이르는 대형 불상이다.

1998년 분황사 보광전 해체·수리 과정에서 나온 기록을 통해 1609년에 구리 5천360근으로 제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유재란 때 훼손된 금동약사불을 전쟁이 끝난 뒤 다시 만든 것으로 판단된다.

우람한 몸체와는 달리 얼굴이 동그랗고 통통하며 어깨가 왜소해 아이 같은 인상을 준다.

앳된 느낌의 이목구비는 16세기 불상 양식의 흔적이고, 길쭉한 비례감과 세부 주름은 17세기 불상 특징으로 평가됐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들 문화재 5건의 보물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