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쓴소리' 유니클로 회장 "코로나 쇄국이 日 죽인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일본의 '미스터 쓴소리'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 운영사) 회장(사진)은 "일본이 코로나19 쇄국을 계속하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나이 회장은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 끼인 일본 기업의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 "일본에는 원래 아무것도 없다라는 것을 인식하고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의 인재를 불러들이고 일본인을 세계에 내보내는 등 열린 국가가 아니고서는 살아남지 못한다"며 "코로나19로 일본은 쇄국상태가 돼 정보기술(IT)인재의 입국이 어려워졌다"고 우려했다. 이어 "저출산·고령화가 진전되고 수출도 어려워지면 일본은 해외에 나가서만 벌 수 있는 구조가 돼 일본에는 노인만 남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잃어버린 30년' 장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헝그리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더 이상 안정적인 직업은 없는데 캐리어의 선로(직업안정성)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나이 회장은 "앞으로 모든 산업이 정보산업과 서비스산업이 될 것"이라며 "디지털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여서 세계 시장에서 돈을 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이 더 힘을 내야 한다"며 "일본은 중소기업을 지나치게 많이 보호하는데 중소기업이 자립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에는 360만개의 기업이 있는데 이 가운데 99.6%가 중소기업이다.

미중 패권경쟁에 대해서도 "현실을 보라"며 색다른 견해를 펼쳤다. 야나이 회장은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립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금융자본은 중국 투자를 이어가고, 미국 애플 등의 제품은 전부 중국제(중국산 부품을 쓴다는 의미)"라며 "중국의 미국 수출액도 늘어나는 등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으로는 잘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나이 회장은 "과거 일본도 지금의 중국과 같이 당한 적이 있다"며 "미국은 일제 수입차를 해머로 부수고, 도요타자동차를 죄인 취급하며 미국 의회의 청문회로 부른 나라"라고 말했다. "그런 미국의 속내를 파악해야 한다"고도 했다.

야나이 회장은 유니클로가 신장면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노코멘트"로 일관해 왔다. 미국과 유럽은 신장면이 신장위구르자치구 소수민족의 강제노역을 통해 생산됐다며 수입 및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신장면에 대한 코멘트 회피가 중국의 불매운동을 의식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야나이 회장은 "그렇지 않다. 미국과 중국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에 서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미국의 수법은 기업에 후미에(踏み絵·에도시대에 기독교도인지를 가리기 위해 일반 시민들에게 그리스도와 마리아상을 새긴 널쪽을 밟게 한 일)를 강제하는 일"이라며 "그런 수법에 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사업에 주력하는 이유는 "미국 시장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야나이 회장은 "1995년 미국과 일본의 의류소비액은 각각 16조엔(약 165조원)으로 일본이 좀 더 컸다"면서 "지금은 미국이 40조~50조엔 규모지만 일본은 9조엔 아래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야나이 회장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함께 재계에서 할 말은 하는 경영인으로 통한다. “총리의 취미를 외교에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하게 비판했고, 지난해 인터뷰에서는 “한국에 반감을 갖는 것은 일본인이 열등해진 증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