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ㆍ동맥경화ㆍ심근경색, 골수의 미세 혈관구조에 악영향
'백혈구 증가→염증 자극→심장병 악화' 악순환 부추겨
저널 '네이처 심혈관 연구'에 논문
염증은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와 함께 심장 질환을 일으키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염증으로 혈관 내벽에 지질이 쌓이면 관상동맥을 통한 혈액 공급이 끊겨 심근경색(심장마비)을 유발할 수 있다.

보통 백혈구는 감염을 막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혈관 등의 염증을 촉발하는 주범도 백혈구다.

실제로 심장병 환자의 백혈구 수치는 건강한 사람보다 훨씬 더 높은 경향을 보인다.

염증을 일으키는 백혈구는 혈관 내벽에 축적된 지방 및 콜레스테론 플라크(plaque)에서 많이 관찰된다.

중요한 사실은, 골수에서 너무 많은 백혈구가 만들어지면 몸 안 어디서든 염증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골수의 백혈구 생성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원인을, 미국 하버드 의대의 최대 교육 병원인 매사추세츠 제너럴 호스피털(MGH)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MGH 시스템 생물학 센터의 마티아스 나렌도르프 박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네이처 심혈관 연구'(Nature Cardiovascular Research)에 논문으로 실렸다.

나렌도르프 박사는 하버드 의대 진단방사선과 교수이기도 하다.

29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몸 안의 조혈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심혈관 질환이 악화할 수 있다.

심장과 관상동맥 등을 공격하는 염증성 백혈구가 너무 많이 생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혈모세포의 증식과 전체 백혈구 규모를 제어하는 건 골수의 미세 혈관구조다.

하지만 심혈관 질환이 골수의 미세 혈관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나렌도르프 박사팀은 이 부분을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춰 인간의 골수와 생쥐 모델에 실험했다.

여기에서 고혈압과 아테롬성 동맥 경화(atherosclerosis), 심근 경색이 골수 혈관에 영향을 미치는 3대 요인이라는 걸 확인했다.

이들 요인은 골수 혈관 내벽의 기능 이상과 출혈, 혈관 섬유증, 혈관 생성 등을 부추겼고 이는 염증성 골수 세포의 과도한 생성과 전신의 백혈구 증가로 이어질 수 있었다.

골수 혈관의 내피세포는 심혈관 질환의 모든 검사 단계에서 염증성 전사 표현형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골수 혈관의 내피에서 특정 성장 인자 수용체(Vegfr2)를 제거해 혈관 생성을 억제하면 심근경색 후의 조혈 작용이 늦춰졌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나렌도르프 교수는 "이렇게 백혈구가 증가하면 체내 모든 부위에서 염증을 촉발할 수 있다"라면서 "당연히 심장과 관상동맥도 여기에 포함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고혈압 같은 심혈관 질환이 생길 경우 골수의 혈관 미세구조와 골수의 활성도에 나쁜 영향을 미쳐 '백혈구 증가-염증 자극-심혈관 질환 악화'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골수의 혈관이 백혈구 생성 등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염증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등이 새롭게 조명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성과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심장병 치료 표적의 발굴과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예컨대 골수의 백혈구 생성을 정상 수치로 되돌려 체내 염증 플라크를 진정시키는 방법을 찾아내면 유망한 치료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