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코멘트' 기조 깨고 "손아섭에게 4+2년 59억원 제시" 밝혀
"샐러리캡 여유 생겼다…내년과 내후년에 좋은 FA 많이 나온다"
침묵 깬 성민규 롯데 단장 "내년과 내후년 FA에 집중하겠다"
"욕을 안 먹겠다는 게 아니라 욕을 할 거면 제대로 알고 하시라는 거죠."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성민규 단장은 2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자유계약선수(FA) 손아섭과의 협상 과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며 그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성 단장은 롯데에서만 15년간 뛴 손아섭이 NC 다이노스와 4년 총액 64억원에 계약하며 전격 이적했을 때 따라올 팬들의 반발을 충분히 예상했다.

실제로 인터넷 야구 커뮤니티에는 프랜차이즈 스타 손아섭을 잡지 못한 롯데 구단을 성토하는 글이 쏟아졌다.

급기야 롯데가 손아섭에게 4년 20억대 헐값 제의를 했다는 루머까지 퍼지면서 성 단장은 요즘 말로 '욕받이'로 전락했다.

성 단장은 2019년 9월 롯데 단장 부임 이후 FA 협상에 관해서는 '노코멘트' 기조를 이어왔다.

이번에도 어떤 욕을 먹든 가만히 있으려고 했지만, 악의적인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침묵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는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욕을 먹을 거면 그래도 팬들이 진실을 알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인터뷰를 수락한 이유를 설명했다.

성 단장이 밝힌 바로는 롯데는 손아섭에게 '4+2년 총액 59억원'을 제시했다.

내부적인 통계 기반으로 측정한 금액인 30억원대 중반 보다 높여서 베팅했지만, NC의 오퍼(4년 64억원)를 이길 수는 없었다.

롯데의 제시액이 적정했느냐를 두고는 판단이 엇갈릴 수 있다.

일부 팬들은 손아섭같이 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선수라면 무리해서라도 시장 가격에 맞췄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성 단장은 "내부 FA의 몸값은 대안이 있느냐, 없느냐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전제했다.

그는 "대안이 아예 없다면 손아섭이 부르는 대로 다 줘야 한다.

물론 우리도 대안이 있긴 하지만 100% 만족할만한 대안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4+2년 59억원'이 나온 것이다.

100% 만족할만한 대안이 있었다면 오퍼 자체를 안 했겠죠"라며 "다만 그 선을 넘어가면서까지 협상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침묵 깬 성민규 롯데 단장 "내년과 내후년 FA에 집중하겠다"
롯데는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8순위로 지명한 고승민이 군 복무를 마치고 최근 팀에 복귀했다.

외야 자원인 추재현, 김재유, 신용수, 장두성도 지난 시즌의 활약을 바탕으로 2022년 중용될 선수들이다.

신인 조세진을 포함해 이들을 적절하게 배분해서 활용한다면 손아섭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성 단장은 보고 있다.

그는 "손아섭은 방망이는 잘 치지만 외야 수비는 좀 약한 편이었다"며 "손아섭이 없는 대신 다른 선수가 타석에서 2할8푼 치면서 외야 수비를 더 잘한다면 표면적으로는 공격력이 약해 보여도 팀이 이기는 데는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성 단장은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앞으로를 더 내다보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2, 제3의 손아섭이 나오려면 결국은 누군가 들어가서 뛰어야 한다.

기회비용을 감안해야 한다"며 "당장은 손아섭이 들어가서 뛰는 게 낫겠지만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부분도 생각해야 한다.

여러 가지를 계산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아직 내부 FA 정훈과의 협상이 남아 있지만, 롯데는 한계치까지 과열된 이번 FA 시장에서 한발 물러선 덕분에 '몸값 다이어트'에는 확실히 성공했다.

2019년만 해도 압도적인 연봉총액 1위였던 롯데는 내년에는 최하위권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2023시즌부터 시행되는 연봉총액상한제(샐러리캡) 여력은 확보됐다.

성 단장은 "내년과 내후년에 좋은 FA들이 많이 나온다"며 "그때 좋은 FA 선수를 노릴 여력은 충분하다.

다른 팀이 따라올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내년과 내후년에 나오는 선수들에게 집중하겠다"고 했다.

일단은 지금처럼 성적과 육성을 병행하며 차근차근 강팀의 토대를 다진 뒤 때가 됐을 때 과감하게 투자에 나서겠다는 말이다.

그는 "물론 이러한 계획이 신기루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현실적인 계획을 짜고 가야 한다.

계획을 세우고 가는 것과 그냥 가는 건 다르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