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까지 179곳 폐쇄…연말까지 70여 곳 추가로 사라져
취약층 금융 소외·소비자 차별 논란…은행 "생산성·지점간격 고려한 결정"
공동지점 논의 지지부진…금융당국 "접근성 유지 방안 모색"
5대 은행 지점 올해 250곳 폐쇄…정부 대안은 우체국·편의점?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 '폐쇄'를 둘러싼 은행과 주민의 갈등이 은행의 양보로 봉합됐지만 급속한 금융의 디지털화 속에 취약층의 접근성 문제가 과제로 부상했다.

최근의 지점 폐쇄는 중소도시에 은행별로 1~2개뿐인 지점도 줄줄이 사라지는 양상으로, 지역 고령층의 불편을 겪게 될 뿐만 아니라 수십 년 단골 주민으로서는 평생 신용기록을 쌓은 거래처가 사라지는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은행의 지점 축소와 디지털 전환은 가속도가 붙었지만, 금융당국과 은행의 대안은 진전이 없거나 추진 초기 단계로 취약층의 금융 소외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월계동 주민 "고령층 등 고려해 창구 일부라도 남겨야"
결국 창구 존치로 선회했으나 앞서 신한은행은 노원구 월계동 지점을 내년 2월에 폐쇄하고 이를 '디지털라운지'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디지털라운지는 대면 서비스 창구를 없애고 비대면 화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데스크' 장비를 설치한, 사실상 '무인점포'다.

'컨시어지'로 불리는 용역직원 1명 배치되나, 창구 업무가 아니라 디지털데스크 사용법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까지 신한은행은 평촌남지점, 대구 다사지점, 낙성대지점, 모란역지점 등 12곳을 디지털라운지로 전환했다.

이곳에 설치된 디지털데스크는 92대인데, 신한은행은 내년 2월까지 디지털데스크를 200대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신한은행의 디지털점포 전략은 다른 시중 은행보다 공격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선두 다툼을 벌이는 국민은행은 비대면 화상 서비스 장비를 설치한 '디지털셀프점' 5곳을 운영 중인데, 이들은 모두 기존 지점 안에 있다.

이른바 '하이브리드지점'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점 폐쇄에 반발한 월계동 주민들도 금융 트렌드의 변화와 회사의 전략을 이해하면서도 고령층 등 취약계층의 편의를 고려해 대면 서비스 창구를 최소한으로 남겨달라고 요청했다.

'신한은행 폐점에 따른 피해 해결을 위한 주민대책위원회(이하 주민대책위)'와 함께 폐쇄 반대 촉구 진정서를 금감원에 제출한 금융 시민단체 금융정의연대의 김득의 대표는 "고령층은 청력이 약하고 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아서 화상 연결 비대면 서비스에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고, 화상 서비스로 모든 창구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신한은행이 수십 년 고객에 대한 책임을 외면한 채 무리한 전환을 추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민대책위는 또 지점 폐쇄가 서민 지역 소비자를 차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대책위는 신한은행이 인구 약 7만8천명인 월계동에 유일한 지점 폐쇄를 추진했지만, 인구 2만6천명인 압구정동에는 5개(기업금융점 제외)를 유지한다는 것을 그 근거로 들었다.

신한은행은 그러나 "폐쇄 결정은 지점의 생산성과 성장성, 인근 지점과 거리 등 여러 지표를 고려한 것"이라며 차별 주장을 반박했다.

◇ 은행 간 이견에 공동지점 운영안 논의 장기 공전
올해 은행권은 '디지털 전환'과 효율화를 이유로 점포를 대거 폐쇄했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의당 배진교 의원실에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까지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폐쇄한 점포(출장소 포함)는 무려 179곳이다.

5대 은행이 연말까지 폐쇄를 계획한 지점도 72곳이나 된다.

월계동 주민들의 반발로 월계동지점과 삼척지점 등은 창구 직원이 일부 배치되기로 계획이 수정됐으나 그에 앞서 중소도시와 대도시 외곽·서민 지역을 중심으로 은행 점포가 무더기로 사라졌다.

특히 신한은행은 올해 10월까지 67곳을 없앴고, 지난달에도 진주 구도심의 진주 진주중앙지점, 관악구 낙성대역지점, 인천 남동구 구월로지점 등 7곳을 폐쇄했으며 이달에도 2곳을 닫는다.

[표] 5대 시중은행의 올해 점포(지점, 출장소) 폐쇄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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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말 현재 점포 │올해 10월까지 폐쇄 지점 │11·12월 폐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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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 │ 793 │ 67 │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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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 925 │ 50 │ 12 │
├────┼─────────┼────────────┼─────────┤
│ 우리 │ 798 │ 25 │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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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 624 │ 29 │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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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 │ 1118 │ 8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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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금감원, 정의당 배진교 의원

이러한 급속한 폐점에 따른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 악화에 대해 금융당국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점 축소는 세계적 흐름이고 은행이 자율로 결정할 사안이지만 고령층의 불편 등은 풀어야 할 숙제"라며 "은행연합회의 공동지점태스크포스의 논의 결과를 지켜보고 있고, 다른 대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 논의·검토단계이고 그 사이 지점은 무더기로 사라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다음 달에만 김해 김해중앙지점, 통영 통영금융센터, 의정부 금오지점, 여수 여수지점 등 40여 곳을 무더기로 폐쇄할 계획이라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5대 은행 지점 올해 250곳 폐쇄…정부 대안은 우체국·편의점?
지난주 금융위의 대통령 업무보고에는 우체국에 은행 창구 업무를 위탁하고, 편의점·백화점에서 현금인출과 잔돈 입금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공동지점 운영방안 논의는 몇 년째 큰 진전이 없으며, 우체국과 은행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기관인 우체국이 은행의 지점 구조조정에 따른 업무부담을 안아야 하는지 논란이 있을 수도 있다.

편의점을 활용한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창구업무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동지점 운영을 놓고 은행권이 협의하고 있으나 요구 범위가 서로 다르고 영업전략 노출 우려도 있어 합의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금융 선진국인 영국은 몇 년간 사회적 논의 끝에 지점 폐쇄에 관한 법령으로 통제하기보다는 자율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며 "금융당국도 이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