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이스 정연·스트레이 키즈 한의 포토카드를 들고 있는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당선인 /사진=트위터

칠레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가브리엘 보리치(35) 당선인의 K팝 사랑이 화제다. 칠레 내 K팝 팬들이 그에게 대거 표를 던지는 등 K팝 효과를 봤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보리치가 K팝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 정연, 스트레이 키즈 한의 포토카드를 들고 손가락 하트를 그리고 있는 사진이 SNS상에서 퍼지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보리치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칠레 대선에서 56% 가까운 득표율로 승리했다.

1986년생으로 칠레 역대 최연소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있는 그는 이번 대선에서 젊은 층의 큰 지지를 받았다. 특히 30대 미만 여성 유권자 그룹에서는 보리치가 전국 16개 지역 중 15개에서 승리를 거뒀다.

그 가운데 그의 대선 승리에 K팝 팬들의 열성적인 지지가 한몫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K팝 팬들은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K팝 아이돌 사진과 합성한 보리치 이미지들을 공유하며 지지 운동을 펼쳤다.

지난달 치러진 1차 투표에서 보리치 당선인이 극우 후보였던 안토니오 카스트에 밀려 2위를 기록했을 때는 트위터에 '보리치를 지지하는 K팝 팬들(Kpopers por Boric)'이라는 계정이 생기기도 했다.

이 계정은 칠레19~37세 K팝 팬 6명이 모여 만든 계정으로 이들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파시즘의 부상에 맞서 표를 던지고 단합하기 위해 모든 K팝 팬들을 소환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후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동안 K팝과 보리치를 엮은 1600여 개의 게시물을 올렸다.

이 밖에 '팬덤 X 보리치(FANDOMS X BORIC)' 등의 계정도 개설된 상태다.

K팝 팬들의 응원에 보리치도 화답했다. 그는 이달 초 K팝 팬들로부터 받은 케이크 등 선물을 개봉하는 모습이 담긴 틱톡 영상을 올리는가 하면, 일부 영상에 K팝 그룹의 음악을 깔기도 했다.

K팝 팬덤의 화력에 상대 후보였던 카스트도 지난달 "K팝 관련 무언가를 해볼까요?"라며 K팝 선거송을 공개했지만 이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한편, 대선 전 이 같은 현상을 두고 CNN 칠레는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는 K팝 팬들이 자신의 후보 취향과 의견 등을 표시하는 창이 됐다"고 진단했다.

칠레의 K팝 전문 언론인 헤르티 오야르세는 CNN 칠레에 "K팝이 정치적인지 아닌지의 문제라기보다 정치가 삶의 모든 면에 침투한 것"이라며 "K팝을 소비하는 대중은 나라를 위해 변화를 만들고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