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자원무기화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원자재 공급망 문제가 재점화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장악한 전기자동차 배터리 핵심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데다, 중국 정부는 석유만큼 중요하다는 희토류 업체들을 합병해 세계 최대 국영기업으로 출범시켰다. 요소수 대란과 같은 ‘차이나 리스크’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어 국가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리튬 코발트 니켈 등 배터리 핵심 원재료는 중국 업체들이 세계 가공시장의 90%를 독차지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국제 광물가격 상승을 빌미로 가공 화합물 가격을 대폭 올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불가피하게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요소수 파동’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높은 원자재 의존도를 지닌 한국 산업의 취약성이 확인되자 가격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희토류 기업 3곳과 연구소 2곳을 합쳐 세계 최대의 희토류 기업인 ‘중국희토그룹’을 출범시켰다. 희토류는 17종의 희귀금속을 총칭하는 것으로, 전기차 스마트폰 생산에 필수 물질이다. 미국 백악관 추정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희토류 채굴의 55%, 제련의 85%를 점유한다.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작업을 주도하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대중 수입의존도가 80% 이상인 품목이 1850개나 되는 한국으로선 단순히 경제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다. 요소수 파동으로 물류체계가 멈춰설 뻔한 아찔한 경험을 한 게 불과 한 달 전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참고할 만하다. 일본은 2010년 중국의 희토류 보복을 겪은 뒤 호주 인도 카자흐스탄 베트남 등지에서 희토류 개발권을 따내 2010년 90%였던 희토류 대중 의존도를 50% 미만으로 낮췄다. 새로 출범한 기시다 내각은 희귀자원 확보 등을 위해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을 신설하고, ‘경제안전보장법’ 입법을 추진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자원전쟁에 대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7월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 규제에 맞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장담했지만 요소수 파동에서 보듯 공허한 외침에 불과했다. 기존 자원개발 사업을 ‘적폐’로 낙인 찍어 사업권을 매각하거나 중단하는 등 이 정부 들어 해외 자원개발은 올스톱 상태다. 더 큰 문제는 대선 후보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공급망이란 ‘총성 없는 전쟁’에 어떻게 대처할지 후보들은 분명히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