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 수도계량기 동파…서울 도심은 썰렁
올겨울 최강 추위에도 선별진료소 앞에는 긴 줄
올겨울 들어 전국 대부분 지역이 가장 낮은 기온을 보인 26일 서울 도심은 휴일임에도 매서운 추위 탓에 한산했다.

영하의 기온에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가 내려간 탓에 나들이 나온 시민들도 따뜻한 실내를 찾았다.

이날 낮 서울 종로구 경복궁은 평소 휴일보다 눈에 띄게 인적이 드물었다.

그나마 나온 몇몇 시민은 모두 무릎까지 내려오는 롱패딩과 목도리, 장갑으로 몸을 보호했다.

아이와 함께 경복궁 구경을 나온 손재희(46)씨는 "어제 명동성당 미사를 볼 겸 지방에서 여행 왔다"라면서 "서울까지 왔는데 추워도 경복궁은 둘러봐야겠다고 생각해 천천히 보고 시간 되면 청와대 앞까지 걸어갔다 오려고 한다"며 웃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추운 날씨에 몸서리를 치며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한복 위에 롱패딩을 겹쳐 입고 손난로 두 개를 양손에 쥔 남모(31)씨는 "한 해가 가기 전에 아쉬운 마음에 개인 스냅사진 촬영 예약을 했는데 하필 오늘이라서 너무 춥지만 촬영을 하러 왔다"고 했다.

경복궁 매표소 관계자는 "평소 주말보다 찾은 인원이 5분의 1 수준"이라며 "야외다 보니 날이 추우면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설명했다.

올겨울 최강 추위에도 선별진료소 앞에는 긴 줄
영하 날씨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선별진료소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종로구 보건소 선별진료소 앞에는 20여명의 시민들이 간격을 띄운 채 몸을 웅크리고 검사를 기다렸다.

보건소에서 대기하는 이들을 위해 찬 바람을 막을 수 있는 비닐 천막을 설치했지만 서로 간격을 띄우고 줄을 선 탓에 일부는 천막 밖에서 검사를 기다려야 했다.

검사를 기다리던 김모(50)씨는 "워낙 춥다고 해서 두껍게 껴입고 나와 생각보다 춥지는 않다"며 "미접종자인데 연말에 가족들끼리 모여서 밥 좀 먹으려고 검사받으러 나왔다"고 했다.

선별진료소 바깥에서 시민들 간 거리두기와 절차를 안내하는 직원들도 살갗을 파고드는 추위에 떨기는 마찬가지였다.

보건소 관계자 조모(49)씨는 "오전에 1시간 반 가까이 바깥에서 안내했고 20분 정도 실내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며 "손난로를 해도 날이 정말 춥다"고 했다.

전날부터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수도계량기 동파도 급증했다.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전날 서울 전역에서 접수된 수도계량기 동파 민원은 57건이었고 이 중 23건이 처리됐다.

이날은 오전 0시부터 오후 3시 현재까지 총 310건의 수도계량기 동파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

올겨울 최강 추위에도 선별진료소 앞에는 긴 줄
이불 밖을 나가기 두려울 정도로 추운 날씨에 '집콕'을 택한 시민들도 많았다.

광진구에 사는 직장인 홍모(28)씨는 "크리스마스를 낀 휴일이다 보니 밖에 나가볼 생각이었지만 날씨가 워낙 추워 외출을 포기했다"며 "이런 날에는 집에서 전기장판을 켜고 있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집콕', '추위' 등 해시태그를 단 게시글들이 쏟아졌다.

영하 10도 안팎을 보이는 날씨 애플리케이션(앱) 화면을 캡처해 올리며 각자 사는 지역의 추위를 '인증'하는 글도 여럿 올라왔다.

한산한 거리에 비해 서울 주요 쇼핑몰과 백화점 등 실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가족과 함께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을 찾은 직장인 이모(28)씨는 "거리에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둘러보려고 나왔는데 너무 추워서 실내로 들어왔다"며 "밖은 추워서 돌아다니기 힘들 것 같다"면서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