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으로 학습격차 심화…중하위권 학습성취도 떨어져"

교육학술정보원 원격수업 실태조사…"작년보다도 사교육·기초학력차 커져"
학습외 전자기기 사용 일 4∼5시간, 상당수 문화생활·운동 '전혀'

코로나19 장기화로 초·중·고등학교에서 2년간 원격수업이 이어진 가운데 교사들이 학생 간 학습격차가 커졌고 특히 중·하위권의 학업성취도가 떨어진 것으로 우려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6일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교원 1만883명을 대상으로 한 '초중등 원격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1학기 원격수업으로 학생 간 학습 수준의 차이가 심화했는지 문항에 9.9%는 '매우 그렇다', 44.6%는 '그렇다'고 응답했다
원격수업을 통한 학생들의 학업성취가 기존 등교수업과 유사한지 질문에도 '매우 아니다'(15.9%), '아니다'(48.7%) 등 원격수업의 학업성취가 떨어진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학교급별로 원격-등교수업의 학업성취가 얼마나 비슷한지 평가를 5점 척도로 환산하면 초등학교(2.23점), 고등학교(2.35점), 중학교(2.44점) 순으로 부정적이었다.

5점 척도에서 5점은 '매우 그렇다', 3점은 '보통', 1점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원격수업 이후 성적 상위 10% 학생들의 실력이 유지됐다는 응답이 75.7%에 달했지만, 중위권 학생들은 실력이 떨어졌다는 응답이 60.9%에 달했고 하위 10% 학생들의 실력이 떨어졌다는 응답률은 77.9%로 그보다 높았다.

이번 결과를 '디지털 전환 대응 포용적 미래교육 거버넌스 구축방안' 보고서에 실은 이두휴 전남대 교수 등은 "다양한 격차의 해소를 위해서라도 국가에서 디지털 기초 인프라에 대한 지속·안정적인 투자가 계속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이 별도로 10월 11∼29일 전국 유치원·초중고·특수·각종학교의 학생과 학부모, 교원을 대상으로 한 '미래교육 인식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교원들은 코로나19 초기(2020학년도)보다 현재(2021학년도) 여러 측면에서 교육격차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중-하위권 학력 차(5점 척도에서 3.75점)가 커졌다는 인식이 가장 컸고, 사교육 차이(3.73점), 기초학력 차이(3.72점)도 커졌다고 봤다.

등교-원격수업 병행 시 가장 염려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학생간 학습 격차 발생'을 꼽은 교직원(39.4%)이 가장 많았다.

또한 '지나친 인터넷 환경 노출·부정적인 콘텐츠 접속 여부'(20.6%), '학생들의 정서와 상호작용 부족, 신체 건강 등 문제'(20.0%)가 뒤를 이었다.

실제로 상당수 학생이 전자기기 사용 시간이 늘었다고 답했다.

학습 목적 전자기기 사용 시간은 하루 1∼2시간(26.1%)이 가장 많았으나 학습외 목적으로 4시간 이상 사용한다는 학생이 26.1%에 달했다.

문화놀이 공간 방문(58.5%)이나 친구들과 만남(31.2%), 운동·산책(25%)을 안 한다는 학생이 많았고 '아무 일 없이 그냥 있는 시간'이 늘었다는 응답도 23.9%에 달했다.

사교육 시간은 줄었다(9.7%)보다 늘었다(16.0%)는 응답이 많았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의 차이가 더 커졌다'(학생 3.28점, 학부모 3.83점)고 생각하며, '원격수업에서도 다른 학생들과 관계를 형성하거나 의사소통 능력을 기를 수 있다'(학생 2.70점, 학부모 2.29점)는 데 부정적이었다.

학부모 인식이 학생보다 부정적으로, '원격수업이 계속되면서 사교육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데 학부모(3.64점)는 동의했으나 학생(2.87점)은 그렇지 않았다.

원격수업에 대해 교사들은 학생들과의 상호작용, 온라인 예절이나 범죄를 우려하고, 학생들은 동아리·체험활동과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의 감소를,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정서·관계·인성을 주로 우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학교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 포용적 미래교육 체제 전환의 큰 흐름에서 고려해야 하고 ▲ 교육주체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함양이 핵심이며 ▲ 아동청소년 발달 단계에 따른 디지털 접근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