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택시기사들 "성탄 휴식도 없어…연말은 진상 승객 많은 때"
코로나 위험·취객 마스크 시비에 시달리는 '시민의 발'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시민을 나르는 도심의 발, 버스와 택시 기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속 고립된 연말을 나고 있다.

좁고 사람이 밀집한 공간에서 일하는 이들은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무조건 현장에서 일해야 하고, 마스크 착용 문제 등으로 시비도 많이 걸린다.

식사와 화장실 이용 등도 쉽지 않다.

23일 오후 만난 택시 기사 차모(68)씨는 "택시는 한 달에 26일을 일해야 월급이 나온다.

휴가를 쓰려면 15만원 정도 하는 하루 운행료를 미리 채워야 한다"며 성탄에도 근무할 예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차씨를 더욱 괴롭게 하는 건 코로나19 장기화에도 잊을 만하면 터지는 마스크 시비다.

차씨는 "한동안 마스크 50∼60장을 택시 안에 가지고 다녔다.

마스크를 술집에 놓고 왔다고 억지를 부리는 손님하고 싸우는데 진절머리가 난다"며 "요즘은 택시 기사를 때리는 일도 흔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심야 택시 부족으로 생기는 시비도 적지 않다.

강북구의 한 택시회사에서 5년째 일하는 김희문(50)씨는 "10분 넘게 달려왔는데 취객이 '추운데 늦게 온다'며 운전석 뒤를 발로 차더라. 그럴 땐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그 역시 성탄절에도 일해야 한다며 "심지어 백신을 맞은 날에도 우리는 차를 몰아야 한다"고 푸념했다.

개인택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개인택시 9년 차 염모(59)씨는 "우리에게 성탄과 연말은 가족과 보내는 날이 아니라 진상 승객이 많을 때"라며 최근에도 한 승객이 뒷좌석에 소변을 봐서 추운 날 차를 세우고 한참 시트를 닦았다고 했다.

그는 "마스크를 턱까지 내린 취객이 타면 내가 알아서 마스크를 두 겹 쓴다"라고도 말했다.

코로나 위험·취객 마스크 시비에 시달리는 '시민의 발'
강북구의 한 시내버스 회사도 분주했다.

버스가 차고지에 도착하고 정확히 30분 뒤 다시 차를 몰고 나가야 하는 기사들은 한시바삐 화장실에 다녀오고는 동료들과 짧은 인사를 나눴다.

기사 김모(58)씨는 "성탄에 쉬어본 적이 없다.

주 6일 일하고, 쉬는 날도 주말이 아니라 월요일 또는 수요일"이라며 "집에 가면 비대면 수업을 하는 아들 뒤통수만 본다.

그래도 반갑다"고 말했다.

27년 차 이정우(64)씨도 "연말에 취객을 태울 때가 많은데, 마스크를 안 쓰면 못 탄다고 하니 '네가 그러니까 여태 버스 기사나 한다' 같은 막말은 물론 '너는 칼로 찌르면 안 죽냐'고 위협도 한다.

무서운 세상"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씨 역시 백신 3차 접종을 한 날 온몸이 펄펄 끓었지만 쉬지 못하고 운전을 했다고 한다.

강북에서 강남까지 가는 145번 버스 기사 강모(34)씨도 "연말연시 운전하다 보면 볼꼴 못 볼 꼴을 참 많이 본다"며 "한 번씩 쉬고 싶어도 버스 기사들은 분 단위로 시간표가 짜여 내가 쉬면 모두 근무시간이 바뀌니 참고 일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