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뒤늦게 코로나 확진자를 위한 병상 확보 총력전에 나서면서 의료 현장이 큰 혼란을 빚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중등증 이상 병상을 현재 1만5000개에서 내달 중순까지 2만5000개로 늘리고, 이를 위해 국립중앙의료원, 서울의료원, 보훈병원 등 일부 공공병원을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전환하며, 국립대병원 코로나 중환자실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제 하루 코로나 사망자(109명)와 위중증 환자(1083명) 모두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상황이 갈수록 악화해 어떻게든 병상을 더 마련해야 한다는 다급한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시작하면서도 아무 대비 없이 손 놓고 있다가 갑자기 쥐어짜듯 대량의 병상 확보에 나서니 온갖 부작용과 뒤탈이 나올 수밖에 없다. 병원들은 치료 중인 환자를 내보내야 해 여간 난감한 게 아니라고 한다.

격리해제 기간(20일)을 넘긴 코로나 중환자 210명에게 갑자기 병상을 비우라는 ‘전원(轉院) 명령서’를 내리고, 위반 땐 1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겠다는 것도 그렇다. 증상 발현 뒤 열흘이 지나면 전염력이 급감한다는 것을 근거로 삼지만, 환자마다 건강상태가 달라 이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그런데도 충분한 설명도, 후속 대비도 없이 군사작전하듯 내쫓으니 “이게 코로나 대책이냐”는 항의가 터져나온다.

코로나 병상에 의료진을 집중 배치하면서 일반진료 공백이 커지는 것도 문제다. 공공병원뿐만 아니라 이미 병상 확보 명령을 받은 상급 종합병원들은 시급하지 않은 수술과 진료를 미루고 있다. 공공병원 차출로 취약계층 진료 차질도 불가피해졌다. 의료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군의관, 공중보건의 1200명을 투입한다지만 추가 확보될 1만 병상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대로면 의료 현장이 도미노식으로 무너질 판이다.

정부는 거리두기 강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오미크론 확산세를 감안할 때 확진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지금까지와 같은 ‘아랫돌 빼 윗돌 괴기’식 임시방편, 뒷북 대책으로 국민에게 더 이상 고통을 줘선 안 된다. 방역·의료 체계를 전면 재점검해 면밀하게 대응하기 바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첫 승인을 받은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등 먹는 치료제 도입도 백신 늑장 확보와 같은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