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 ‘푸드 콘텐츠’로 트렌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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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MO Insight 「케이스스터디」
에어프라이어 전용 간편식 개발
노브랜드 버거로 MZ세대 공략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 내놔
에어프라이어 전용 간편식 개발
노브랜드 버거로 MZ세대 공략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 내놔
2018년 이마트에서 가장 잘 팔리는 주방가전은 에어프라이어였다. 신세계푸드 연구개발(R&D) 담당자는 생각했다. ‘에어프라이어 전용 간편식을 내놓으면 잘 팔리지 않을까’
그때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시중에 나와있는 간편식을 닥치는대로 에어프라이어에 넣어 데워봤다. 만두, 떡볶이, 감자튀김…. 대부분 마르고 딱딱해졌다. 이른바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과 거리가 멀었다.
연구 끝에 ‘에어프라이어용 치킨텐더’ 개발에 성공, 제품을 출시했다. 반응이 좋았다. 가능성을 확인한 신세계푸드는 국내 식품업계에서 처음으로 에어프라이어용 간편식 ‘올반 에어쿡’을 출시했다.
같은 해 평창 동계올림픽 급식 사업을 따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역대 올림픽 케이터링 가운데 최고”란 평가를 받았다.
이듬해인 2019년엔 평창에서 인기를 끈 햄버거를 ‘노브랜드 버거’란 브랜드로 선보였다. 노브랜드 버거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콘텐츠 마케팅 전략을 내세워 해외 브랜드가 장악해왔던 국내 햄버거 시장의 판을 흔들었다.
이같은 혁신 전략에 힘입어 신세계푸드는 기존 급식사업에 더해 식품 제조, 베이커리, 외식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식품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매출은 2014년 6521억원에서 지난해 1조2402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레드오션인 국내 식품시장에서 이뤄낸 성과다.
상황 1 에어프라이어의 인기
2016년 선보인 ‘올반’은 신세계푸드의 대표 식품 콘텐츠다. 간편식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2014년부터 운영해온 한식뷔페 올반을 통합 가정간편식 브랜드로 확장했다.
첫 출시한 ‘올반 육즙가득 왕교자’, ‘올반 국물떡볶이’ 등 60여종은 출시 3개월 만에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국내 간편식 시장에 조용한 바람을 일으켰다.
신세계푸드는 기세를 몰아 소불고기 닭갈비 등 1~2인 가구를 위한 소포장 육류, 김치찌개 미역국 곰탕 등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국탕류, 감바스 동파육 쭈꾸미 삼겹살 등 홈술족을 위한 안주류, 에어프라이어용 핫도그 치킨텐더 등 간식류까지 라인업을 250여종으로 확대했다.
유통채널도 GS리테일, 미니스톱 등 편의점과 쿠팡, 마켓컬리, 카카오, CJ오쇼핑, GS홈쇼핑 등 온라인 쇼핑몰로 넓혔다. 올반은 지난해 기준 매출 1000억원을 올린 효자 브랜드로 성장했다. 4년 만에 10배로 키운 셈이다.
신세계푸드는 특히 에어프라이어 전용 가정간편식인 올반 에어쿡 개발에 집중했다. 국내 에어프라이어 보급률이 60%를 넘어서며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프라이어는 전자레인지와 달리 100~200도의 열풍을 순환해 재료를 가열하기 때문에 전자파에 대한 우려 없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조리 과정에서 재료에 들어있던 기름이 빠지기 때문에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신세계푸드는 한 걸음 더 나갔다. 지난 달 식품업체로는 이례적으로 주방가전인 ‘올반 에어프라이어’를 출시했다. 올반 에어쿡 간편식을 맛있게 조리해주는 맞춤형 주방가전 제품이다. 올반 에어쿡 제품 가운데 인기가 높은 ‘옛날통닭’ ‘치킨너겟’ ‘왕교자’ ‘멘보샤’ 등 8종에 맞춰 조리시간, 온도 등을 자동으로 설정해주는 퀵 메뉴 기능도 탑재했다.
상황 2 코로나19로 침체된 외식시장
지난 14일 서울 중구 무교동 노브랜드 버거 서울시청점 앞에서 신세계푸드 송현석 대표가 깜짝 등장했다. 송 대표는 이날 출시한 ‘브랜드 콜라’와 ‘브랜드 사이다’를 알리기 위해 특별 제작한 콜라맨 의상을 입고 제품을 직접 나눠주며 ‘길거리 마케팅’에 나섰다.
음식을 먹는 걸 하나의 놀이문화로 받아들이는 주요 소비자층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펀슈머’를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이었다.
브랜드 콜라와 브랜드 사이다는 ‘콜라와 사이다는 왜 늘 똑같을까’란 의문에서 출발했다. 노브랜드 버거의 햄버거 감자튀김 등과 가장 잘 어울리는 탄산음료의 맛을 찾기 위해 1년여간 연구개발한 끝에 내놓은 제품이다. 제품 패키지는 팝아트적인 요소를 적용해 예술품처럼 만들었다. 앤디 워홀의 작품 ‘캠벨 수프 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신세계푸드는 씨푸드 레스토랑 ‘보노보노’, 한식뷔페 ‘올반’, 아메리칸 게스트로펍 ‘데블스도어’, 건강음료 ‘스무디킹’ 등 10여개의 외식 브랜드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국내 외식 시장은 경쟁이 심하고 트렌드가 빨리 바뀌어 장기간 수익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탓에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노브랜드 버거는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전략이 적중해 코로나19 확산과 외식 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급성장하고 있다. 2019년 8월 첫 매장인 홍대점을 연 이후 매월 약 5개씩 신규 매장을 열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가맹사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매장을 확장, 브랜드 출시 1년 6개월 만에 100호점을 달성했다. 올해 말까지 매장을 170개로 확대하고, 내년에는 250호점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노브랜드 버거가 선보인 닭고기 없이 만든 대체육 너겟인 ‘노치킨 너겟’, 주로 피자 재료로 쓰이던 페퍼로니를 넣은 ‘페퍼로니 버거’, 감자튀김은 짭짤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선보인 ‘슈가버터 프라이’, 힙스터들의 성지로 꾸민 콘셉트 스토어 ‘부산서면점’ 등은 MZ세대 사이에서 호응이 높았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올해 상반기 뉴스, 카페, 커뮤니티,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12개 채널 22만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국내 6개 햄버거 브랜드의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1위는 노브랜드 버거였다.상황 3 ESG 경영 확산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건강과 식품안전, 동물복지, 지구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일부 비건들만 찾던 대체육을 찾는 소비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이런 소비자들을 겨냥해 지난 7월 대체육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독자기술로 만든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선보이고 첫 제품으로 돼지고기 대체육 햄 콜드컷(Cold cut, 슬라이스 햄) 판매에 나섰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조선호텔, 급식 사업장 등에 대체육 햄을 넣은 샌드위치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7월 스타벅스에서 판매를 시작한 ‘플랜트 햄&루꼴라 샌드위치’는 일평균 2000여개씩 팔리며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0만개를 돌파했다. 웨스틴조선서울과 손잡고 베러미트를 넣은 ‘베지테리안 샌드위치’도 내놨다. 조선호텔 셰프들이 3개월간 연구개발한 레시피를 적용한 샌드위치다.
자동차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베러미트 알리기에도 나섰다. 지난달 전국 주요 아우디 전시장에서 진행된 전기차 이트론 시승 행사에서 베러미트 샌드위치를 제공했다. 신세계푸드는 앞으로 패션, 정보기술(IT)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해 대체육 마케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대체육과 전기차는 탄소 절감에 기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를 알리기 위해 아우디 전기차와 협업 마케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푸드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경쟁업체에 비해 2~3배 높다. 이같은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식품 제조 선두업체들을 추격하고 있다.
R&D센터의 한쪽 벽엔 이렇게 적혀있다. ‘푸드 콘텐츠 테크놀로지 크리에이터’ 신세계푸드가 지향하는 미래이자 신세계푸드만의 핵심 경쟁력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시장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푸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미래 성장 사업에 박차를 가해 새로운 경험과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푸드 콘텐츠 테크놀로지 크리에이터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설리 기자
□ 천성용 단국대 교수
R&D(Research & Development)는 보통 자동차, 로봇, 바이오 등 기술 중심의 제조 산업에서 활발히 벌어지는 활동이다. 기업의 높은 연구개발 수준은 곧 그 회사의 역량을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고,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주요 투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연구개발이 단지 High-tech 기업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일례로 과거 BoA(Bank of America)는 I&D(Innovation & Development) 팀을 구성해 다양한 현장 실험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TZM(Transaction Zone Media) 실험은 은행 점포 직원 위에 모니터를 켜 놓고 뉴스를 보여주면 고객의 “인지 대기 시간(perceived waiting time)”이 줄어들지 않을까 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실험 결과, 실제로 모니터를 시청하면서 기다린 고객이 느낀 대기 시간이 유의미하게 줄어든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BoA는 이후에도 모니터에 뉴스를 보여줬을 때, 광고를 보여줬을 때, 혹은 사운드 크기를 조정하였을 때 각각 어떤 다른 반응이 나오는지 등을 실험하였다. 이러한 실험을 통해 긍정적 결과가 확인된 아이디어는 전국의 점포로 확장시켜 자사의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였다.
신세계푸드 역시 R&D 센터를 통해 ‘푸드 콘텐츠 테크놀로지 크리에이터’를 지향하고 있다. 페퍼로니 버거, 슈가버터 프라이 등 소비자의 고정 관념을 깨는 새로운 음식, 대체육 푸드테크 개발, 브랜드 콜라와 사이다 출시, 에어프라이 전용 가정간편식 개발 등에서 신세계푸드의 적극적인 도전과 실험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종합 식품 기업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신세계푸드의 사례처럼 모든 혁신은 새로운 아이디어, 그리고 끊임없는 도전과 실험에서 출발한다. 이 때 마케터의 주요 역할은 R&D팀에서 개발한 좋은 아이디어를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제품’으로 상품화시키는 것이다. 마케팅에서는 이를 “제품 콘셉트(product concept) 개발” 이라고 한다.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과 ‘좋은 제품 콘셉트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제품 콘셉트란, 단지 아이디어가 아니라 ‘소비자의 언어로 표현된 디테일한 버전의 아이디어’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좋은 제품 콘셉트는 (1)우리가 개발한 새로운 제품을 누가 소비할 것인가(who?), (2)우리 제품만이 전달할 수 있는 주요 혜택이 무엇인가(primary benefit?), (3)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언제 소비할까(when?), (4)우리 제품과 경쟁할 기존의 경쟁자는 누구일까(competitors?)와 같은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마케터에 따라 같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제품 콘셉트로 개발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제품 콘셉트가 형편없으면 시장에서 실패한다. 반대로 조금 부족한 아이디어라도 좋은 콘셉트를 만나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이처럼 설득력 있고 차별적인 제품 콘셉트를 개발하는 것이 신제품 마케터의 주요 역할이다.□ 최현자 서울대 교수
일상 생활에서 소비자는 수많은 브랜드에 노출된다. TV, 신문, 라디오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를 일부러 찾아보지 않더라도 PC와 스마트폰을 통해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브랜드를 접하게 된다.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수많은 브랜드의 대부분을 무시하거나 차단한다. 이른바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이 이뤄지는 것이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주의를 끌어야 하므로 선택적 지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서 소비자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의외성’이 그 중 하나다. 의외성은 기존의 사고와 관습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던, 매우 대조되는 내용들의 혼합이 만들어내는 놀라움, 흥미, 재미를 말한다.
인지심리학의 스키마(schema)로 의외성을 설명하기도 한다. 스키마는 이전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심리 구조로,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를 스키마를 이용해 평가한다. 어떤 정보가 스키마와 일치하지 않으면, 다시 말해 스키마를 기준으로 기대했던 것에서 벗어나면 의외성을 느끼게 된다.
신세계푸드의 경우 ‘노브랜드’라는 이름이 소비자로 하여금 의외성을 느끼게 했다. 브랜드인데 브랜드가 아니고, 브랜드가 없다고 하니 말이다.
‘콜라와 사이다는 왜 늘 똑같을까’라는 문제의식도 소비자에게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상-콜라와 사이다 처럼-에 대해 남다른 접근을 시도하면 소비자들이 열광할 때가 많다.
‘닭고기 없이 만든 대체육’과 ‘감자튀김이 짭짤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린 슈가버터 프라이’도 의외성을 부각시키는 아이디어들이다.
신세계푸드는 의외성 전략으로 소비자의 주목을 끄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할만하다. 이제 “이거 참신한데”라며 관심을 보인 소비자들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는 ‘맛’만 보장 된다면 신세계푸드의 성장에는 날개가 달리지 않을까 싶다.
오늘 저녁은 가까운 노브랜드 버거 매장에 들러 페퍼로니 버거와 슈가버터 프라이의 참신함을 맛 봐야겠다. 어떤 맛일지 벌써 설레인다.마케터를 위한 지식·정보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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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시중에 나와있는 간편식을 닥치는대로 에어프라이어에 넣어 데워봤다. 만두, 떡볶이, 감자튀김…. 대부분 마르고 딱딱해졌다. 이른바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과 거리가 멀었다.
연구 끝에 ‘에어프라이어용 치킨텐더’ 개발에 성공, 제품을 출시했다. 반응이 좋았다. 가능성을 확인한 신세계푸드는 국내 식품업계에서 처음으로 에어프라이어용 간편식 ‘올반 에어쿡’을 출시했다.
같은 해 평창 동계올림픽 급식 사업을 따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역대 올림픽 케이터링 가운데 최고”란 평가를 받았다.
이듬해인 2019년엔 평창에서 인기를 끈 햄버거를 ‘노브랜드 버거’란 브랜드로 선보였다. 노브랜드 버거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콘텐츠 마케팅 전략을 내세워 해외 브랜드가 장악해왔던 국내 햄버거 시장의 판을 흔들었다.
이같은 혁신 전략에 힘입어 신세계푸드는 기존 급식사업에 더해 식품 제조, 베이커리, 외식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식품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매출은 2014년 6521억원에서 지난해 1조2402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레드오션인 국내 식품시장에서 이뤄낸 성과다.
상황 1 에어프라이어의 인기
도전 1 에어프라이어 전용 간편식
2016년 선보인 ‘올반’은 신세계푸드의 대표 식품 콘텐츠다. 간편식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2014년부터 운영해온 한식뷔페 올반을 통합 가정간편식 브랜드로 확장했다. 첫 출시한 ‘올반 육즙가득 왕교자’, ‘올반 국물떡볶이’ 등 60여종은 출시 3개월 만에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국내 간편식 시장에 조용한 바람을 일으켰다.
신세계푸드는 기세를 몰아 소불고기 닭갈비 등 1~2인 가구를 위한 소포장 육류, 김치찌개 미역국 곰탕 등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국탕류, 감바스 동파육 쭈꾸미 삼겹살 등 홈술족을 위한 안주류, 에어프라이어용 핫도그 치킨텐더 등 간식류까지 라인업을 250여종으로 확대했다.
유통채널도 GS리테일, 미니스톱 등 편의점과 쿠팡, 마켓컬리, 카카오, CJ오쇼핑, GS홈쇼핑 등 온라인 쇼핑몰로 넓혔다. 올반은 지난해 기준 매출 1000억원을 올린 효자 브랜드로 성장했다. 4년 만에 10배로 키운 셈이다.
신세계푸드는 특히 에어프라이어 전용 가정간편식인 올반 에어쿡 개발에 집중했다. 국내 에어프라이어 보급률이 60%를 넘어서며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프라이어는 전자레인지와 달리 100~200도의 열풍을 순환해 재료를 가열하기 때문에 전자파에 대한 우려 없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조리 과정에서 재료에 들어있던 기름이 빠지기 때문에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신세계푸드는 한 걸음 더 나갔다. 지난 달 식품업체로는 이례적으로 주방가전인 ‘올반 에어프라이어’를 출시했다. 올반 에어쿡 간편식을 맛있게 조리해주는 맞춤형 주방가전 제품이다. 올반 에어쿡 제품 가운데 인기가 높은 ‘옛날통닭’ ‘치킨너겟’ ‘왕교자’ ‘멘보샤’ 등 8종에 맞춰 조리시간, 온도 등을 자동으로 설정해주는 퀵 메뉴 기능도 탑재했다.
상황 2 코로나19로 침체된 외식시장
도전 2 ‘FUN’ 내세운 노브랜드 버거
지난 14일 서울 중구 무교동 노브랜드 버거 서울시청점 앞에서 신세계푸드 송현석 대표가 깜짝 등장했다. 송 대표는 이날 출시한 ‘브랜드 콜라’와 ‘브랜드 사이다’를 알리기 위해 특별 제작한 콜라맨 의상을 입고 제품을 직접 나눠주며 ‘길거리 마케팅’에 나섰다. 음식을 먹는 걸 하나의 놀이문화로 받아들이는 주요 소비자층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펀슈머’를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이었다.
브랜드 콜라와 브랜드 사이다는 ‘콜라와 사이다는 왜 늘 똑같을까’란 의문에서 출발했다. 노브랜드 버거의 햄버거 감자튀김 등과 가장 잘 어울리는 탄산음료의 맛을 찾기 위해 1년여간 연구개발한 끝에 내놓은 제품이다. 제품 패키지는 팝아트적인 요소를 적용해 예술품처럼 만들었다. 앤디 워홀의 작품 ‘캠벨 수프 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신세계푸드는 씨푸드 레스토랑 ‘보노보노’, 한식뷔페 ‘올반’, 아메리칸 게스트로펍 ‘데블스도어’, 건강음료 ‘스무디킹’ 등 10여개의 외식 브랜드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국내 외식 시장은 경쟁이 심하고 트렌드가 빨리 바뀌어 장기간 수익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탓에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노브랜드 버거는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전략이 적중해 코로나19 확산과 외식 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급성장하고 있다. 2019년 8월 첫 매장인 홍대점을 연 이후 매월 약 5개씩 신규 매장을 열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가맹사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매장을 확장, 브랜드 출시 1년 6개월 만에 100호점을 달성했다. 올해 말까지 매장을 170개로 확대하고, 내년에는 250호점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노브랜드 버거가 선보인 닭고기 없이 만든 대체육 너겟인 ‘노치킨 너겟’, 주로 피자 재료로 쓰이던 페퍼로니를 넣은 ‘페퍼로니 버거’, 감자튀김은 짭짤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선보인 ‘슈가버터 프라이’, 힙스터들의 성지로 꾸민 콘셉트 스토어 ‘부산서면점’ 등은 MZ세대 사이에서 호응이 높았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올해 상반기 뉴스, 카페, 커뮤니티,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12개 채널 22만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국내 6개 햄버거 브랜드의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1위는 노브랜드 버거였다.
상황 3 ESG 경영 확산
도전 3 대체육 등 푸드테크 도전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건강과 식품안전, 동물복지, 지구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일부 비건들만 찾던 대체육을 찾는 소비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이런 소비자들을 겨냥해 지난 7월 대체육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독자기술로 만든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선보이고 첫 제품으로 돼지고기 대체육 햄 콜드컷(Cold cut, 슬라이스 햄) 판매에 나섰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조선호텔, 급식 사업장 등에 대체육 햄을 넣은 샌드위치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7월 스타벅스에서 판매를 시작한 ‘플랜트 햄&루꼴라 샌드위치’는 일평균 2000여개씩 팔리며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0만개를 돌파했다. 웨스틴조선서울과 손잡고 베러미트를 넣은 ‘베지테리안 샌드위치’도 내놨다. 조선호텔 셰프들이 3개월간 연구개발한 레시피를 적용한 샌드위치다.
자동차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베러미트 알리기에도 나섰다. 지난달 전국 주요 아우디 전시장에서 진행된 전기차 이트론 시승 행사에서 베러미트 샌드위치를 제공했다. 신세계푸드는 앞으로 패션, 정보기술(IT)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해 대체육 마케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대체육과 전기차는 탄소 절감에 기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를 알리기 위해 아우디 전기차와 협업 마케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1995년 신세계그룹의 급식사업부에서 출발한 신세계푸드는 2015년 식품 제조사업에 도전, 변신에 성공했다. 신세계푸드의 폭발적인 성장 뒤엔 R&D센터가 있다. 연구원을 비롯해 셰프, 파티시에 등 150여 명이 혁신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매일 머리를 맞대는 신세계그룹 푸드 콘텐츠의 전초기지이자 두뇌다. 매년 1500개 신제품이 이곳에서 탄생한다.신세계푸드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경쟁업체에 비해 2~3배 높다. 이같은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식품 제조 선두업체들을 추격하고 있다.
R&D센터의 한쪽 벽엔 이렇게 적혀있다. ‘푸드 콘텐츠 테크놀로지 크리에이터’ 신세계푸드가 지향하는 미래이자 신세계푸드만의 핵심 경쟁력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시장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푸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미래 성장 사업에 박차를 가해 새로운 경험과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푸드 콘텐츠 테크놀로지 크리에이터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설리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R&D(Research & Development)는 보통 자동차, 로봇, 바이오 등 기술 중심의 제조 산업에서 활발히 벌어지는 활동이다. 기업의 높은 연구개발 수준은 곧 그 회사의 역량을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고,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주요 투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연구개발이 단지 High-tech 기업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일례로 과거 BoA(Bank of America)는 I&D(Innovation & Development) 팀을 구성해 다양한 현장 실험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TZM(Transaction Zone Media) 실험은 은행 점포 직원 위에 모니터를 켜 놓고 뉴스를 보여주면 고객의 “인지 대기 시간(perceived waiting time)”이 줄어들지 않을까 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실험 결과, 실제로 모니터를 시청하면서 기다린 고객이 느낀 대기 시간이 유의미하게 줄어든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BoA는 이후에도 모니터에 뉴스를 보여줬을 때, 광고를 보여줬을 때, 혹은 사운드 크기를 조정하였을 때 각각 어떤 다른 반응이 나오는지 등을 실험하였다. 이러한 실험을 통해 긍정적 결과가 확인된 아이디어는 전국의 점포로 확장시켜 자사의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였다.
신세계푸드 역시 R&D 센터를 통해 ‘푸드 콘텐츠 테크놀로지 크리에이터’를 지향하고 있다. 페퍼로니 버거, 슈가버터 프라이 등 소비자의 고정 관념을 깨는 새로운 음식, 대체육 푸드테크 개발, 브랜드 콜라와 사이다 출시, 에어프라이 전용 가정간편식 개발 등에서 신세계푸드의 적극적인 도전과 실험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종합 식품 기업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신세계푸드의 사례처럼 모든 혁신은 새로운 아이디어, 그리고 끊임없는 도전과 실험에서 출발한다. 이 때 마케터의 주요 역할은 R&D팀에서 개발한 좋은 아이디어를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제품’으로 상품화시키는 것이다. 마케팅에서는 이를 “제품 콘셉트(product concept) 개발” 이라고 한다.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과 ‘좋은 제품 콘셉트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제품 콘셉트란, 단지 아이디어가 아니라 ‘소비자의 언어로 표현된 디테일한 버전의 아이디어’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좋은 제품 콘셉트는 (1)우리가 개발한 새로운 제품을 누가 소비할 것인가(who?), (2)우리 제품만이 전달할 수 있는 주요 혜택이 무엇인가(primary benefit?), (3)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언제 소비할까(when?), (4)우리 제품과 경쟁할 기존의 경쟁자는 누구일까(competitors?)와 같은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마케터에 따라 같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제품 콘셉트로 개발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제품 콘셉트가 형편없으면 시장에서 실패한다. 반대로 조금 부족한 아이디어라도 좋은 콘셉트를 만나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이처럼 설득력 있고 차별적인 제품 콘셉트를 개발하는 것이 신제품 마케터의 주요 역할이다.□ 최현자 서울대 교수
일상 생활에서 소비자는 수많은 브랜드에 노출된다. TV, 신문, 라디오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를 일부러 찾아보지 않더라도 PC와 스마트폰을 통해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브랜드를 접하게 된다.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수많은 브랜드의 대부분을 무시하거나 차단한다. 이른바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이 이뤄지는 것이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주의를 끌어야 하므로 선택적 지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서 소비자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의외성’이 그 중 하나다. 의외성은 기존의 사고와 관습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던, 매우 대조되는 내용들의 혼합이 만들어내는 놀라움, 흥미, 재미를 말한다.
인지심리학의 스키마(schema)로 의외성을 설명하기도 한다. 스키마는 이전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심리 구조로,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를 스키마를 이용해 평가한다. 어떤 정보가 스키마와 일치하지 않으면, 다시 말해 스키마를 기준으로 기대했던 것에서 벗어나면 의외성을 느끼게 된다.
신세계푸드의 경우 ‘노브랜드’라는 이름이 소비자로 하여금 의외성을 느끼게 했다. 브랜드인데 브랜드가 아니고, 브랜드가 없다고 하니 말이다.
‘콜라와 사이다는 왜 늘 똑같을까’라는 문제의식도 소비자에게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상-콜라와 사이다 처럼-에 대해 남다른 접근을 시도하면 소비자들이 열광할 때가 많다.
‘닭고기 없이 만든 대체육’과 ‘감자튀김이 짭짤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린 슈가버터 프라이’도 의외성을 부각시키는 아이디어들이다.
신세계푸드는 의외성 전략으로 소비자의 주목을 끄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할만하다. 이제 “이거 참신한데”라며 관심을 보인 소비자들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는 ‘맛’만 보장 된다면 신세계푸드의 성장에는 날개가 달리지 않을까 싶다.
오늘 저녁은 가까운 노브랜드 버거 매장에 들러 페퍼로니 버거와 슈가버터 프라이의 참신함을 맛 봐야겠다. 어떤 맛일지 벌써 설레인다.마케터를 위한 지식·정보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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