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확률로 성장률 최저 -3.0% 가능성…소득 급감시 주택가격 조정도"

코로나19 여파와 빚투(빚으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의 빚(신용)이 전체 경제 규모의 2.2배에 이르렀다.

한국은행은 과도한 가계부채 등 금융 불균형 상태가 이어지면 실물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가계부채 1천845조원…11년새 두배로
한은이 23일 발표한 '하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표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은 219.9%로 집계됐다.

통계가 시작된 1975년 이후 가장 높을 뿐 아니라 작년 3분기 말보다 9.4%포인트(p) 더 올랐다.

부문별로는 1년 전보다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106.5%)이 5.8%포인트, 기업신용 비율(113.4%)도 3.6%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부채(1천844조9천억원)는 1년 새 9.7% 늘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010년 말(843조원)과 비교해 두 배 이상으로 불었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소득보다 빨라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3분기 말 174.1%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8.1%포인트나 높다.

가계·기업 빚, GDP의 2.2배 '사상 최대'…"실물경제 위험요소"
◇ "실질소득 크게 줄면 주택가격 조정 가능성도"
이처럼 커진 금융 불균형 위험이 가계 소비 제약, 기업 투자 위축 등을 통해 실물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실물경제 충격에 대한 실증 분석 결과, 현재의 금융 불균형 수준에서는 극단적 경우(10%의 확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23년께 연 -1.4%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더구나 주요국 금융불균형 상황까지 반영하면 성장률은 같은 확률(10%)로 연 -3.0%까지 내려간다.

한은은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기 시작하는 임계치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 45.9%로 분석했다.

지난 3월 말 평균 DSR(36.1%)보다 높아 아직 가계의 전반적 채무상환 부담이 소비를 줄일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DSR이 만약 8%포인트 뛸 경우 저소득층, 청년층 대출자 가운데 27.7%, 19.7%는 소비 임계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급격한 디레버리징(차입 상환·축소)과 주택가격 조정 가능성도 언급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가계의 높은 실물자산 보유 비중, 고위험 가구 증가 등을 고려할 때 가계의 실질소득이 많이 감소할 경우 가계가 실물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주택가격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의 총자산 대비 실물자산 비중은 64%로 미국(29%), 일본(38%) 등 주요국보다 높다.

DSR이 40%를 넘고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고위험 가구' 수도 2018년 말 30만 가구에서 2020년 말 40만 가구로 급증한 상태다.

한은은 "가계부채가 아직은 소비를 제약할 수준까지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주택가격 급락 등 금융 불균형 조정이 발생하더라도 금융기관들은 대체로 양호한 복원력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가계부채가 누증될수록 대내외 충격에 금융·실물경제의 변동성이 더 커지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는 만큼 가계부채 억제 노력은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계·기업 빚, GDP의 2.2배 '사상 최대'…"실물경제 위험요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