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수세미·무환자 열매 세제 등 호응…"주민이 생산자이자 소비자"
"소비자를 넘어 실천가로…" 대전 탄소제로 공판장 가보니
"환경이 단순히 추상적인 관념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치임을 주민들과 공유해 나갈 계획입니다.

"
지난 22일 대전시 대덕구 법동 130여㎡ 규모 공간에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 넷제로(탄소배출 제로) 공판장이 문을 열었다.

대덕구 미호동, 서구 관저동에 이은 지역 세 번째 탄소중립 실천 공간이다.

2019년 대전에 전국 최초로 문을 연 신재생에너지 연구·교육 공간인 '대덕에너지카페 1호점'과 연계해 새로 단장했다.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제품, '플라스틱 프리' 제품, 유전자 변형을 하지 않은 제품을 판매한다.

"소비자를 넘어 실천가로…" 대전 탄소제로 공판장 가보니
삼베 행주·수세미, 나무 칫솔, 대나무 휴지, 고체 샴푸 바·치약, 화장 지움 비누, 설거지 비누 등 나무나 식물로 만든 제품부터 실리콘 빨대, 생분해 고무장갑, 도넛 야자 솔, 유기농 면양말 등 다양한 생활용품들을 판다.

대전지역 벤처기업이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를 이용한 연필·볼펜 등도 있고, 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식물 수세미나 천연 세제 역할을 하는 무환자 나무 열매(소프넛), 마로 짠 수세미 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소비자를 넘어 실천가로…" 대전 탄소제로 공판장 가보니
매장은 비닐봉지나 일회용 플라스틱을 제공하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 방식으로 운영된다.

천연세제, 과탄산소다, 베이킹소다, 구연산 소다 등은 무게를 달아 용기에 덜어 판매하며, 물건을 담거나 포장할 수 있는 유기농 면 보자기도 함께 판다.

특히 문구·칫솔류에 쓰이는 나무는 '베어서' 만든 것이 아니라 나무 찌꺼기를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변환해 만든 제품이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효과까지 있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음료는 노동 착취 없는 공정무역 커피와 비건 두유, 유기농 설탕 시럽 등으로 만들며, 함께 판매하는 술 역시 100% 재생에너지로만 생산된 RE100 제품이다.

"소비자를 넘어 실천가로…" 대전 탄소제로 공판장 가보니
넷제로 공판장을 운영하는 양흥모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실제 지역민이 참여해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지역에 나무를 심고 수확한 열매를 판매함으로써 주민들은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상생활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생활용품을 사용함으로써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적극적으로 기후 변화에 목소리를 내는 시민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법동 넷제로 공판장은 벽에 내건 '넷제로 전광판'을 이용해 시민들의 슬기로운 탄소중립 생활을 진단할 예정이다.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만든 전광판에 시민 이용 현황과 베스트 셀러, 판매량 등이 실시간으로 집계된다.

매장 한편에 신재생에너지 관련 도서 등을 갖춘 에너지도서관도 마련돼 시민 대상 교육과 토론도 진행한다.

양흥모 이사장은 "대덕구에만 앞으로 9개의 에너지 카페가 설립될 예정"이라며 "민·관이 함께 만들고 지역주민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탄소중립 플랫폼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