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갈등 민원 10년새 '153배 폭증'…"1가구 1주차"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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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주차전쟁'
관련 민원건수 10년 새 153배 폭증
차량 수 대비 턱없이 부족한 주차공간
근본적 원인은 '허술한 주차 정책'
관련 민원건수 10년 새 153배 폭증
차량 수 대비 턱없이 부족한 주차공간
근본적 원인은 '허술한 주차 정책'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사무실을 둔 이모씨(59)는 앞 건물에 거주하는 40대 김모씨와 '주차 전쟁'을 벌이고 있다. 김씨가 사는 건물의 주차 공간이 부족해 이씨 가게 앞에 차를 대놓은 게 갈등의 시작이 됐다. 이씨는 "(제가) 귀가하는 저녁이나 밤에는 김씨가 가게 앞에 주차할 수 있게 해줬다. 김씨도 고충이 있겠지만 가게를 운영해야 하는 사람이라 어쩔 수 없이 싫은 소리를 하게 되는데 마음이 편치 않다"고 털어놨다.
공동주택 주차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차량 등록 대수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1가구 2차량' 시대가 보편화됐지만 주차 공간은 한정됐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이중 주차, 진출입로 방해 같은 '비매너 행동'으로 갈등이 격해지고 있어 대책 마련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위원회가 국민신문고에 사유지(아파트·빌라 등) 내 주차 갈등으로 접수된 민원 건수는 지난해 2만4817건에 달했다. 2010년 162건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10년 만에 무려 153배나 늘었다. 2019년과 비교해도 관련 민원 건수는 39%나 뛰었다.
이처럼 주차 갈등이 갈수록 극심해지는 이유는 차량 수에 비해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권익위에 따르면 대표적 주거 형태인 아파트의 가구당 주차장 면수 확보율은 2019년 말 기준 94.4%다. 한 가구당 주차장 1개 면수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서울은 88.9%로 상황이 더 심각하다.
반면 전국적으로 가구당 자동차 등록 대수(1.16대)는 이미 1대를 초과했다. 게다가 자동차 등록 대수는 매년 늘고 있어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형편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현실과 동떨어진 주차 정책에 있다. 법정 주차대수는 주택 규모(전용면적) 및 유형(원룸·연립·다세대 주택 등)에 따라 달라진다. 원룸형 주택의 경우 가구당 0.6대분의 주차장 면수를 확보하면 된다. 전용면적 30㎡ 미만 원룸은 0.5대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이 생활 필수품이 되면서 최소 한 대 이상 차량을 둔 가구가 많은데 법정 주차대수가 주택 크기에 따라 정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건물 허가를 낼 때 '최소 1가구 1주차 면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속 근거가 되는 법적 제도가 미비한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제도적 허점은 주차 단속이 방치되는 또 다른 문제로 이어져 갈등의 씨앗을 키우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다만 주차공간 문제는 주택 분양가와 직결되기 때문에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거나 원활한 주택공급을 제한하는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주차보다는 주택 문제가 더욱 큰 사안이라 오히려 주차 제한을 풀어주는 방향이 현실적이라는 논리다. 정치권도 법률 개정 등 제도 개선에 힘을 모으고 있지만 모두 발의 법안이 계류되거나 폐기돼 진척이 없는 상황.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공동주택 무개념 주차 방지를 위한 '주차장 분쟁 해결 3법'을 발의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주차장 출입구를 주차금지 장소로 추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주차장 관리자가 시장·군수·구청장에게 견인, 과태료 처분 등 행정 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법상으로는 공동주택 주차장 출입구는 도로에 해당하지 않고 주차금지구역도 아니여서 제재가 쉽지 않다.
지난 17일 권익위와 민주당 우원식·문진석 의원이 공동 주최한 '공동주택 등 사유지내 주차갈등 해소방안 제도개선 공개토론회'에서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주차 전쟁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문제였으나 그간 다양한 이해관계집단 장벽에 부딪혀 방치돼 왔다. 주차 갈등이 폭력과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데 정부 차원의 법적·제도적 논의는 요원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권익위 관계자는 "정부가 갈등 차단에 선제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량 견인 등 최소한의 행정 조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주택 크기 기준으로 법정 주차대수를 의무화한 현행 규정을 삭제하고 '세대당 주차장 면수 1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익위는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차량 구매가 가능한 '차고지 증명제', 불법 주차단속을 일반에게 위임하는 '주차단속업무 위탁제도' 등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권익위는 가구당 1대는 기본으로 하되 2대 이상부터 '차고지 증명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불법 주차단속을 민간에게 위탁하는 제도는 일본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 제도 운용 이후 도쿄·오사카 등 주요 간선도로 불법 주정차 차량은 제도 시행 이전과 비교해 60~7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공동주택 주차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차량 등록 대수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1가구 2차량' 시대가 보편화됐지만 주차 공간은 한정됐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이중 주차, 진출입로 방해 같은 '비매너 행동'으로 갈등이 격해지고 있어 대책 마련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위원회가 국민신문고에 사유지(아파트·빌라 등) 내 주차 갈등으로 접수된 민원 건수는 지난해 2만4817건에 달했다. 2010년 162건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10년 만에 무려 153배나 늘었다. 2019년과 비교해도 관련 민원 건수는 39%나 뛰었다.
이처럼 주차 갈등이 갈수록 극심해지는 이유는 차량 수에 비해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권익위에 따르면 대표적 주거 형태인 아파트의 가구당 주차장 면수 확보율은 2019년 말 기준 94.4%다. 한 가구당 주차장 1개 면수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서울은 88.9%로 상황이 더 심각하다.
반면 전국적으로 가구당 자동차 등록 대수(1.16대)는 이미 1대를 초과했다. 게다가 자동차 등록 대수는 매년 늘고 있어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형편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현실과 동떨어진 주차 정책에 있다. 법정 주차대수는 주택 규모(전용면적) 및 유형(원룸·연립·다세대 주택 등)에 따라 달라진다. 원룸형 주택의 경우 가구당 0.6대분의 주차장 면수를 확보하면 된다. 전용면적 30㎡ 미만 원룸은 0.5대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이 생활 필수품이 되면서 최소 한 대 이상 차량을 둔 가구가 많은데 법정 주차대수가 주택 크기에 따라 정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건물 허가를 낼 때 '최소 1가구 1주차 면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속 근거가 되는 법적 제도가 미비한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제도적 허점은 주차 단속이 방치되는 또 다른 문제로 이어져 갈등의 씨앗을 키우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다만 주차공간 문제는 주택 분양가와 직결되기 때문에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거나 원활한 주택공급을 제한하는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주차보다는 주택 문제가 더욱 큰 사안이라 오히려 주차 제한을 풀어주는 방향이 현실적이라는 논리다. 정치권도 법률 개정 등 제도 개선에 힘을 모으고 있지만 모두 발의 법안이 계류되거나 폐기돼 진척이 없는 상황.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공동주택 무개념 주차 방지를 위한 '주차장 분쟁 해결 3법'을 발의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주차장 출입구를 주차금지 장소로 추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주차장 관리자가 시장·군수·구청장에게 견인, 과태료 처분 등 행정 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법상으로는 공동주택 주차장 출입구는 도로에 해당하지 않고 주차금지구역도 아니여서 제재가 쉽지 않다.
지난 17일 권익위와 민주당 우원식·문진석 의원이 공동 주최한 '공동주택 등 사유지내 주차갈등 해소방안 제도개선 공개토론회'에서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주차 전쟁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문제였으나 그간 다양한 이해관계집단 장벽에 부딪혀 방치돼 왔다. 주차 갈등이 폭력과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데 정부 차원의 법적·제도적 논의는 요원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권익위 관계자는 "정부가 갈등 차단에 선제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량 견인 등 최소한의 행정 조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주택 크기 기준으로 법정 주차대수를 의무화한 현행 규정을 삭제하고 '세대당 주차장 면수 1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익위는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차량 구매가 가능한 '차고지 증명제', 불법 주차단속을 일반에게 위임하는 '주차단속업무 위탁제도' 등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권익위는 가구당 1대는 기본으로 하되 2대 이상부터 '차고지 증명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불법 주차단속을 민간에게 위탁하는 제도는 일본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 제도 운용 이후 도쿄·오사카 등 주요 간선도로 불법 주정차 차량은 제도 시행 이전과 비교해 60~7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